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165조, "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by 법과의 만남
제165조(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①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
②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및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도 전항과 같다.
③전2항의 규정은 판결확정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번에도 제목이 너무 길어 글자 수 제한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제165조제1항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판결은 무슨 의미인지 대강 아실 것입니다. 재판을 받으면 판결이 나옵니다. 확정판결이란 이러한 판결이 '확정'되어 굳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1억 원을 빌려주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영희는 철수에게 돈을 갚을 기일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핑계를 대면서 돈을 갚지 않고 있습니다. 철수는 결국 화가 나서, 영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이 경우 현실에서는 지급명령신청을 하는 사례가 많지만, 여기서는 단순화를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철수는 영희가 자신의 돈을 갚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영희는 자신이 철수에게 돈을 빌린 적이 아예 없다며 시치미를 뗍니다. 둘은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마침내 철수는 1심에서 승소하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심 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들어 보셨지요? 영희는 분하다며 상소(항소)할 준비를 합니다. 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이 경우 1심에서 받은 판결은 '확정'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희가 1심 판결을 보고, "그래, 더는 싸워 보았자 무의미하겠다"라고 하며 항소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판결은 더는 다툼이 없는 것으로서 확정됩니다. 즉, 판결에 대하여 상소의 가능성이 없어진 상태가 되면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제165조제1항에 따르면 이와 같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결정된 채권에 대해서는 설령 제163조나 제164조에 해당하는 단기소멸시효의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게 됩니다.


왜 이런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일까요? 판결에 의하여 어떠한 채권의 권리관계가 확정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소멸시효 제도를 통하여 채무자가 추후에 입증이 곤란하다든가 하는 문제를 배려해 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영희가 철수에게 돈을 빌린 것은 사실이며, 갚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재판부에서 확실히 한 것이니까요. 따라서 굳이 단기소멸시효에 걸리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2항에서는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및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도 제1항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기간을 10년으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파산절차에 대해서는 앞서 법인 파트를 공부할 때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상세히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분량이 많으므로 아주 단순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파산이란 기본적으로 돈을 못 갚기가 힘든 상태가 된 채무자의, 그나마 있는 재산이라도 환가하여 채권자들에게 변제하는 절차입니다.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제1항에서 확정판결에 의해 정해진 채권과 유사하게 권리관계가 뚜렷해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10년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판상 화해란 '화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이 서로 싸우던 것을 풀고 분쟁을 종결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민법상의 화해와 다르게 '재판상'의 화해이므로, 소송이 계속되는 중에 서로 합의하여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철수는 영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고, 영희는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소송전을 벌이다가, 두 사람이 서로 합의하여 결국 영희가 돈을 갚기로 하였다면, 법관의 입장에서는 굳이 이 소송전을 지속시킬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소송 낭비입니다. 이러한 재판상 화해에 따라 확정된 채권도 당연히 확정판결에 따라 정해진 채권과 유사하게 취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정'은 사람 간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한다는 일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법학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조정은 소송이라는 서로 '피 보기 쉬운' 절차 말고 좀 더 평화롭게 분쟁을 해결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 둔 제도로서, 소송은 아니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이 법적인 분쟁을 (소송보다) 간편한 절차에 의해서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비용이나 시간도 확실히 덜 들고요. 이 조정 절차에서 서로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이 타협 및 양보를 거쳐 합의에 이르게 되면, 그 합의에 따라 결정된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됩니다.


제165조제3항은 판결 확정 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2019년 12월 31일에 갚으라고 하였다면(3년의 단기시효에 걸리는 채권이라고 합시다), 12월 31일이 되기 전인 12월 1일에 확정판결이 났다고 하더라도, 영희에 대한 철수의 채권은 10년이 아니라 3년의 단기시효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즉, 제165조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이럴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해서 먼저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내일 공부할 부분입니다. 제166조를 공부한 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keyword
이전 03화민법 제164조, "1년의 단기소멸시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