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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Nov 29. 2019

민법 제141조, "취소의 효과"

제141조(취소의 효과)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 다만,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인하여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償還)할 책임이 있다.


취소의 효과는 사실 우리가 취소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미 알게 된 내용입니다. 취소에 의해서 그 법률행위는 소급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을 취소의 소급효라고 부릅니다. 제141조 본문은 그런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으나 제141조에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제한능력자의 상환 책임에 대해서 뭐라 뭐라 적어 두었는데요,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1. 이해의 기초 - 부당이득반환의 법리

제141조 단서를 알기 위하여는 우선 부당이득 반환의 법리에 대하여 알아야 합니다. 간단히 공부하도록 합시다. 민법 제741조는 부당이득의 법리에 대하여 정하고 있습니다.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부당이득이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얻은 이익을 말합니다. 제741조는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 사람은 그 이득을 다시 반환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겁니다. 부당이득이 있게 되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라는 채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당이득 자체도 하나의 법률요건이라고 하겠습니다(송덕수, 2022).


그런데 사실 ‘부당이득’이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모호해서, 도대체 무엇이 부당하게 얻은 이익인지 현실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법률상 원인’이란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법률상 원인이란, 이익의 취득을 법률상 정당화하는 권원 또는 권한을 의미하며, 수익의 전제가 되는 법률상 권리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백태승·박수곤, 2012).

법률에 따라 이익의 취득을 정당화할 수 있는 권리나 자격 등이 있어야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다만 그 수익의 전제가 되는 권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위 참고문헌(논문)에서는 이에 따라 “유치권이나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기초하여 타인의 물건 등을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그에 따른 이득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즉, 공평의 원칙 또는 사회적 정의에 반하여 정당하지 않은 것이므로 그 임료 상당액은 부당이득이 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유치권이니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니 하는 말은 지금 공부하기엔 너무 복잡하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그냥 법률상 원인이 어떠한 이득을 법적으로 정당화해주는 것이라는 정도만 대략 알면 충분합니다.


따라서 ①법률상 원인이 없고, ②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었으며, ③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부당이득이 성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어느 날 친한 친구 영희가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것을 알고 돈을 빌려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영희의 계좌번호로 1천만 원을 입금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눌러, 1천만 원은 영희가 아니라 나절약이라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계좌로 입금되고 말았습니다.


이 경우 철수와 영희 사이에는 분명히 법률상 원인이 존재합니다.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영희가 갚기로 하는 계약이 성립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희가 1천만 원을 받았다면 그것은 부당이득이 아니며, 영희는 (나중에 갚는 날짜가 되어 돈을 갚아야 할 것을 빼면) 부당이득 반환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절약은 철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서, 철수의 돈을 받을 수 있는 어떠한 법률상 원인도 없습니다. 또한 나절약은 철수의 돈을 자신이 받게 되어 이득을 취하였고, 그로 인하여 철수에게 손해를 입혔습니다. 따라서 철수는 나절약에 대하여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내는 것을 착오송금이라고 하는데요, 판례는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이체에 의하여 수취인이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지만,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지 아니한다”라고 하는 등(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여러 판결문이 존재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입니다.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출처: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서식)


그런데 이러한 부당이득을 어디까지 반환하여야 하는가의 문제에서, 민법 제748조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제748조(수익자의 반환범위) ①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전조의 책임이 있다.  ②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제748조의 구조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수익자가 선의인 경우라면(그 이득을 받을 당시에 그것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이득인지 몰랐던 경우)라면 수익자는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돌려주면 됩니다(제1항)(이것을 ‘현존이익’이라고도 합니다). 반면 수익자가 악의인 경우라면,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이고 손해가 있던 손해까지 배상하여야 합니다(제2항).


다만, 현재 판례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지 아닌지를 불문하고 그 이득은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8다19966, 96다32881, 69다1093 판결 등), 참고로 알아 두시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익자가 그 이득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인지 알고 있었던 경우(악의)라면, 받은 이익 전액을 반환하여야 함은 물론 이자까지 붙여야 하고, 손해가 있는 경우 손해까지 갚아야 합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나절약은 철수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므로 사실상 악의의 수익자라고 보아야 하고, 결국 전액을 철수에게 갚아야 합니다. 늦게 갚으면 이자까지 쳐주어야 하겠지요. 그러니 남의 돈 함부로 먹지 맙시다.


2. 기초의 응용 - 제한능력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의 특칙

자, 제141조 단서를 공부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그럼 이제 제141조 단서를 다시 보면, 여기서는 제한능력자를 특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본래 부당이득 반환의 경우 우리가 앞서 공부한 바와 같이 '선의'의 수익자일 때에만 현존하는 이익의 한도에서 반환하여야 하는 책임을 지지만, 제한능력자가 수익자인 때에는 선의와 악의를 가리지 않고 항상 현존하는 이익의 한도에서 반환하도록 혜택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141조 단서는 제748조에 대한 특칙이 되는 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를 ‘현존’하는 이익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요? 현존이익이란,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취득한 사실상의 이득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또는 변형되어 남아 있는 이익을 의미합니다(이상욱, 2003). 특히 금전의 경우에, 판례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지 아닌지를 불문하고 그 이득은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다19966, 판결).


예를 들어서 수익으로서 받은 물건 그 자체를 그냥 갖고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현존이익에 포함됩니다. 그 물건을 팔아서 금전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그 물건의 모습이 금전으로 바뀌어 이득으로 현존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현존이익입니다.


수익이 금전인데 그것을 써버린 경우가 이제 문제가 되는데요, 그 경우에는 특이하게 이른바 ‘지출 절약’의 논리가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금전을 생활비와 같이 유익한 목적에 사용한 경우에는, 다른 재산의 지출이 절약된 것이므로 여전히 이익은 ‘현존’한다고 보는 논리입니다. 반면, 금전을 유익한 목적에 쓴 게 아니라 낭비한 경우에는 그 이익은 현존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김준호, 2017). 이것은 여러 교과서에서 통상 제시되는 사례입니다. 흔히 학원 같은 곳에서 부당이득을 설명할 때, 생활비로 쓴 거는 현존이익에 포함되고, 유흥비에 쓴 거는 현존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서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 판례가 명확하게 있지는 않다는 점은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민법 제141조와 관련하여 미성년자가 신용카드거래 후 신용카드 이용계약을 취소한 경우의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유명한 판례(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다60297, 판결)가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한번 참고로 읽어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오늘은 취소의 효과를 공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당이득의 법리와, 그 법리의 특례로서 제한능력자에 대한 사례를 공부하였습니다. 우리 민법이 제한능력자를 보호하려는 태도가 확고하다는 사실을 더 명확히 알 수 있겠지요?


내일은 취소의 상대방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백태승·박수곤,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범위의 개정시안 연구”, 법무부, 2012, 65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1366면.

이상욱, “현존이익의 반환의무”, 「고시계」 통권 제560호, 2003, 42면.



19.11.29. 작성

12.12.15.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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