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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더하기 Mar 31. 2022

46호 차량

나는 오롯이 나 만을 위해 대략 20년 된 낡고 허름한 차를 탄다.

홀로 시간이 남아 이 낡은 자동차를 몰고 외곽의 한적한 까페에 들러 진한 커피 한잔과 우리글을 읽고 돌아오면 극강의 아드레날린이 내 온몸에 분포되어 나에게 궁극의 희열을 느끼게 한다.


먼저 이렇게 세월의 무게를 감내하는 자동차를 소유하게 된 경위부터 이야기해 본다.

첫번째 이유는 동일한 브랜드의 차량에서 느끼는 감동 때문이다.

동일한 브랜드의 자동차를 신차를 뽑아 오랜 기간 소유하며 내 가족과 함께 타오고 있다.

그 오랜 기간 단 한번도 내게 실망을 안긴 적이 없다.

조금은 과장되게 말하면 늘, 탈때마다 놀란다.

내연기관 자동차로 한정한다면 앞으로 살며 이보다 더 좋은 자동차를 탈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당연히 엄청난 고가의 럭셔리 세단 아니다.

전적으로 내 생각이며 나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다.

공도에서 흔히 보는, 속된 말로 널리고 널린 자동차다. 

더욱이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승차감 등의 이유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자동차란 의미다.

간혹 이런 분들이 있다.


‘그차? 뭐가 좋아요? 난 완전 별로던데? 차는 B아니에요?.’


그러면 난 이렇게 물어본다.


‘B 자동차 뭐가 좋은가요?’

‘자세 나오죠. 아무튼 차는 B에요!!’


도무지 뭔 소리인지…

결국 하차감…


두 번째 이유는 문제의 유튜브 때문이다.

차에 관심이 많아 알고리즘이 내 정신세계까지 파악하여 노출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차 관련 영상만 보인다.

많아도 정말 너무 많다.

비슷한 포맷을 사람만 바꿔가며 소개해 주는 영상이 대부분이지만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차의 매력을 소개하는 영상도 존재한다.

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당장 차를 계약해야 할 것만 같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도 나를 사로잡는 컨텐츠는 비교적 년식이 있는 차량을 정성들여 다듬고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내연기관과 전기의, 혹은 또다른 대체 연료일지 모르지만, 과도기적 상황에 놓인 나는 신차보다 이러한 오래된 ‘썩차’가 더 끌린다.

그 중에서도 꼭 이 브래드여야 한다.

당원으로서의 도리다.

그렇게 동일 브랜드의 오래된 썩차가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다.

“~~ 오 아날로그 감성 ~~”


이런 풀 뜯어먹는 달달한 감성의 문제가 아니다.

기계장치인지 컴퓨터인지 구분도 하기 힘든 요즘 차들에 비하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그런 차다.

하지만 그 모습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보인다고 할까?

그렇다고 오래된 모든 차에 반하는 건 아니다.

나의 목표는 명확했다.


세번째는 성능에 대한 이야기다.

늘 그래왔듯이 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최신 차가 더 좋다.

즉, 오늘 나온 차가 어제 나온 차보다 좋다는 의미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좋다’의 개념속에는 차가 가지는 본연의 성질보다 차가 제공해 주는 ‘편의’ 사항에 대한 의미로 국한된다.

서서히 시장을 잠식해 가는 전기차는 뒤로하고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이다.

자동차의 심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 아니 모든 제조사가 이제는 더 이상 내연기관의 엔진에 힘을 쏟지 않는다.

더 나은 엔진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는 개를 준지 오래다.

모두 대체 에너지 차량 개발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의 대부분은 이전 차량들의 엔진보다 작다.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배출가스 규제가 가장 결정적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줄어든 엔진 사이즈가 이전의 거대한 엔진 사이즈 보다 성능면에서 더 훌륭하다.

예전에는 1의 힘을 내는 엔진은 순수하게 1의 힘을 발휘했는데 최신 엔진은 1의 힘을 내는 엔진을 조작해 2의 힘을, 혹은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

어떤 제조사의 경우는 1의 힘을 내는 엔진으로 2, 3, 4의 힘을 내도록 기계적인 장치를 추가하여 서로 다른 레벨로 판매하기도 한다.

그 과장된 힘, 아니 출력이 싫었다.

나는 엔진 그대로의 힘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좋다. 

일명 ‘자연흡기’라 부른다.

그래서 나의 모든 차는 자연흡기다.


우왕좌왕 주절주절 그 이유를 떠들었다.

어차피 핑계다.

내차는 그냥 남들이 보기에 썩차다.

그렇게 난 46호 차량을 탄다.

내가 데일리로 타는 10호 차량과는 성질이 다르다.

두 차량은 동일한 엔진 사이즈를 가지고, 물론 출력은 다르다.

순수히 엔진의 힘만으로 우직하게 달리지만 느낌이 완전이 다르다.

한 놈은 너무 부드러워 무료하고, 또 한 놈 46호는 긴장한듯 순수하다.


‘얼마나 빠른 가요? 최대 속도가 얼마나 되요? 배기량은? 마력이? 토크가?’

‘아니오 그렇게 빠르지 않아요. 요즘 차들에 비하면 출력도 형편없어요. 엔진만 거대할 뿐 잘 달리지도 못해요.’


정지상태에서 치고 나가는 힘,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압도적인 스피드.

이런 건 기대하기 힘들다.

더욱이 저 지하 멘틀 존까지 느낄 수 있는 하체, 팔 근육을 키우기 위해 굳이 Gym을 찾지 않아도 되는 무거운 핸들링, 조금이라도 엑셀에 힘을 줄라치면 레드존을 뚫고 나갈 듯한 RPM의 격한 엔진소리…

이뿐이랴?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런데 왜?


46호는 순수하다.

거짓이 없다.

도로를 달리면 지면과 하나되어 달린다.

도로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내 온몸에 전달해 준다.

굽이 굽이 도는 고갯길을 달리면 핸들과 차체와 내가 하나되어 동시에 돌아간다.

짜릿하다.

엑셀을 밟으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46호의 완벽한 실루엣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앞과 뒤를 날려 버린 듯한 균형감 또한 일품이다.

고개를 돌려 46호를 바라보면 황홀할 지경이다.

20년전… 이게 가능한 디자인일까?

내게는 46호가 완벽한 드림카다.


요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P사의 964호!!

964호는 아쉽게도 동일 브랜드는 아니다.

이 차야 말로 내 20대를 사로잡은 단 하나의 차량이다.

964호의 이야기도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946호는 +10년 더 된 완전한 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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