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탑골공원 메들리를 끝내며 (2019.11.11)

by 안개홍

며칠 전 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통 크게 술을 쏘던 날. 만취한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몇 년 전 반복해서 듣던 가요가 흘러나오더군요. 택시기사님께 채널을 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선 귀갓길 내내 그 노래에 심취해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전 그렇게 10월의 마지막 날에 ‘탑골공원 메들리’를 쓰기 시작했어요.


지우고 싶었던 기억.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도 모두 지나고 보니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잊고 지냈던 기억들을 되찾는 느낌은 결코 나쁘지 않았어요. 과거에 들었던 노래 목록을 살펴보고 기억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껴맞추다보니 생생한 날것의 장면들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때마다 피식거리며 웃기도 했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어요. 사색에 잠겨 한동안 출퇴근길에 그 노래만 듣기도 했습니다. 추억의 가요에는 생각보다 많은 옛 감성들이 얹혀있었습니다. 그 덕에 글을 쓰는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으며 감사했습니다.


백화점 매대에 델몬트 유리병이 올라왔을 때. 지난여름에 고등학교 때 한창 신었던 나이키 에어맥스 97 모델이 다시 유행했을 때. HOT와 젝스키스 콘서트가 열렸을 때. 진로소주와 비빔면의 포장지가 1980년대로 돌아갔을 때. 그 시절 아날로그 감성에 흠뻑 젖어 마음껏 추억을 팔았습니다. 그 엉성하고 시시콜콜한 흔적들에 대해 열광하던 저는 아마도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웠나봅니다.


솔직한 글이라서 막상 이렇게 쓰고 나니 살짝 부끄럽기도 하네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혼자서 간직하기에는 너무도 아깝고 좋은 노래와 추억들이었어요. 추억은 나눌수록 아름다워질 것. 저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곡으로 기억될지 문득 궁금하기도 합니다. 보잘것없는 저의 성장 일대기와 메들리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의 인생에 들어오고 떠나가며 값진 기억들을 선물했던 그 인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 추억을 힘껏 되살릴 수 있도록 글을 쓰게 한 사실과 기회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살아갈 일생도 더없이 소중한 곡들로 꾸려나가겠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감성인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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