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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기버기 Feb 01. 2019

방송작가가 정치를 배워야하는 이유

온건적 페미니즘의 도래



민주주의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들 한다. 첫 번째로 원리와 원칙, 두 번째로 그 원칙을 표현하는 제도, 그리고 원칙에 따라 세워진 제도를 운용하는 의식과 문화로 나눌 수 있다. 아래는 유시민 작가가 민주주의에 대해 방송에서 강연하며 나온 프레젠테이션이다.



대통령은 원칙을 바탕으로 법과 정책이라는 제도를 만든다. 물론 위의 보통선거, 삼권분립, 기본권 불가침같이 건드려서는 안되는 제도도 있다. 제도에 따라오지 못한 의식과 문화는 좌파와 우파의 입장을 떠나서 정책의 반발로 이어지고, 대통령의 지지도와 신뢰는 떨어진다.


만약 의식을 먼저 바꾼다면 제도는 어떻게 바뀔까? 민주주의 체제는 투표에 있어서 국민 여론과 다수의 의견이 아주 중요하다. 그렇다면 원칙이 제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제도를 세울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국민 의식을 만드는 것은 언론과 매체다.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A는 정치에 관심이 많고 뉴스나 신문도 찾아서 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서 정치 얘기를 하려고 하면 비난을 받기 때문에 자제한다. B는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다. 뉴스는 보지만 연애 뉴스나 사회적으로 이슈 된 범죄 뉴스에만 관심이 있다. 친구를 만났는데 정치 얘기를 하려고 하면 싫어한다.


이 두 사람이 친구라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까? 우리 사회는 정치나 무거운 얘기에 대해 꺼리는 풍조가 있다.그렇기 때문에 분명 가벼운 주제인 과거 재밌었던 일이나 영화, 드라마 얘기를 할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든 없든 절대다수가 편하게 접하는 것이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등이다. 2017년 영화 관람객 수는 2억 2천 명가량 된다. 그만큼 영화나 드라마는 모든 국민들에게 밀접해 있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자본주의는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화려한 옷, 멋진 집, 비싼 자동차를 보여주고 젊고 잘생긴 부자나, 대한민국 상위 1% 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상화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가리고 간접광고를 통해 물질적인 행복을 좇도록 세뇌시켰다.


과거 동독이나, 일제강점기의 일본, 지금의 북한을 보더라도 언론의 통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https://www.theodysseyonline.com/



물론 좋은 효과도 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너 설마 인종차별 주의자니?'라는 식의 대사를 많이 본다. 인종차별주의자를 직접적으로 비난은 하지 않지만 배우의 연기와 문맥 상 나쁜 것으로 느끼게끔 말이다. 또는 악역에게 인종차별주의를 심어줌으로써 그것이 나쁘다는 각인을 시키곤 했다. 분명 아직 인종차별은 존재하지만 더 이상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메시지는 접할 수 없고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드라마 작가는 여성이 많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또한 여성이 많다.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여성의 지휘를 높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제로는 여성의 지휘가 높지 않지만 드라마에서 그렇게 표현하기 때문에 남성들은 남녀 차별의 심각성을 모르게 되는 부정적인 효과와 끊임없이 여성의 지휘와 능력을 상향평준화 시킴으로써 남녀 차별이 없어질 수 있는 긍정적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아마 전자의 경우 때문에 작년에 '82년생 김지영'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페미니즘이 화재였던 것 같다. 하지만 후자의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그것만으로 방송작가들은 온건적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예능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시나리오를 짜는 사람들은 국민 의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대통령이 임기 중에 다 못하는 정책보다 오랜 시간을 거쳐 방송매체를 통해 바뀌어 갈 수 있는 국민 의식의 변화가 더 큰 힘을 지녔을지 모른다. 물론 방송사나 영화사는 대기업의 스폰을 받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 보수적인 단체이지만, 작가나 감독은 개개인의 국민으로서 더 나은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능력에는 책임이 뒤따르듯 작가나 감독에게는 정치, 사회적인 부분과 공적인 윤리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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