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179조, "제한능력자의 시효정지"

by 법과의 만남
제179조(제한능력자의 시효정지) 소멸시효의 기간만료 전 6개월 내에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에는 그가 능력자가 되거나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부터 6개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


어제까지 우리는 시효의 중단에 대해서 공부하였는데, 오늘 공부할 제179조에서는 드디어 '정지'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처음 시효에 대해 공부를 시작할 때, '시효중단'과 '시효정지'는 다른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시효의 중단이 있게 되면 중단된 시점까지 진행된 시효기간은 산입하지 아니하고, 중단의 사유가 종료된 시점부터 '새롭게' 시효를 진행하게 됩니다. 리셋(reset)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편할 듯합니다. 반면, 시효의 '정지'는 잠시 동안만 시효의 진행을 '멈추게' 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즉 지금까지 진행한 시효기간을 리셋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시효의 '정지'는 어떠한 경우에 발생할까요? 일단 시효의 '중단'은 지금까지 진행한 시효기간을 모두 없애 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무 데나 적용하기는 좀 강력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효의 중단이라는 칼날을 휘두르기 곤란한 경우에 일정한 유예기간 동안만 시효의 진행을 멈추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시효정지 제도입니다.


제179조는 시효정지의 첫 번째 사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제한능력자가 있는데, 법정대리인이 없다고 해봅시다. 제한능력자에 대해서 기억이 잘 안나 시는 분들은 앞부분으로 돌아가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행위능력이란 단독으로 유효하게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인데, 제한능력자는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사람이지요. 따라서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 법률행위를 할 수 있고, 피성년후견인은 후견인의 대리에 의하여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으며, 피한정후견인은 가정법원의 심판에 따라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행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에는, 제168조에서 우리가 공부하였던 시효중단의 조치를 취할 수가 없습니다. 즉 제한능력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만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내버려 둔다면, 제한능력자를 최대한 보호하려는 우리 민법의 태도에 맞지 않는 결과가 됩니다.


이해를 위하여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미성년자입니다. 그런데 철수는 옆집의 영희에게 1억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합시다. 미성년자가 이런 큰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고 가정합니다. 해당 채권의 소멸시효는 2020년 7월 1일에 완성될 예정입니다.


시효완성이 다가오고 있기에 철수는 "시효완성 전에 시효를 중단시키도록 재판상 청구 같은 것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 6월 29일에 철수의 법정대리인인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불행히도 철수에게는 이렇다 할 일가친척도 없는 상황입니다.


부모가 유언을 남기지 아니하여 지정후견인이 없는 경우, 우리 민법은 가정법원이 직권 또는 청구에 의하여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아래 제931조 및 제932조 참조).

제931조(유언에 의한 미성년후견인의 지정 등) ① 미성년자에게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는 유언으로 미성년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다. 다만,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이 없는 친권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가정법원은 제1항에 따라 미성년후견인이 지정된 경우라도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면 생존하는 부 또는 모, 미성년자의 청구에 의하여 후견을 종료하고 생존하는 부 또는 모를 친권자로 지정할 수 있다.
제932조(미성년후견인의 선임) ① 가정법원은 제931조에 따라 지정된 미성년후견인이 없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미성년자, 친족, 이해관계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한다. 미성년후견인이 없게 된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② 가정법원은 제924조, 제924조의2 및 제925조에 따른 친권의 상실, 일시 정지, 일부 제한의 선고 또는 법률행위의 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 상실의 선고에 따라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한다.
③ 친권자가 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을 사퇴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가정법원에 미성년후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미 시효완성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정법원의 후견인 선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합니다. 이대로 가면 철수는 1억 원의 채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때 철수는 제179조를 원용하여, 소멸시효의 기간 만료 전 6개월 내에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시효가 정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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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0년 6월 29일에 철수가 가진 채권의 시효 진행이 정지되고, 2020년 8월 1일에 새로운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면, 제179조에 따라 8월 1일부터 최소 6개월 동안은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합니다. 그러면 철수는 새로 취임한 미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자신이 가진 채권의 시효를 '중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는 셈입니다.


오늘은 시효정지가 발생하는 첫 번째 사유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두 번째 사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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