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168조, "소멸시효의 중단사유"

by 법과의 만남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완성되어 버리면, 해당하는 권리는 소멸되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소멸시효라는 제도의 취지를 생각해 보면, 계속되는 사실상태를 존중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계속되는 사실상태를 존중하기 힘들어지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소멸시효를 진행시켰는데, 그 사람이 잠에서 깰(?) 수도 있는 겁니다. 즉,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렇다면 그때부터는 소멸시효를 진행시키는 것이 제도의 취지상 부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민법에서는 소멸시효의 중단과 정지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이 2가지를 합쳐서 소멸시효의 장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중단이나 정지나 같은 말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법학에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시효의 ‘중단’과 ‘정지’ 모두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중단’의 경우 중단될 때까지 일단 지나간 시효기간은 산입하지 않고, 중단사유가 종료된 시점부터 다시 시효를 새로 진행(리셋)하게 되는 반면, ‘정지’의 경우 정지사유가 있기 전까지의 시효기간은 그대로 산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중요한 차이이니 기억해 두세요.


다만 소멸시효의 중요성에 비추어 아무나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민법」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를 규정해 두고 있습니다. 사실 「민법」 외에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등 특별법에 따른 중단사유가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일단 「민법」을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권리자의 청구


제168조제1호에 따르면 권리자의 청구로 인하여 소멸시효는 중단됩니다. 그런데 어떤 ‘청구’를 말하는 걸까요? 사실 제168조의 뒷부분에서 민법은 그게 어떤 청구들을 말하는 것인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상의 청구와 재판 외의 청구 등을 모두 포함하는데요, 일단 아래의 조문들을 잠깐 볼까요?

제170조(재판상의 청구와 시효중단) ①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②전항의 경우에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한 때에는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중단된 것으로 본다.제171조(파산절차참가와 시효중단) 파산절차참가는 채권자가 이를 취소하거나 그 청구가 각하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제172조(지급명령과 시효중단)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법정기간내에 가집행신청을 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그 효력을 잃은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제173조(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과 시효중단) 화해를 위한 소환은 상대방이 출석하지 아니 하거나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에는 1월내에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임의출석의 경우에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에도 그러하다.

제174조(최고와 시효중단) 최고는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뒤에 나올 민법 제170조부터 제174조까지를 보면, 각각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 참가’, ‘지급명령’, ‘화해신청과 임의출석’, ‘최고’를 하나씩 설명하고 있는데, 이 5가지가 바로 ‘청구’에 해당하는 시효중단의 요건이 되겠습니다.


‘청구’란 권리를 가진 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사람에게 소멸시효를 계속 적용시킬 필요는 없겠지요? 소멸시효의 취지를 다시 한번 잘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민법은 ‘청구’를 소멸시효 중단의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위의 5가지를 여기서 하나씩 다 설명해 버리면 해당 조문에서 설명할 게 없고 너무 양도 많으니까, 오늘은 일단 이 5가지가 있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지나가도록 합시다.


2. 압류, 가압류, 가처분


자, ‘압류’라는 말이 여기서 처음 나옵니다. ‘가압류’도 나옵니다. 아직 공부하지 않은 개념입니다. 그런데 ‘가처분’의 경우, 여기서 처음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가처분에 대해서 잠깐 본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시작해 보도록 할게요.

제52조의2(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의 등기)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거나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는 가처분을 하거나 그 가처분을 변경ㆍ취소하는 경우에는 주사무소와 분사무소가 있는 곳의 등기소에서 이를 등기하여야 한다.


기억이 나시나요? 가물가물하신 분들은 제52조의2 부분으로 돌아가 잠시 복습하고 돌아옵시다. 그때, 가처분이란 금전채권 이외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을 보전(保全)하기 위한 집행보전제도라고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개념 정의가 어렵긴 하지만, 어쨌건 법원이 나서서 임시로 조치를 취해 주는 것이라고 간략히 말씀드렸었지요.


