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넛지
베를린 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암펠만(Ampelmann)입니다. 그런데 길을 건널 때마다 암펠만을 제치고 저의 관심을 다 가져가버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너무나도 짧은 보행신호였어요.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짧아서 암펠만을 귀여워할 틈도 없었습니다.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출발해서 부지런히 걸어도 반 정도 건너면 이미 빨간불이 되어버렸거든요.
처음에는 여기 사람들은 다리가 긴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들 초록불 안에 다 건너지 못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투덜대기도 하고 궁금해하며 걸음을 서둘렀죠.
신호등과의 의문의 밀당에 익숙해질 즈음, 띵....! 제 행동에서 그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나, 자연스럽게 빨리 건너고 있구나...?
짧은 초록불이라는 팔꿈치가 저를 슬슬슬- 찔러, 빨리 건너라는 안내 표지판이나 문구 하나 없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빨리 걷게 만든 거예요. 이것이 바로 넛지....!?ㅇ_ㅇ!!
* nudge : (특히 팔꿈치로 살짝) 쿡 찌르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그렇다면 보행자들을 빨리 걷게 한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았고, 뚜렷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chatGPT에게 물어봤습니다.
요약하자면 1) 통일 후 급격하게 교통 인프라가 현대화된 과정에서 2) 많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신속하게 이동하고 3)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었고 4) 신호 주기가 짧으면 대기 시간 또한 짧아져 신호위반을 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3주 정도 관찰해 보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내용입니다. 일단 이미 빠르게 걷던 제 행동이 증명해 주었고요. 신호를 지키려고 의도했든 안 했든 자주 초록불이 켜지니 신호에 맞춰 건너게 될 수밖에요!
여기에 더해 운전자와 보행자 간에 서로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보행신호가 짧다는 것을 운전자들도 인지하고 있다 보니, 운전자는 다 건너지 못한 사람이 있지 않은지 더 주의 깊게 살피게 되고, 보행자 또한 차도 상황을 의식하게 되겠죠.
크고 빨갛게 '주의', '안내'를 붙여두는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이상, 베를린에서 걸으며 했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냥 보여드리고 싶어 첨부해보는 귀여운 암펠만 파스타 사진 ㅎㅎ )
일상생활에서 넛지를 경험하거나 적용해보신 적 있나요?
여러분의 재밌는 경험담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