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
ft 인생의 옆자리를 아무나와 앉을 수 없는 이유
오랜만에 버스 타고 나선 길
귀에 음악 듣고 창밖을 원 없이 보면서
서울 나가는 길
매일 운전을 하며 차로 출퇴근을 하는데
기사님이 태워주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온몸에 긴장을 내려놓고 눈에 힘 빼고 가는 한 시간이
단풍이 한창인 데다가 하늘까지 파란 바깥 풍경과 어우러져 꿈. 만. 같. 다.
갑자기. 뜬금없이
이런 게 외.로. 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
혼자 운전하며 매일 살아내는 일상에
몰랐는데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모른척했는지도)
누가 옆에서 운전해 주면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을 온전히 느끼는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아. 예전에 그랬었지 ㅎㅎㅎ
인생 살면서
나 씩씩하게 잘 살고 있지만
어쩌면 혼자 고군분투하느라 곁을 보지 못하고
잔뜩 긴장한 채. 온몸에 힘주고
인생 그렇게 살아내고 있느라 참 애쓴다
그런데 참 다정하고 좋은 누군가와
운전대 서로 바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 의지하고 기대고 쉼이 필요할 땐 어깨든 등이든 내어주며
세상 예쁜 거 고운 거 좀 보며 천천히 같이 가다
졸리면 옆에서 좀 기대 쉬어. 안심하고 눈 좀 감아.
하는 게 사랑. 반려. 동반
아닐까.
그리고 운전대, 조수석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 바라보며,
좋아하는 노래 듣고,
아니면 실없는 농담, 재밌는 이야기, 다른 사람과 할 수 없는 유치한 이야기
때론 반대로 매우 중요한 고민 상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재잘거리며
운전석에서 졸려하면 입에 주전부리 넣어주고,
조수석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있으면 꺾인 목 어떻게든 조금 편해지라 뭐라도 대주는
그런 게 사는 재미, 즐거움, 행복
아닐까.
그렇기에 옆 자리는 아무와 그냥 앉을 수는 없다.
마치 버스에서 어쩔 수 없이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에겐
영 불편하고 어깨 닿는 것조차 거북한 것처럼.
내게 운전대에서 힘을 빼고 가을 하늘을 실컷 볼 수 있게 해 줄 사람
그의 힘든 어깨, 눈에 힘 빼고 기대 잠들 수 있는 쉼을 줄 수 있는 나
그런 운전석. 조수석. 동반자-우리
철없어도 포기할 수 없는 내 로망♡
오늘은 비록 버스 기사님께 몸을 맡기고
한 시간짜리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말이야.^^
덧) 그리고
매일매일 조수석 빈자리로 졸리고 피곤해도 눈에 힘 빡! 주고,
홀로 운전대 잡고 고군분투하는,
피곤해서일지, 슬퍼서일지, 아파서 일지, 힘들어서일지
눈물로, 눈이 붉어져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도 행복하라고 틈새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