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에 안 해본 거 다 해보기-공항 라운지 이용 :)
새벽 5시.
영국으로 떠나는 줄 아는지 모르는지 노랑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귀찮아하는 녀석을 억지로 한동안 꼭 안아주었다.
"엄마, 다녀올게. 미안해."
미안해야 할 대상이 있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나의 존재가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는 증거니까.
생에 가장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콜택시를 불러 리무진이 서는 정류장까지 갔다.
이른 새벽이지만 공항으로 가는 이들이 서너 명 있었다.
휴가 철이라서 그 시간에도 리무진은 꽉 차있었다.
버스 안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
잠시였지만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눈을 뜨니 인천의 바다가 보였다.
"참, 예쁘다... 노랑이는 아직 잠자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든 것 같다.
눈을 뜨니 공항이었다.
먼 길을 떠나는 나에게 동료가 추천해준 것은 바로 라운지.
급히 라운지가 지원되는 삼성카드를 만들고 실적을 쌓았다. 30만 원 정도 실적이 있어야 해서 안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여행 전 준비로 30만 원은 너무나 쉽게 소비되는 돈이었다. (물론 그 카드만 쓴 것도 아니었다)
처음으로 라운지에 가서 느낀 점은.... "이런 신세계가!"
여기서 세끼를 해결하고 싶다였다.
영국에 가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한식을 못 먹을 것이라는 생각이 늘 아쉬웠는데 출국 전 마음껏 한식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한식 외에도 음식은 많았다.
여유 있게 도착한 터였기에 수시로 들고나는 손님들을 보았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았고 둘셋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보였다. 종종 바쁘게 허기를 채우고 가는 이들이 보였는데, 딱 봐도 비즈니스로 떠나는 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신용카드가 평소에 늘 나에겐 마약 같은 존재였는데, 라운지에 들어가 보니 처음으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라운지 때문에 굳이 카드를 만들 필요는 없지만 어차피 이용해야 하는 카드이고 해외에 갈 일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라운지를 나와 면세점을 둘러보았다.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면세점 상품보다 수많은 국적의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다양한 여정을 앞두었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리 답답하지 않았다.
인천공항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진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설렘과 기대가 주는 자유는 마음을 가볍게 한다. 그 가벼움이 많아지면 그 공간의 에너지를 바꾸기 마련이니까.
늘 사람이 북적이는 코너들을 지나쳐 영국항공이 떠나는 게이트에서 뜨는 밝아오는 해를 보았다.
인천공항엔 텅 빈 하늘과 탁 트인 전망이 주는 자유가 있었다.
어쩌면 나는
공항이 주는 이 텅 빈 허전함을 보고 싶어서 여행을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