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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Dec 27. 2020

올해의 부러움

올해 부러웠던 것은 무엇인가요? 왜 부러웠나요?

-작심삼십일 27일차-

12/27


올해 한 번이라도 만났던 모든 사람이 부러웠다.


내가 올해 가장 굳게 결심했던 것이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을 찾자'였다. 아무리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분명 그 사람에게도 큰 장점이 있고, 배울 점이 한 가지는 있기 마련이기에 최대한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얼마 전까지의 나는 내가 그저 질투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면적인 부분이든 내면적인 부분이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어떤 사람에게서 눈부시게 빛이 나고 있으면 부러워하고 질투하기도 했다. 질투는 내 성장의 큰 동력이 되어왔다. 질투 나는 상대의 모습들을 보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더 멋져지려고 하는 욕심을 계속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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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싱어 게인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김이나 씨가 '질투를 본인 입으로 인정하고 말할 수 있을 때, 그건 더 이상 질투가 아니라 동경이죠.'라는 말을 듣고 난 뒤부터 누군가의 잘난 모습을 보았을 때 내가 느껴왔던 감정이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동경'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냥 부러워서 배만 아픈 게 아니라, 내가 배 아파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질투가 아니라 동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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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올해 끊임없이 모든 이들을 부러워하고, 동경했다.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도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자 배움의 대상이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 부러움은 항상 나와 함께했다. 눈이 크고 코가 높고 얼굴형이 예쁘고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겉모습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내가 모르는 걸 잘 알고 있고, 나보다 꼼꼼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고할 줄 아는 모든 이들의 내면을 동경하기도 했다. 내가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질투할수록 더더욱 나에게 집중하게 됐다. 타인에 대한 부러움의 감정이 드는 원인을 찾고, 다른 이의 잘난 점을 어떻게 닮고 배워나갈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의 질투는 더 이상 질투가 아닌 동경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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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외의 누군가에게서 장점을 발견하고 닮아가려는 '동경'의 감정은 참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더 열심히 살게 만들고, 사람을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만든다. 타인을 질투가 아닌 '동경'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순수한 '부러움'의 감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누군가가 부럽다는 감정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어린아이의 순수한 호기심과도 같은 것이다. 부러움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장점을 나의 배울 점으로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부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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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내가 정말 부러워하고 동경하고 항상 많이 배우는 고등학교 친구가 나에게 얼마 전 전해준 윤동주 시인의 시 한 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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