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조(재판상의 청구와 시효중단) ①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②전항의 경우에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한 때에는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중단된 것으로 본다.
제168조에서 우리는 '청구'가 시효중단의 사유가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청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제170조에서 말하는 '재판상의 청구'는 그중 하나입니다.
재판상의 청구는 본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시점부터 시효중단의 효과를 가져와야 합니다. 판례는 재판상 청구의 시효중단을 인정해 주는 이유에 대하여 "재판상 청구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는 근거는 권리자가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는 것이 아님을 표명하고 이로써 시효제도의 기초인 영속되는 사실상태와 상용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54686 판결).
*다만, 여기서 말하는 ‘재판’에 형사소송이나 행정소송까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은 아님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당연히 포함됩니다만, 형사소송이나 행정소송은 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어서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일반적인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행정소송의 경우, 예외적으로 오납한 조세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의 경우는 소멸시효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재판상 청구라고 본다는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32053, 전원합의체 판결). 아직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의 관계 등에 대해 자세히 공부한 적이 없으므로 이 부분을 꼭 아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심화된 공부를 원하는 분들은 판례를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러나 제170조제1항에 따르면 소송의 각하, 기각, 취하가 나오는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습니다. '취하'는 대부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신청한 소송을 취소하는 것입니다.
각하와 기각의 경우는 두 가지 모두 법원에서 "당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는 좀 다릅니다. '기각'은 말 그대로 법원에서 "당신의 주장을 검토해 보았는데, 말이 안 되는 듯하다.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반면, 소송에는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는데 그러한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당신의 주장을 검토하기 전에 갖추어야 할 요건을 당신은 갖추지 못하였다.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여러분이 회사 사장님으로서 직원 1명을 뽑는데, 조건이 '3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원자 A는 이 조건을 충족합니다. 그래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면접을 보니 사람이 좀 이상합니다. 이 경우 A는 '기각'입니다. 반면 지원자 B는 애초에 실무경력이 1년도 안됩니다. 그러면 뭐 면접 보러 오라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경우 B는 '각하'입니다.
제170조제2항은 제1항에 대한 또다른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원칙적으로는 소송이 각하, 기각, 취하되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과를 받을 수 없는 것이지만, 각하 등으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등 시효중단의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다시 하는 경우에는 처음 재판상 청구를 한 시점부터 시효중단의 효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돈을 받기 위해 1월 1일에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합시다. 그러면 원칙상 1월 1일부터 시효중단의 효과가 발생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영희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꼭 돈을 갚겠다고 애걸복걸합니다. 마음이 약해진 철수는 1월 31일 소송을 '취하'합니다. 그러면 제170조제1항에 따라 시효중단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송을 취하하고 나니 영희의 태도가 돌변하여, 다시 돈을 못 갚겠다고 버팁니다. 이에 화가 난 철수는 다시 2월 11일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만약 철수가 2번째 소송에서 각하, 기각, 취하를 당하지 않는다면, 시효중단의 효과는 처음의 소송으로 돌아가 1월 1일부터 발생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청구를 하되 권리의 일부분만을 청구하는 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의 판례는, “손해의 일부에 대한 배상청구는 그 손해의 다른 부분에 대하여는 ‘청구’로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합니다(대법원 1967. 5. 23. 선고 67다529 판결). 즉 소송을 제기한 그 일부분에 대해서만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내일은 ‘청구’의 또다른 유형인 파산절차참가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20.1.14. 작성
23.1.4.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