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호밀밭의 파수꾼 – J. D. 샐린저

by HJS
KakaoTalk_20190929_201901827.jpg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을 혐오하는 투덜이 홀든 콜필드는 펜실베니아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할 예정이다. 소설 속에서 홀든 콜필드는 목적지도 없고, 의미도 없이 떠난 3일간의 방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샐린저 본인의 삶을 투영시켜 만들어낸 홀든 콜필드는 소설 내내 시종일관 툴툴거리며 끊임없이 주변 모든 것에 대해 일갈하고 비판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잡고 어떤 이야기라고 하고 싶어 한다. 모르는 사람과 술을 마시고 싶어 하지만, 이내 시비를 걸고 얻어맞거나 되려 욕을 처먹거나 돈을 뜯긴다. 이 자기 파괴적인 일탈의 이유 대해 홀든은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마치 주변 인물들을 대하듯이, 오히려 자신의 상처, 현재 심리 상태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먹고살만한 집안의 고등학생의 일탈 얘기에 6천5백만 부가 팔렸을까. 긍정을 예찬하고 부정적인 인간을 혐오하는 시대에서 왜 호밀밭의 파수꾼은 세계 고전에 반열에 올랐을까. 세상에 대해 분노하며 부정적인 기운으로 똘똘 뭉친 홀든에게 오히려 정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은 자신의 순수성을 죽이고 사회의 불문율을 따르게 한다. 순수함을 억누르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이를 먹고 순수성을 드러내는 인간은 '덜 자란', '철없는' 등의 취급을 받는다. 대부분의 인간은 마치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이 과정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홀든은 알았다.

정신없이 삶에 치여 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니, 사회의 위선과 추악함에 물든 자신이 끔찍이도 싫었나 보다. 그래서 홀든은 잃어버린 순수를 찾아, 호수에 사는 오리를 찾아, 학교를 나와 택시를 타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창녀와 이야기를 하고, 택시기사한테 시비를 걸면서 정처 없이 길을 배회한다.


여동생 피비는 홀든의 유일한 안식처이다. 동생을 보며 홀든은 자신의 삶을 지탱할 무언가를 느낀다. 그것은 자신이 찾고자 했던 순수함이다. 넓은 호밀밭에서 뛰노는 어린아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싶었던 홀든 콜필드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 했다. 4번의 퇴학으로 실망을 안긴 부모님, 기숙사에서 투닥대면서 꼴 보기도 싫었지만 어느 순간 보고 싶어 지는 친구들, 그리고 오빠에게 화가 잔뜩 났지만 좋아하는 회전목마를 타면서 이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피비를 보며 홀든은 후회한다. 그리고 동시에 행복함을 느낀다.




모든 이들에게 있었을 질풍노도의 시기, 관용어구처럼 쓰이는 청소년기를 뜻하는 이 시간을 우리는 견뎌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저마다 무언가를 두고 왔다. 나는 홀든 콜필드처럼 찾으려고 안달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들처럼 그렇게 그냥 어른이 되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이가 딱딱 소리 날 정도로 추웠던 겨울을 방황하며 홀든이 찾고자 했던, 소중한 그 무언가를 내가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전 19화(책리뷰)페스트 - 알베르 카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