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탑승

인천 국제공항에서 영국 히드로 공항까지(feat. 영국항공)

by 김나은




영국행 비행기.

처음 장거리 비행이라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구했다.

성수기에 급히 결정 한 여행이라 표가 귀했지만 끈질긴 구애(?) 끝에 취소표를 찾았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가격은 조금 올랐고 여행의 질은 많이 올랐다.


작은 공간의 차이인데도 확실히 편했다. 보통 내가 탔던 비행기는 이코노미석 앞쪽 화장실 너머에 비즈니스석이 있는데 그 사이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이 있었다. 이코노미 가격에서 이십만 원~ 삼십만 원 사이의 가격을 더 지불하였다. 가격은 생각보다 많이 올랐지만, 타고 보니 장거리 비행에 이런 좌석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여겨졌다. 앞뒤 양옆의 간격도 여유 있고 공기도 덜 탁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람의 밀도가 적으니 좀 더 쾌적했을 것이다.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비즈니스석이 부담되는 분이라면 이 좌석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있는 비행기에 한해서 이지만 유럽인들의 체구가 우리와 다르기에 생각보다 이코노미는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히드로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좌석은 이코노미... 매우 힘들었다.ㅡㅡ;)



9시간 정도를 계속 좁은 비행기 안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하고 자리를 잡은 후 승무원들의 안내가 이어졌다.

인터넷에서 영국행 비행기에서 배드 버그에 물렸다는 제보를 보았기에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깨끗했다.

승무원들은 출발 전 소독제를 오가며 분무하였다. 그때 메르스가 아직 유행하던 때여서 지금 생각해보니 한국의 바이러스를 데러 가지 않기 위한 조치였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유럽으로 가는 것도 처음이고 혼자 쫓기듯 결정한 여행이었기에 긴장했던 마음이 탑승 후 잠시 풀렸다.

나의 오른쪽은 영국 중년의 남자가 앉았고 왼편에는 한국 젊은 여자분이 앉았다.

혼자 먼 길을 대충 준비해서 떠나는 마음에 한국 여자분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거의 출발과 동시에 안대를 끼고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이었다. 나도 새벽부터 집에서 나와서 공항에 와서 무척 피곤했다. 나도 눈을 붙였다.


멀어지는 한국의 아침 구름을 보니 설렘보다는 불안함이 앞섰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승무원이 기내식을 주었다. 한데 종류를 묻는 그녀의 발음이 내가 듣던 영어가 아니었다. 발음이 다르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내가 못 알아들을 줄은 몰랐다. 몇 번 내 앞에서 되묻던 승무원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자다가 일어난 옆의 한국 여자분이


"비프 오알 피시 래요."


라고 속삭였다. 아마 더 긴 문장이 있었지만 내가 선택하기 쉽게 요약해준 것 같았다.


"피, 피시요!"


피시요는 무슨 말인가? 잠에서 덜 깨기도 했지만 당황하면 영어와 한국어가 혼용되는 멘붕 상태에 이르렀다.

영국 승무원은 커다란 파란 눈을 껌뻑이다 은박지가 덮인 그릇을 건넸다.

민망해서 얼굴이 붉어졌는데 옆의 여자분이 말을 건넸다.


"혼자 오셨어요?"


"네. "


"저도요."


"숙소는 어디세요?"


"000이요."


"아, 네..."

(런던 지명을 몰라 못 알아 들었다.ㅡㅡ;)


그녀도 영국은 처음이라며 숙소만 예약하고 무작정 왔다고 했다. 나보다 십 년은 어려 보이는 분이었지만 담담하고 두려움이 별로 없어 보였다.

장거리 비행에 많이 먹으면 시차 적응도 어렵고 피곤함이 커진다고 하기에 기내식은 조금만 먹었다.

기내식은 그저 그랬다. 옆의 여자분은 스테이크를 받았는데 얼핏 봐도 꽤 괜찮은 고기 같았다.


"한 잔 마시고 잠이 드는 게 시간이 잘 가요."


라며 그녀는 같이 나온 레드와인을 시원하게 마시고 다시 안대를 끼고 잠을 잤다.

그곳에 도착하면 오전이므로 비행기 안에서 잠을 많이 자두는 것이 시차 적응에 좋을 것 같았다.

나도 평소에 안 마시던 와인을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몇 번 반복하니 어느새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옆에 자던 여자분은 어느새 깨어 빛의 속도로 화장을 시작하셨다.

새벽에 출발하느라 서로 민낯이었는데, 그분이 화장을 하니 나도 해야 하나 싶었다.


"숙소가 멀지 않은데 같이 움직이실래요?"


"네. 좋아요."


그녀의 다정한 제안에 너무도 안도가 되었다.

공항에 내리고 보니 그녀는 긴 생머리에 훤칠한 키에 세련된 도시 여자분이었다. 그녀는 삼십 대 초반이었고 곧 퇴사를 앞두고 못 쓴 연차를 몰아 런던 여행을 왔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나도 그 나이 정도에 이직을 했고 여행은 아니지만 짧은 여백의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더 거슬러 이십 대 초반에도 취업을 앞두고 작은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났다. 취업과 퇴사,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에 여행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집에서 쉬지 않고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학생일 때는 취업을 꿈꾸었고, 취업 후에는 퇴사를 꿈꾼다.

그리고 퇴사 후에는 불안함에 다시 취업 사이트를 뒤진다.

그런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내가 지금 방황하는 것이 무엇을 향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원해 원하는 데로 되어도 다시 다른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


그녀를 통해 나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낯선 히드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히드로 공항도 인천 국제공항처럼 도시 지하철이 잘 연결되어있었고, 지하철을 타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영국 히드로 공항. 인천공항만큼 커 보이진 않았지만 출입구가 편리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수화물을 찾고 공항을 빠져나올 때까지는 전혀 몰랐었다.

나에게 예견된 장벽이 생각보다 매우 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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