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랐던 영국 #입국심사 #이상기후

feat. 왜 하필 내가 갔을 때...폭염

by 김나은


영국 여행을 준비하며 예상했던 것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것, 그리고 날씨가 여름에 가면 딱 선선하니 여행하기는 좋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찜통더위가 절정인 2018 7월 17일.

영국에 오는 이들은 한국보다 당연히 선선한 날씨를 상상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는데 땀이 삐질 삐질 났다.

이건 한국보다 더 더운 것 같다.


'그래도 공항을 나가면 좀 나을 거야.'라고 위안을 삼으며 입국 심사를 치렀다.

그런데 앞서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 발음을 못 알아들은 것처럼, 입국 심사를 하는 이의 발음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긴장해 있는데 영국 본토 발음에 당황하니 머리가 하얘졌다.


아직도 나를 짜증스럽게 보던 중년의 영국 여자분의 눈빛이 떠오른다.

결국 그녀서 내 눈을 바라보며 아주 천천히


"와~이~ 컴"


이라고 말했다.

그건 들렸다.

영국 발음은 미국식과 다르게 툭툭 끊어져서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천천히 말하니 그제야 영어로 들렸다.ㅡㅡ;;


"트레벌~"


이라고 한마디를 하니 도장을 쾅 찍어 여권을 돌려주었다.

얼굴이 붉어진 채 도망치듯 입국장을 통과하고 먼저 나와 있는 옆좌석 친구를 만났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놓고 있지 않았는데, 나의 영어실력에 좌절감이 몰려왔다.

유럽 여행을 언젠가는 해야지라고 생각만 했지 실상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삼십 대를 보냈던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공항에서 이어지는 지하철인 'underground(tube)'를 타고 런던 중앙으로 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 지하철로 가는 길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도 잠시, 찜통더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체감 온도는 30도가 훌쩍 넘었고 내부는 좁았다.


드디어 영국에 왔다는 설렘보다 어서 지하철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지하철 노선을 익히고 덥고 좁은 내부에서 견디다 보니 어느새 옆좌석 친구가 내릴 역이 다가왔다. 친구와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유일한 지하철 내부의 한국인인 그녀가 내리자 온통 백인들이었다. 그들의 눈에 내가 신기했는지 어린아이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나의 검은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동양인임을 자각했다. 폐쇄된 공간에 유일한 '다른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되었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느낌이라 썩 좋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들 틈에 섞여 사는 것이 편안한 삶이었구나를 머나먼 타국에 온 첫날 느꼈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떠나오고 싶었던 먼 나라였다. 그런 낯섦을 체험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느새 나의 숙소가 있는 Vauxhall역에 도착했다.

나는 무거운 트렁크를 낑낑거리며 끌고 내려 지하철을 나왔다. 모든 것이 낯설지만 Oyster 교통 카드를 손에 쥐고 구글 지도를 벗 삼아 출구를 찾아 나왔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번갈아 있었고 지하철역은 점심시간 전이라 한산한 편이었다.



첫 숙소인 한인 민박집을 찾아가는 길에 있던 공원


구글 지도를 켜고 한국에서 검색하고 카톡으로 예약한 민박집을 찾아 나섰다. 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였지만 초행길에 더운 날씨로 멀게 느껴졌다.

중간에 큰 마트가 있었는데 입구에는 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국에는 마트에서 꽃을 잘 팔지 않기에 이색적으로 보였다. 전시된 꽃을 보며 영국에서의 첫걸음에 작은 설렘을 되찾았다.

첫 숙소 앞 마트 안 꽃들. 영국 사람들은 해바라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날씨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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