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yeong Oct 04. 2023

행복한 건 아니지만 괜찮아

출퇴근길에 듣는 노래 

1982년 결성된 록밴드 ‘카트리나 앤 더 웨이브스(Katrina And The Waves)’가 1985년 발표한 노래 ‘Waking on sunshine’은 플레이되는 즉시 ‘아!’ 하고 알 만큼 유명한 도입부를 지녔습니다. <아메리칸 싸이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등 많은 영화에 삽입돼 알려진 노래이기도 해요. 멜로디와 리듬뿐 아니라 노랫말 또한 풋풋하고 경쾌합니다.      


네가 날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지금 자기야, 난 확신해/그리고 네가 내 문을 두드리는 날까지 기다릴 수 없어/이제 내가 우편함을 찾아갈 때마다, 나 자신을 참아야 해/네가 편지를 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까/이제 나는 햇볕을 쬐며 걷고 있어     


청춘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노랫말이에요. 이 노래는 움직이면서 듣는 게 좋아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서 갈 때, 혹은 점심 식사 후 산책할 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들으면 꿈틀거리는 몸을 주체하기 어렵더군요. 남들 눈치는 봐야겠고, 하지만 노래는 신나고! 몸짓이 우스꽝스러워져요.      


성격이 밝은 편은 아니에요. 말도 거의 없는 편이고, 사람들이랑 쉽게 어울리지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유행에 예민하지도 못해서 사무실 점심시간이나 자유시간에 수다를 떨 때도 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스스로 고독함을 선택한 사람 같지만 그렇다고 고독을 즐기는 성격도 아닙니다.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죠. 제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가끔 즐겁게 메시지 나누는 친구들도 있겠고, 책과 글자들도 그렇죠. 노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외로움에 사로잡히는 순간이면 스스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왜 전 행복할 수 없는지 골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는 자학과 자책이 있습니다. ‘왜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할 즈음 이 노래를 듣습니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대책 없이 거리를 걸으며 음악을 듣다가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봅니다. 바보 같은 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상황이 아주 엉망은 아닐 거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어쨌든 저는 이 삶을 잘 헤쳐나가고 있고, 가끔은 이렇게 즐길 줄도 아는 사람이니까요.     

 

‘난 틀리지 않았어!’ ‘Waking on sunshine’은 제게 확신을 안겨주는 노래입니다. 완벽한 행복을 누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따지고 보면 단점투성이지요.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누구나 웃고 울고 자책하고 애쓰고 간절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죠. 행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저는 따뜻한 햇볕을 쬐며 걷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괜찮은 삶이겠죠.  

이전 29화 너의 가여운 얼굴을 스쳐가듯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