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한 줄 요약부터.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쿠로이 저택으로 오세요!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식 포스터. (출처 : 주식회사 랑 공식 트위터 계정)(※ 영업글이자 후기글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거의! 없습니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이하 쿠로이)는 일단 재밌다. 진짜 재밌다. 정말 재밌다. 솔직히 나는 평소에 개그코드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 이 공연이 '코미디' 뮤지컬을 표방하고 홍보를 했을 때 정말 많은 우려를 했다. 여기 브런치에 써놓은 글에서 느껴지겠지만, 나는 누구를 까면서 웃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한국의 코미디는 누구를 까면서 웃기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쿠로이는 대부분(대부분이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이야기는 2편에서.) 그렇지 않다. 서사적으로도 웃기고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도 낭낭하게 있고.... 스포일러가 될까 봐 이야기를 못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조곤조곤 들어가 있는 개그 포인트들이 웃겨서 미치겠다. (웃포 스포일러! 필자는 더덕주가 너무 웃기다... 더덕주만 보면 웃음이 터지는 수준이다. 그걸 보고 옥희들이 무서워어어어!!!! 아니면 저런 거 없었어요!!!! 할 때마다 웃겨 죽겠다, 진짜.) 정말 공연장에서 핳핳핳ㅎ핳하하하고 실제로 웃으면서 보다가 나올 수 있다. 공연의 첫 공 날, 아무 정보도 없이 갔다가 진짜 눈물 나도록 웃었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연 사진. 해웅이 풍금에 앉아 있다. (출처 : 주식회사 랑 공식 트위터 계정) 쿠로이는 감동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신파에서 오는 그런 감동 말고. 요새 쿠로이를 내 주변 지인들에게 엄청 영업 중인데,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써서 독자님들에게도 영업 중이지 않은가. 그만큼 진심이다.) 그 이유는 쿠로이가 주는, 희망의 메시지 때문이다. 쿠로이의 주제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는 '막연한 믿음' 넘버는 단언컨대 한성의 2021년 뮤지컬 넘버 TOP3에 들어간다.(물론 공식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ㅋㅋㅋ) 아래 영상 1:53:13 부터 '막연한 믿음1'을 들어볼 수 있다. (댓글에 타임라인 정리해두신 분들이 있어요!) https://youtu.be/JW2DEyE0g8o
우리는 희망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전염병. 그로 인해 변해버린 일상. 빼앗겨버린 기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한 편에서는 다른 의미로 희망이 사라져 가는 사람들이 있다. 견디고 견뎌도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만 커질 뿐이다. 희망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충격은 물결처럼 퍼지고 슬픔은 많은 이들에게 내려 앉았다.
2월 말과 3월 초, 내게는 희망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마침 그럴 때 쿠로이를 만났고, 쿠로이가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너무나 고마웠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님들도 전자의 상황이든 후자의 상황이든 아니면 둘 다이든, 어느 쪽이든 해당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쿠로이를 정말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었다. 내게 지금도 매일매일 도움이 되는 '막연한 믿음1' 넘버 가사의 일부를 적어둔다.
멈춘 그 자리에서 한 걸음,
서 있는 그 방향에서 다시 한 걸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만 걸으면
바로 여기, 내가 여기 있어.
"안녕, 내가 될 일이야."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연 사진. 왼쪽부터 아기, 처녀귀신, 해웅, 선관 할아버지, 장군귀신. (출처 : 주식회사 랑 공식 트위터 계정) 작품의 질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쿠로이는 잘 만들어진 공연이다. 서사적으로 되게 잘 끼워 맞춰져 있다. 해웅과 옥희 빼고 4명의 배우들은 1인 2역을 맡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공연이 독립군들의 이야기와 귀신들의 이야기로 나눠져서 그렇다. 공연을 보다 보면 독립군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수습하고 귀신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수습하지? 싶은데 막판에 가면 어라? 이렇게 정리를 한단 말이야? 심지어 되게 말이 되고 타당해!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속으로 작가님한테 기립 박수 칠 뻔했다. 물론, 조금 아쉬운 점은 있다. 하지만 이건 영업 글에 가까운 후기글이니까 2편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서사가 '말이 되는 방향'으로 잘 흘러가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올 수 있다. 정말 슬프게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오는 공연, 특히 창작극들이 생각보다 잘 없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무대 사진. 저기 2층에 보이는 게 홀로그램이다. 공연장에서 보면 완전 신기! (출처 : 주식회사 랑 공식 트위터 계정) 그 외에도 내용 외적인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특히 홀로그램! 홀로그램을 써서 귀신을 표현하는데, 진짜 신박했다. 실체 없는 귀신을 홀로그램을 통해 표현하다니.ㅇㅁㅇ 공연 첫공날 쿠로이 제작사인 랑의 대표가 드라마 '도깨비'의 파국이(원래 이름이 뭔지 기억이 안 난다...ㅋ...) 분장을 하고 나가는 관객들한테 양갱을 나눠줬는데(이 제작사 대표님이 약간 이런 스타일이다(?)) "홀로그램 보고 놀라셨죠? 돈 좀 썼어요." 했던 기억이 난다. 마니아의 입장에서 제작사가 이렇게 공연에 애정을 갖고 투자를 많이 한 게 보이면 나도 돈을 많이 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
아! 맞다. 무대 2층에 4인조 오케스트라도 살고 있다. 사실 요새 소극장에서 오케스트라를 보기가 어려워졌는데, 첫공날 오케스트라가 조율을 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감격할 뻔했다. 내가 감격하고 있는 게 좀 슬펐지만... 대부분 제작사의 사정도 어려워지고 여차저차(솔직히 이유를 생각해주고 싶지도 않다. 왜 점점 MR로 바꾸는 게 당연해질까. 흥.)하는 이유로 MR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쿠로이는 라이브다! 배우의 연기 템포에 맞춰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연주라니. 정말.... 너무... 좋다..... (사는 동안 많이 버세요 랑댚 지금 마음 잃지 마시고요)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인물 소개. 출연하는 모든 배우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예매처에서 직접 캡처해왔다. 진심 전캐가 사랑이다. 다 잘한다, 진짜. 쿠로이를 보고 나오면 행복해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깔깔깔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막연한 믿음' 넘버와 해웅이, 옥희 이야기를 들으면서 희망을 되찾는다. 그리고 공연 내외적인 부분이 너어어무 만족스럽다. 위에서 공연 자체의 얘기만 하느라 차마 말하지 못했는데 이 공연은 배우 착즙(?) 뮤지컬이다. 해웅 옥희 빼고 다 1인 2역이고, 해웅이랑 옥희도 노래가 빡세고 등장하는 장면이 되게 많다. 1분 1초가 바쁘게 뛰어다니고 노래하고 연기하는데 다들 너무 행복해보인다. 댄스 뮤지컬 수준(?)으로다가 춤을 추고 고음과 성량이 중요한 노래를 연달아 부르는데도 오히려 본인들이 신나서 춤을 더 춘다.(그래서 웃음이 더 터질 때도 있다. 내 본진 너무 즐거워보인다 진짜...)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진다는 걸, 쿠로이를 보면서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쿠로이를 보면서 얼른 글을 쓰고 이 말을 해야지, 생각했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쿠로이 저택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