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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트리 Nov 04. 2024

조수석

인생의 옆자리를 아무나와 앉을 수 없는 이유

조수석 

ft 인생의 옆자리를 아무나와 앉을 수 없는 이유



오랜만에 버스 타고 나선 길

귀에 음악 듣고 창밖을 원 없이 보면서

서울 나가는 길



매일 운전을 하며 차로 출퇴근을 하는데

기사님이 태워주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온몸에 긴장을 내려놓고 눈에 힘 빼고 가는 한 시간이  

단풍이 한창인 데다가 하늘까지 파란 바깥 풍경과 어우러져 꿈. 만. 같. 다.


갑자기. 뜬금없이

이런 게 외.로. 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


혼자 운전하며 매일 살아내는 일상에

몰랐는데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모른척했는지도)

누가 옆에서 운전해 주면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을 온전히 느끼는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아. 예전에 그랬었지 ㅎㅎㅎ


인생 살면서

나 씩씩하게 잘 살고 있지만

어쩌면 혼자 고군분투하느라 곁을 보지 못하고

잔뜩 긴장한 채. 온몸에 힘주고

인생 그렇게  살아내고 있느라 참 애쓴다


그런데 참  다정하고 좋은 누군가와

운전대 서로 바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 의지하고 기대고 쉼이 필요할 땐 어깨든 등이든 내어주며

세상 예쁜 거 고운 거 좀 보며 천천히 같이 가다

졸리면 옆에서 좀 기대 쉬어. 안심하고 눈 좀 감아.

하는 게 사랑. 반려. 동반

아닐까.


그리고 운전대, 조수석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 바라보며, 

좋아하는 노래 듣고, 

아니면 실없는 농담, 재밌는 이야기, 다른 사람과 할 수 없는 유치한 이야기 

때론 반대로 매우 중요한 고민 상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재잘거리며 

운전석에서 졸려하면 입에 주전부리 넣어주고, 

조수석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있으면 꺾인 목 어떻게든 조금 편해지라 뭐라도 대주는 

그런 게 사는 재미, 즐거움, 행복

아닐까.



그렇기에 옆 자리는 아무와 그냥 앉을 수는 없다.

마치 버스에서 어쩔 수 없이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에겐

영 불편하고 어깨 닿는 것조차 거북한 것처럼.



내게 운전대에서 힘을 빼고 가을 하늘을 실컷 볼 수 있게 해 줄 사람

그의 힘든 어깨, 눈에 힘 빼고  기대 잠들 수 있는 쉼을 줄 수 있는 나

그런 운전석. 조수석. 동반자-우리

 철없어도 포기할 수 없는 내 로망



오늘은 비록 버스 기사님께 몸을 맡기고

한 시간짜리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말이야.^^




덧) 그리고 

매일매일 조수석 빈자리로 졸리고 피곤해도 눈에 힘 빡! 주고, 

홀로 운전대 잡고 고군분투하는, 

피곤해서일지, 슬퍼서일지, 아파서 일지, 힘들어서일지

눈물로, 눈이 붉어져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도 행복하라고 틈새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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