가압류 역시 가처분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임시의 조치인 것은 동일합니다. 다만, 가압류는 가처분과 달리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의 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보전처분입니다. 반면 가처분은 금전채권 이외의 권리의 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이루어진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리 「민사집행법」에서는 가압류와 가처분의 개념에 대해서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아래 조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민사집행법

제276조(가압류의 목적) ①가압류는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대하여 동산 또는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하여 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채권이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이거나 기한이 차지 아니한 것인 경우에도 가압류를 할 수 있다.

제300조(가처분의 목적) ①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현상이 바뀌면 당사자가 권리를 실행하지 못하거나 이를 실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한다.
②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하여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처분은 특히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영희에게 돈 1억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영희는 돈을 갚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합니다. 화가 난 철수는 영희에게 소송을 걸어 빌려준 돈을 받아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소송이라는 것이 일주일 만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지요. 만약 그 사이에 영희가 자신의 재산을 몰래 빼돌려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몇 년 뒤 철수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영희가 돈을 모두 자기만 아는 장소에 숨겨 두었기 때문에 철수는 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법원 판사도 신이 아닌지라, 영희가 숨겨둔 돈까지 어떻게 찾겠습니까?


이때 철수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압류입니다. 철수가 가진 채권은 금전채권이기 때문에, 철수는 가압류 신청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합니다.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보통 채무자(영희)가 모르게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법원에서 보기에 철수가 제출한 서류가 타당하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법원은 가압류명령을 하게 됩니다.


채무자인 영희는 철수의 재빠른 행보로 인해 은행에 있는 자신의 예금 1,000만 원에 가압류가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영희는 돈을 인출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가압류는 이처럼 상대방의 재산을 묶어 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면 ‘압류’는 뭘까요? 압류는 ‘가’(假)라는 말이 붙지 않으므로, 잠정인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것입니다. 가압류가 잠정적으로 상대방의 재산을 묶어 두는 효과가 있다면, ‘압류’는 예를 들어 소송에서 이미 이겨 버린 채권자(철수)가 채무자(영희)의 재산을 현금화하여 자신이 빌려줬던 돈을 받아낼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의 재산을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팔아 치워서 내 돈 찾아가는 것이지요.


압류나 가압류, 가처분이 있는 경우까지 시효를 진행할 필요는 없으므로 이 3가지는 시효중단의 사유로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판례는, “가압류를 시효중단사유로 규정한 이유는 가압류에 의하여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압류채권자의 권리행사는 가압류를 신청한 때에 시작되므로, 이 점에서도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신청을 한 때에 소급한다.”라고 하여, 가압류가 시효중단사유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다35451 판결).


참고로, 제168조에서 제1호(재판상 청구)와 제2호(압류, 가압류, 가처분)을 왜 따로 나누어서 규정하고 있는지는, 나중에 제175조를 공부할 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 승인


승인’이란 일상생활에서는 무언가를 하라고 허락해 주는 뜻으로 쓰입니다. 여기서의 ‘승인’이란 시효의 이익을 받을 당사자(채무자, 채무자의 대리인 등)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할 자에게 그 권리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표현이 어렵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이 자기 입으로, “그래, 나는 너에게 빚이 있었지. 갚기는 갚아야 하는데...” 이렇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네, 결국 ‘인정’이라는 것이죠.


채무자가 직접 그 권리의 존재를 인정한 시점에서는 시효를 굳이 더 진행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경과한 때에는 채무자조차 자신이 돈을 빌린 적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해질 수 있고, 시효 제도를 두는 취지도 이러한 측면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무자가 명확히 자신의 채권을 기억하고 있는 시점에는 시효를 중단시켜도 괜찮을 겁니다.




오늘은 시효의 ‘중단’이라는 개념을 공부하면서, 각각의 중단사유에 대해 간단하게만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에는 시효 중단의 효과를 본 후, 각각의 중단사유를 구체적으로 공부할 것입니다.



20.1.10. 작성

23.1.4.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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