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랐던 런던 2 #셰익스피어가 한 명이 아니었다

feat. 집단지성의 힘? 혹은 진정한 지니어스?

by 김나은
KakaoTalk_20191023_102650727.jpg 사진에 다 담기지 않은 템즈강의 노을

템즈강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었다.

어둠이 내리며 붉게 물드는 하늘에 갈매기들이 울며 날았다.

강변 카페에는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KakaoTalk_20191015_101947132.jpg 그 유명한 테이트 모던. 화력발전소로 지어진 건물답게 아직 매운 냄새가 날 것 같은 외관. 시간이 되면 들러보기로 한다.


템즈강에 우뚝 솟아 처음부터 시선을 끌던 테이트모던이 가까워졌다.

과거 화력발전소였던 이 건물을 허물지 않고 미술관으로 바꾸었다.

이 건물은 현대 미술을 이끄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다소 겉모습이 투박한 것에 이미지가 썩 내키지 않았다.

영국의 화력발전소라는 것은 산업혁명을 이끌던 장소이고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대표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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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좀 걷다 보니 셰익스피어의 공연이

열리던 장소.


그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을 공간.

헌데, 가이드 분이 뜻밖의 사실을 말해주셨다.


"셰익스피어는 사실 한 명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


"네?"


차분히 설명을 들어보니 그 당시 작가들은 필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셰익스피어는 지금의 닉네임처럼 여러 명이 썼던 이름이었다고.

그래서 지금 만들어진 문학작품은 여러 명이 같은 필명으로 쓴 집단창작물이고

심지어 진짜 셰익스피어는 실존하지 않는 이라는 설도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했다.

믿거나 말거나한 가설이지만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놓은 말이었다.


마흔을 앞둔 상황에서 40여 년간 믿고 있던 작은 지식을 부정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참 힘든 일이다.


이렇게 나이가 드는 것일까?

자신이 믿고 있는 당연하고 너무나 확실한 사실을 부정해보는 것,

그건 어찌 보면 일명 꼰대로 굳어지는 자신의 한 부분을 부셔보는 연습이 될 수도 있다.


셰익스피어가 누구 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절대 그럴 리 없어.'라는 반응보다

'뭐 그런 가설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군.'이라는 유연한 사고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짧은 흔들림이 연습이 되고 놀이가 된다면,

나이가 들면서 고착화되어 나를 가두는 좁은 세상을 벗어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자신이 믿었던 세상을 부정당하는 것이 꼭 자신이 살아온 세상을 부정당하고

인생의 허무함과 좌절감에 빠지기 쉽다.


나이가 들면서 꼰대라 불리기 두려워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은 더욱 두렵다.


나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자신이 믿었던 사실을 누군가 부정하면

꼭 자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발끈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한다.


하지만 자신이 믿었던 세상이 모두 부정당하더라도

그것은 그것일 뿐, 자신의 존재는 그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자존감이 아닐까. 마흔을 앞둔 나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강변에 짧은 터널을 지났다.


KakaoTalk_20191015_101948775.jpg 터널 곳곳에 바이올린이나 관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이 있다. 퇴근 후 자신의 취미를 즐기며 소소한 수익도 올리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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