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민법 제4조, "성년"

by 법과의 만남
제4조(성년)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


제4조는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만한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19세가 되면 법적으로 성인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왜 민법에서는 굳이 '성인'이 되는 나이를 정해 두었을까요? 어른이 어른다워지는 것은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는 것인데, 자연스럽게 사회의 통념과 관례에 따라 판단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사능력과 행위능력에 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앞서 제3조에서 권리능력에 대해 배웠죠? 권리능력이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지위 또는 자격이라고 했습니다. 살아 있는 자연인에게는 이를 널리 인정하고 있다는 것도요.


그런데, 권리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유효한 법률행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방금 갓 태어난 갓난아기는 권리능력이 당연히 있는 것이지만, 그 아기가 자신이 살아서 태어났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뱃속에 있었을 때 있었던 유증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아직 한글도 배우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갓난아기는 권리능력은 있지만 아직 자신의 '의사'("당장 내 몫의 유산을 내놔!"라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하나씩 알아볼게요. 지금부터 볼드체로 쓰인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셔야 합니다.


민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입니다. 법학에서는 의사 중에서도 일정한 법률관계의 변동을 원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효과의사라고 하여 의미 있게 보고 있고, 그 효과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의사표시라고 하여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의사표시의 개념과는 다르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한다고 해도 법학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감정의 표현일 뿐, 법률관계의 변동을 원하는 표시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철수가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집을 너에게 주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그건 얘기가 달라집니다. 철수가 자신의 집을 영희에게 준다는 '증여의 의사표시'를 했기 때문입니다.


의사표시의 개념을 알면 법률요건의 개념도 알 수 있습니다. 법률요건이란, 법률관계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말합니다('요건'을 충족하면, '효과'가 발생한다는 체계이지요). 그런데 법률요건에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것도 있고,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집을 준다는 '의사'에 의해서 증여계약이 이루어지게 되고 영희가 집을 결국 증여받았다고 합시다. 이때 영희가 증여를 받았다는 법률관계를 발생시킨 법률요건(증여계약)에는 '영희에게 집을 주겠다'라는 철수의 의사표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사표시에 따른 법률요건이며, 이를 법률행위라 합니다(법률행위 :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요건). 이러한 법률요건(증여계약)의 성립에 따라 영희가 집을 꽁으로 얻는다(소유권을 취득한다)는 법률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다른 예를 봅시다. 철수에게는 아들 민수가 있습니다. 철수는 100억 원 대의 자산가입니다. 그런데 철수가 그만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사망하고, 민수는 그의 유일한 가족으로서 민법에 따라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앞서 제3조에서 상속에 대하여 잠깐 엿보았던 것을 참고하세요). 철수가 정말로 민수에게 자신의 유산이 가기를 원했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철수는 백수인 아들 민수를 평소에 한심하게 여겨서 돈을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철수의 '사망'이라는 법률요건에 의하여 어쨌거나 민수는 철수의 유산을 상속받았습니다. 이처럼 법률요건 중에는 의사표시와 전혀 무관한 법률요건도 있는데, 이는 법률행위가 아닌 법률요건으로서 엄격히 구분하여야 합니다.


정리하는 차원에서 법률요건의 종류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 제시된 예가 생소할 텐데 추후에 천천히 배울 테니 지금은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법률요건의 구분

- 법률행위 : 단독행위, 계약
- 법률행위 아닌 법률요건 : 소멸시효, 취득시효, 선의취득, 선점, 유실물습득, 매장물발견, 첨부, 사무관리, 부당이득, 불법행위, 상속 등

*법률행위에 지금은 단독행위, 계약 2가지를 적어 두었는데, 여기에 합동행위까지 포함하여 법률행위에는 3가지가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물론, 계약이라는 개념만으로 충분하므로 합동행위는 법률행위에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는 이렇게만 알고 지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의사표시가 어떠한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하여 이해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을 말합니다. 즉, 한 명의 인간이 법률행위를 하기 위한 기초적인 능력입니다. 갓난아기는 권리능력은 있지만 의사능력은 없습니다(의사무능력자). 따라서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없습니다.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서랍장을 뒤지다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내밀자, 그 사람은 '갓난아기가 내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증여하였다!'라고 주장하며 반지를 가져갑니다. 틀린 주장입니다. 의사무능력자의 법률행위는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법률행위, 법률요건, 의사능력에 대하여 배웠습니다. 그래서 제4조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이냐고요? 아직 설명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행위능력에 대한 설명인데요, 이는 제5조와 묶어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keyword
이전 03화민법 제3조, "권리능력의 존속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