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누군가를 마음속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과 끝은 항상 멋지지만은 않다. 영원한 행복을 선사할 것 같은 사랑은, 눈물과 슬픔으로 범벅이 되기도 하고, 권태와 단조로움으로 변하기도 하며, 질투와 억압으로 얼룩지고, 주위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사랑이란 뭘까. 도무지 통제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은 한 사람을 구렁텅이로 빠트리기에 충분하다. 드라마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사랑만 하고 싶지만, 끊임없이 샘솟는 욕망은 인간이 행복해하는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다.
책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일 때문에 훌쩍 떠나온 타지에서, 로테라는 여인을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미 약혼자가 있던 로테는 베르테르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깊은 실의와 고독감을 느낀 베르테르는 결국 로테와의 추억이 깃든 옷을 입고 권총 자살을 한다. 소설이 발간되었을 때, 유럽 청년들 사이에선 '베르테르'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깊은 고뇌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안을 얻은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따라 하고, 심지어는 그를 모방한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된 것이다. "모방 자살, 자살 전염"을 뜻하는 말로, 뉴스나 언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베르테르 효과"는 이 책에서 기원한 것이다. 그래서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한 동안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문장 속 넘쳐흐르는 생기, 아름다운 대자연의 묘사,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고뇌와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 등 괴테의 뛰어난 표현력에 감탄했다. 단조로운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한 젊은 청년의 뜨겁게 달아오르는 감정선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도무지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과 뛰어넘을 수 없는 사회적 제약 사이에서 그가 느낀 방황과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랑에 가슴앓이를 해본 사람이라면 베르테르의 감정에 공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지고 로테를 향한 욕망이 진해질수록, 나는 그의 사랑을 더 이상 사랑이라 부를 수 없었다. 현대적 시선에서 바라본 베르테르의 사랑은, 나에게 매우 섬뜩하게 다가온다.
아아, 이렇게 벅차고 이다지도 뜨겁게 마음속에 달아오르는 감정을 재현할 수 없을까?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대의 영혼이 무한한 신의 거울인 것처럼,
종이를 그대 영혼의 거울로 삼을 수 없을까?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순수한 사랑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짙어져 그녀를 갖고 싶다는, 욕망 속에 그를 가두었다. 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그는 절망하며, “로테! 될 수만 있다면 당신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이 몸을 바치는 행복을 누려봤으면 했던 것입니다!”라는 식의 내용이 적힌 편지를 로테에게 보낸 후 자살한다. 자살하겠다는 남자의 편지를 받은 여자의 심정은 어떨까. 만약 '로테'의 입장에서 책이 쓰였다면, 베르테르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은 사랑이 아닌 그저 무서운 집착과 욕망으로 전해지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 ‘사랑’은 그 아름다운 모양새를 잘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사랑’이라는 이름표를 내걸면, 그 안의 내용물이 어떻든, 모든 것이 쉽게 용인되고, 이해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사랑’ 뒷면에 감춰진 한 개인의 이기적인 욕심과 광기마저도 아름답게 포장해야만 하는 걸까. 그 열렬한 ‘사랑’ 때문에 상대가 고통을 받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닌 ‘광기’라고 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나는 베르테르의 자살에 그 어떤 공감도, 이해도, 포장도 하기 싫다. 그저 사랑에 미친 자, 집착과 이기적인 욕심에 스스로 파멸한 자 정도로 베르테르를 설명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때 ‘너 스토커냐?’라는 질문을 가벼운 농담처럼 웃으며 건네곤 했었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여자 없다.’가 통용되던 시절, “스토킹”은 소름 돋게도 누군가를 향한 정열적이고 순수한 사랑으로 읽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 ‘사랑’이라 부르는 그 감정과 행동이, 다른 누군가의 인생에는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경험을 안겨주는지. 베르테르의 사랑에 나는 그 어떤 해석도 덧붙이고 싶지 않다. 그저, 여자를 해치지 않고, 스스로 파멸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참담한 생각만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