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166조, "소멸시효의 기산점"

by 법과의 만남
제166조(소멸시효의 기산점) ①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소멸시효가 무엇인지가 대하여 공부해 왔는데, 그러면 이 소멸시효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 카운트를 시작하는 걸까요?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면, 그 빌려준 날부터일까요?


제166조는 이러한 시작점(기산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소멸시효의 계산을 시작하는 지점은 바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라고 합니다. 소멸시효 제도라는 것이 권리행사가 오랜 시간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입증의 곤란, 사회질서의 안정 문제 등)를 규율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제도라고 한다면, 어떠한 권리를 적어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으로부터 소멸시효를 기산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대체 무엇인가입니다. 우리의 판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5341, 판결).


결국 '법률상의' 장애사유로 인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을 때에는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고, 그러한 사유가 없어져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아들에게 "이번 중간고사에서 평균 90점을 넘기게 되면, 새 자전거를 사주마."라고 하였다면, 아들은 중간고사에서 평균 90점을 넘기기 전까지는 조건을 성취하지 못한 것이므로 철수에게 자전거를 청구할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철수의 아들이 철수에게 가지는 자전거 청구의 권리는 그 소멸시효가 '중간고사에서 평균 90점을 넘긴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것입니다.


이러한 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철수는 아들에게 "2020년 1월 1일이 되면, 새 자전거를 사주마."라고 하였습니다. 이 경우 아들은 2020년 1월 1일이 되기 전까지는 철수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청구할 수 없습니다.


위의 판례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었지만, 여기서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사실상의 장애사유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권리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이 법률상으로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몸이 아프다거나 회사일이 바빠서 도저히 권리를 청구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상의 장애사유일 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아니어서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지 못합니다.


이제 제2항을 봅시다. 제2항에서는,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경우 소멸시효는 그 위반행위를 한때부터 진행한다고 합니다. 자, 여기서 부작위라는 단어가 민법에서 처음으로 나옵니다. '부작위'(不作爲)란 '아니할 부', '지을 작', '행위 할 위'의 글자를 씁니다. 쉽게 말하면 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왜 이렇게 어려운 단어를 쓰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은 '어떤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한 채권'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상정하기 힘들지만 단순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의 옆집에 사는 영희는 철수가 자신의 과거 남자친구를 닮아서 너무 보기가 싫습니다. 그래서 철수가 눈에 띄는 것조차 불쾌합니다. 영희는 철수에게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퇴근하는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에는 영희의 집 근처에 서성이지 않을 것을 요청합니다. 대신 영희는 철수에게 하루에 3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러한 계약의 경우 철수는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에는 영희의 집 근처에 있어서는 안 되는' 채무를 집니다. 즉, 부작위채무를 지는 것입니다. 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기만 하면 철수는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됩니다.


이처럼 부작위 채권의 경우에는 '어떠한 행위를 하지 말 것'이 채권의 목적이므로, 아무런 행위가 없는 한 권리를 행사할 여지가 딱히 없습니다. 영희의 입장에서는 철수가 집에 틀어박혀 숨만 쉬고 있더라도 계약이 잘 이행되고 있는 것이므로, 굳이 철수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필요가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철수가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에 영희의 집 앞을 지나가게 된다면, 이는 위반행위가 있는 것입니다. 영희는 철수와의 계약에 근거하여 그러한 행위를 하지 말 것을(채무를 이행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희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소멸시효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2항은 그러한 의미에서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경우 위반행위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자, 그럼 어제 보다 말았던 제165조제3항을 봅시다.

제165조(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①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
②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및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도 전항과 같다.
③전2항의 규정은 판결확정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3항에서는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에 대해서는 단기의 소멸시효를 10년으로 하는 조문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조문을 두고 있는 걸까요? 오늘 공부한 바에 따르면,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은 아직 소멸시효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채권입니다. 아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오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1월 31일에 돈을 갚기로 했는데, 채권자가 1월 28일에 돈을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변제기가 오지 않았는데 소송을 가는 경우도 있나요? 있습니다. 변제기가 도래해야만 꼭 소송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현실에서는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아직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는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소송으로 가서 판결이 나올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제165조제3항은 굳이 소멸시효가 진행되지도 않는 채권에 미리 10년의 시효기간을 연장해줄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라고 하겠습니다.


오늘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소멸시효의 소급효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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