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조(사실인 관습)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관습에 의한다.
혹시 우리가 민법을 처음 공부할 때 기억나십니까? 추억 팔이를 하려는게 아니라 민법 제1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제1조(법원)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
이때 우리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을 우선 적용하고, 법률에 별말이 없으면 관습법에 따르며, 관습법에도 별말이 없으면 조리에 따른다고 공부했습니다. 규범의 적용 순서에 대해서 배운 것이지요. 그런데 제106조에서는 '사실인 관습'이라는 제목을 쓰고 있습니다. 이건 뭘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1조에서 말하는 '관습법'과 제106조에서 말하는 '사실인 관습'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관습법이란 사회의 관행으로 굳어지게 된 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을 얻어 법적인 규범으로까지 정착된 것을 말합니다. 반면 사실인 관습은 사회의 관행에 의하여 굳어진 생활규범인 것은 맞으나, 사회의 법적 확신까지는 얻지 못한 것으로서 아직 법적인 규범으로까지 정착되지는 않은 것입니다.
판례 역시 "관습법이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강행되기에 이르른 것을 말하고, 사실인 관습은 사회의 관행에 의하여 발생한 사회생활규범인 점에서 관습법과 같으나 사회의 법적 확신이나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서 승인된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것을 말하는 바, 관습법은 바로 법원으로서 법령과 같은 효력을 갖는 관습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며, 이에 반하여 사실인 관습은 법령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단순한 관행으로서 법률행위의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함에 그치는 것이다."(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라고 하여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106조를 다시 봅시다. 강행규정이 있는 때에는 강행규정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와 관계없는 규정(임의규정)이 있고, 그 임의규정이 관습과 다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106조는 그러한 경우에는 관습을 따르라고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당사자의 의사가 아주 명확한 경우에는 당연히 그 의사에 따라 법률행위를 해석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법률행위에 대하여 공부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부터는 '의사표시' 파트로 진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