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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Jul 30. 2019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에 오르면서...

스페인 여행

숙소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에스파냐광장에 도착했다. 어제오늘 바르셀로나는 금방 비로라도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이다. 스페인에는 마드리드, 세비야에도 스페인 광장이 있다. 스페인의 국호가 'Reino de Espana'로 스페인 광장은 에스퍄냐광장으로 해석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에스퍄냐광장 한복판에는 멋진 조형물이 우뚝 서있는데... 나에게 찬란했던  대항해시대의 세계 최강 스페인  '굴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에스파냐 광장

에스파냐 광장 바로 옆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종탑을 본떠 만든 두 개의 베네치아 탑(Torres Venecianes, 높이 47미터)이 있다. 두둥~~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앞에는 1개의 종탑으로 되었는데 이곳에는 2개를 만들어 놓았다.

이런 이유를 살펴보면 스페인 국기에 그려진 국장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스페인 국장은 관모(스페인 왕관), 문장(펠리페 6세 때 4개의 국가, 카스티야, 레온, 아라곤, 나바라의 문장이 있으며 최하부에는 그라나다, 정가운데는 부르봉 왕가의 상징이 방패모양에 그려져 있다). 그리고 양 옆으로 2개의 방패잡이가 헤라클레스 기둥이다.


바로 2개의 베네치아 탑은 2개의 헤라클레스 기둥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기둥을 감싸고 있는 붉은 띠는 'Plvs Vltra'로 '보다 더 멀리'라는 글이 쓰여있다.

스페인 국장
스페인 국기

 나는 에스파냐 광장 옆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몬주익 성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중간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개최된 주경기장을 지나갔다. 자랑스러운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우승을 했던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나는 몬주익의 언덕에서 바로 뒤에 붙은 일본의 모리시타 선수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다가 힘차게 제치고 올라가는 황영조 선수의 영광스러운 발걸음을 잊지 못한다.


어느덧 부슬부슬 내리는 한적한 몬주익 성 입구에 도착했다.  



몬주익 성 입구 옆 해자

14세기 말 스페인이 통일될 때 가톨릭교로 개종하지 않은 유대인들을 가혹하게 처형하고 묻은 공동묘지라서 몬주익(몬은 '산', 주익은 "유대인') 이라고 한다.


이 꼭대기에 투박하지만 강력한 요새와 같은 '몬주익 성'이 축성되었다. 성 주변은 해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주변에 물구덩이를 파서 경계로 삼음)와 같은 깊은 공간이 있고 그 해자를 건널 수 있는 아치형 다리가 있다.

몬주익 성에서 제공한 리플렛

성 내부는 생각보다 넓은 광장이 있는데 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같이 스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1층은 휑하니 아무것도 볼 것이 없어서 입장료(1인당 5유로)가 아깝다는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몇몇 사람들이 2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 올라갔다.  

몬주익 성 입장권

2층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지만  동서남북으로 이동하면서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항구
몬주익 성에서 본 비르셀로나 시내... 저 멀리 사그라다 패밀리아 성당이 보인다

성 위에는 사방으로 포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바르셀로나 해변과 내륙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함을 느꼈다. 그런데 대포 한 방도 쏜 적이 없다고 한다.


몬주익 성은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스페인 내전에서 자국민들을 고문하고 감금했던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1940년 카탈루냐 자치수반인 류이스 콤파니스가 프랑스 망명 중에 프랑코 독재정권의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이곳에서 처형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사형장으로도 사용했던 것이다. 비가 내리는 몬주익 성은 아직도 피의 몬주익 성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이후 몬주익 언덕에 있는 올림픽 경기장 이름도 류이스 콤파니스 올림픽경기장(Estadi Olimpic Lluis Companys)으로 변경되었다.

바르셀로나 포트벨

몬주익 성 꼭대기에서 바르셀로나를 내려다 보니 끝도 없이 펼쳐진 지중해 해안선에 모든 선박들이 정박되어 있는 것 같고 한적한 몬주익 성에 세찬 비바람이 분다. 어제부터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와 흐린 날씨 탓이지만 마치 고난의 역경을 겪고 있는 카탈루냐 사람들처럼...시간이 멈춘것 같다.

1714년 카탈류냐는 역사, 문화, 언어가 상이한 스페인에 합병되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치욕적인 한일합방(1910년 경술국치 조약)처럼...


1975년 프랑코 사후에 자치권을 되찾았다고 하지만 2017년 10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스페인 정부는 즉각 카탈류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12월에 새 카탈루냐 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도 카탈루냐 독립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노란 리본과 똑같은 노란 리본을 옷에 착용하거나 창문에 걸어놓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아무튼 몬주익 성에 올라갔다오면서 잠시나마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역사적 아픔을 함께 느껴졌던 귀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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