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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Aug 12. 2019

가우디의 명작, 카사밀라와 카사바트요에 들어가 보니..

스페인 여행

카사 밀라는 '밀라의 집', 카사 바트요는 '바트요의 집'이다.

건물 이름에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만 아주 단순하다.

카사는 단지 "집"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억 속에 너무나도 유명한 '카사 블랑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카사 블랑카의 뜻도 '하얀 집'을 뜻하는 모로코의 항구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면 가우디는 집을 짓는 건축업자였던가? 스페인에서 가장 멋진 '사그라다 패밀리아 대성당'을 지은 가우디라면... 왜 개인들의 집을 지웠지?

개인들의 집을 짓고도 당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까지 받으면서...

카사 밀라 정면

카사 밀라는 1906~1912년에 지워졌고 카사 바트요는 1904~1906년, 구엘공원은 1900~1926년, 사그라다 패밀리아 성당은 1883~1926년까지... 순서로 보면 사그라다 패밀리아 성당을 지우면서 구엘공원,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를 지운 것인데...


내 나름대로 성당 공사 외에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까지 했었나 하는 상상도 해본다.


아무튼 가우디의 모든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기성의 교과서적인 요소를 모두 파괴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의 전형이라고 할까?


모든 건축물들이 직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가 곡선이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말했다. 가우디는 그럼 신의 경지로 가고 싶었던 것인가?


출처 : 카사 밀라에서 제공한 리플렛 인용

#카사 밀라 (Casa Mila)

카사 밀라 입장권에는 La Pedrera(라 페드레라)라고 표시되어 있다.

1910년 완공할 당시 보이는 건물 외관이 마치 돌을 캐는 채석장 닮았다고 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는데 일종의 조롱 어린 평가였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벌집 닮았다고 한다.


나는 무려 1인당 25유로나 하는 고액 입장권을 구입하여 입장하였다. 처음에는 아내가 주저주저해서 건물 외관만 보려고 했지만 "여기에 언제 또 와보겠느냐"하는 말로 아내를 설득했다.

카사 밀라 입장권

6층 건물의 카사 밀라에 들어와서 바로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는 고대의 병사들이 투구를 쓴 것 같은 굴뚝이 보였는데 혹자는 외계인을 닮았다고 한다. 건물 가운데 안뜰이 있어 1층에서 옥상을 바라보면 하늘을 볼 수 있다. 마치 원통형 건물이다. 옥상도 이에 따라 오르내림이 있어 서있는 위치에 따라 바라보는 장면이 제각기 다르다. 참 기이한 설계이다. 직선이 없는 곡선으로 이루어져서 건물 전체가 물결처럼 흐르는 형상이다.

또한 두꺼운 십자가 모양의 환기구는 아이스크림처럼 돌돌 말리는 모습이다.


건물 외관은 몬세라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몬세라트의 바위들이 딱딱한 직각의 모습이나 뾰족한 모습이 아닌 한없이 부드러운 곡선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부부는 옥상에서 내려와 카사 밀라의 평면도와 모형을 통하여 가우디의 건축설계 방법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카사 밀라 건축모형 전시한 Espai Gaudi

개방된 공간에 들어가 보니 창문에 육중한 철물이 발코니를 감싸고 있었는데 혹자는 바닷속에 떠 다니는 해초 같다고 한다.

창문과 발코니, 바닷속의 해초 모양의 철물이 감싸고 있다

잘 정돈된 주거공간에 들어가서 주방, 식당, 서재 등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남의 집에 불쑥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 같지만 한 번쯤은 이곳에서 살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는데 옆에 있는 다른 여행자들도 표정을 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개방된 공간에 있는 어느 사람의 서재
외계인 같은 굴뚝과 환기구

#카사 바트요 (Casa Batllo)

타일 사업가 바트요의 의뢰로 기존의 건물을 재건축한 가우디는 몬세라트 산의 영감을 받은 카사 밀라와 달리 카사 바트요는 지중해 바닷속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

산에서 영감을 받은 카사 밀라와 바다에서 받은 영감을 카사 바트요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카사 밀라를 보고 난 후 바로 5분 거리를 걸어서 카사 바트요에 도착했다.

카사 바트요는 1인당 29유로... 들어갈까 말까 하고 주저주저했던 카사 밀라보다 더 비싼 입장료이다.


1층부터 카사 바트요는 푸른색을 비롯하여 형형색색의  타일 조각들이 지중해 바닷속을 연상시키고 있다. 나선형의 계단마저 파도가 출렁이고 밖에 있는 조금 한 정원은 화려한 타일로 채워져 있었다.

사람이 최대한 만들 수 있는 색깔은 모두 모아 타일에 칠한 것 같다. 더욱이 그 색깔들이 파스텔로 나타날 때 반사된 태양의 빛은 더욱 황홀하였다.


옥상에 올라오니 바로 전에 봤던 카사 밀라와 또 다른 질감과 색감을 느꼈다. 알록달록한 타일과 세라믹 조각으로 바다와 용을 표현하였다.


이와 같은 표현을 두고 카사 바트요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무궁무진하다. '용의 집'이라는... 카탈류냐의 수호성인 산 조르니의 전설의 모티브... 카파도키아에서 온 용맹한 기사 게오르기우스가 용을 단번에 물리쳤다... 등등


스멀스멀 바다를 휘감고 올라온 용은 건물 안팎에서 온 에너지를 소비했던지 옥상으로 힘겹게 올라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형상이다.  


용의 꼬리 조차 옥상 밖으로 힘없이 내려놓고 만다.  

카사  바트요 외관 : 해골과 뼈들이 창문과 발코니를 감싸고 있다.

이제 바다 밑 깊은 곳에서부터 였던 퇴적물들이 안간힘을 다해  카사 바트요 벽에 올라오고 있다.


 용이 배설한 수많은 뼈다귀들이 창문, 베란다에 들어붙는다. 하나씩 하나씩...

"참 질긴 놈들이다."

옥상의 굴뚝

옥상에 올라와서 보니 용이 기진맥진하고 있다. 


내가 물었다 "왜 이리 고단하게 쉬는지 "

용이 말하기를 "카탈류나 사람들을 지키느라... 좀 힘들었다고..."라고 한다.

나는 재차 용에게 재차 물었다 "누가 너한테 그런 큰일을 맡겼냐고..."

용이 힘없이 말한다 "산 조르니 때문에..."


위에 있는 이야기는 내가 느낀 점을 그냥 픽션으로 써본 것이다. 나도 한번 만들어 보았다.

출입문 손잡이까지도 곡선이다.
용의 등뼈 모양의 지붕은 현재 공사 중이다.

나는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를 다녀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후대의 사람들이 가우디의 걸작품에 맞게 스토리텔링을 잘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 여행자들은 이 스토리텔링에 열광하고 흥분한다.

아마도 가우디는 죽는 날까지 아름다운 동화세상에서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후대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스토리텔링 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남겼는지 모른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동화 속 스토리텔링은 앞으로도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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