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24)
하테노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워프를 통해 와서 바로 언덕길을 뛰어올랐다. 멀리 보이는 연구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니 소장님은 아직 취침 전이겠지? 싶어 서둘렀다.
역시! 아직 자고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약간 뾰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꼬마 여자아이를 지나쳐 바로 소장에게 말을 걸었다. 소장은 나를 보자마자 다 알고 있다는 듯, 임파님을 만나고 왔느냐며 반겼다.
그는 나에게 바로 시커 스톤의 기본 아이템을 다시 살려 보자고 말했다. 해야 할 일을 바로바로 실행하다니 참 바라던 바였다. 그런데, 그는 그 일을 하기 전에 내게 할 말도 있고 전해 줄 것도 있다 하였다. 연구소의 성과나 하테노 고대 연구소의 시설 등등 여러 말을 꺼내기에 (이미 대충 둘러 봤는데) 그런가보다 하는데 .. 말을 하다 소장은 깜짝 놀라더니... 이렇게 말했다.
"앗! 내 정신 좀 봐....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를 안 했군요!"
뭐라고? 자기소개....? 아니 당신, 하테노 연구소 소장이잖아... 또 무슨 자기소개를 한다는 거지? 의아한 표정을 지은 내게 그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저는 시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링크씨 맞으시죠?"
뭐지 이 사람... 황당하군.. 통성명을 하자는 소리였구나.. 그러고보니 그는 내 이름을 이미 알고 있구나 싶어서 어찌 알았냐고 물었다.
"임파님께 모두 들었습니다. 시커 스톤을 가진 청년이 나타나면 힘을 빌려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청년이야말로 회생의 수면에서 깨어난 희망... 그리고 이름이 링크라고 알려주셨지요."
임파를 만나기 전에 왔을 때와는 아주 달라진 태도를 보이는 시몬... 하테노 고대 연구소는 임파의 말을 따르는 조직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시커족 부족장 임파의 권위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까지 말하던 시몬은 또 한번 놀라며, 소장님께 보고할 것이 있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에? 이봐... 시몬.. 당신이 소장이 아니었나? 어리둥절한 내게, 그는 내 뒤쪽에 있는 꼬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장님! 들어 보세요, 소장님! 무려 진짜 시커 스톤이라구요~~"
"소장님....?"
시몬은 내게 소장님을 정식으로 소개해 주지 못했다면서, 이제서야 한다는 투로 미안해했다.
"저분이야말로 하테노 고대 연구소 소장님이시자 고대 연구의 일인자... 프루아님이십니다."
에? 에? 뭐라고...?
내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본체만체 하던 그 꼬마는 발랄한 포즈로 '체키~'를 외치며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뭐....지.... 정말 이 꼬마가 소장이라고?
가만... 그러고 보니 뭔가 좀 수상하긴 했었지. 말할 때 쓰는 단어나 어투가 어린아이의 그것은 아니었으니... 역시, 뭔가 사정이 있는 건가?
프루아 쪽을 보고 있던 나에게 시몬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은 하테노 고대 연구소의 연구자이지만, 연구 실적과 공로로는 프루아님이 너무 뛰어나, 팬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조수를 담당하고 있다 하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목소리를 확 낮추어 내게 속삭였다.
"링크씨가 아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사실 소장님... 겉모습은... 저렇게 어려 보이시지만... "
그러더니 갑자기 망설이면서 턱을 쓰다듬더니 다시 목소리를 고쳤다.
".... 아닙니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역시 좀 ... 그러하니... 소장님께 직접 들으시죠."
시몬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프루아에게 돌아섰다. 이 사람이 시커 스톤을 고쳐 주겠지?
프루아는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나의 동작을 빠짐없이 관찰하고 있었다. 나 역시 프루아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연구소 소장다운 위엄이나 엄청난 연구 결과물을 낸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는 법이라니까... 나는 프루아에게 말을 걸었다.
"...저..."
프루아는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더니 내게, 놀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약간 약올리듯 발랄한 목소리로,
"이곳 소장은 시몬이 아니라 나지롱~!"
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시치미를 떼고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있었다는 말 같아서 살짝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뭐.. 하지만 처음부터 이 꼬마가 소장이라고 했다면 내가 믿었을까?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에 하테노 고대 연구소에 처음 왔을 땐 엄청 깍듯이 대하더니 지금은 애 취급이다.
프루아는 '체키'라는 말을 좋아하는지 연신, 체키를 연발하며 내게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얘, 링크. 회생의 수면 때도 꿈은 꿔?"
회생의 수면...? 그 회생의 사당에서 내가 잠든 일을 말하는 거겠지? 꿈을 꿨었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고개를 가로로 저었더니 프루아는 또 다른 것이 궁금했는지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넌 100년 전이랑 인상이 전혀 다르지 않네?! 깨어난 이후 상태는 좀 어때? 뭔가 달라진 걸 좀 느꼈니? 아니면...."
그러고 보니 ... 가만, 100년동안 잠들어 있었다면 보통 늙었어야 할텐데... 나는 전혀 늙지 않았다는 것도 새삼스레 신기했다. 하지만 100년 전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으니... 뭐가 달라진 것이 있는지 알 수도 없고... 내가 별 말이 없는데도 프루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뭐, 이렇게 사지 멀쩡하게 여기까지 온 게 바로 건강하다는 증거지!"
아... 몸 건강 상태를 물어본 것이었구나. 뭐... 그거라면... 체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거 외엔 특별할 게 없다 생각했으니까. 나는 프루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여기저기를 이리 저리 보던 프루아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 응? 링크, 너 어딘가 수상한데?"
".... 뭐... 뭐가요?"
"설마, 내가 누군지 기억 안 난다거나...."
앗..? 그럼 우리가 100년 전에 서로 알고 있었다는 거야? 헉... 나는 갑자기 당황했다. 임파도 기억에 없는데 프루아도 기억에 없지... 그래, 뭐 기억이 거의 없었으니 당연하긴 한데... 이 사람의 성격으로 봐서,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
순간 내 머릿속에는 임파와 만났을 때, 내가 임파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자 매우 섭섭해했던 임파의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기억.... 나요."
라고 대답했다. 기억 안 난다고 할까? 끝까지 고민하다 대답한 것이었다.
그런데, 프루아는 그런 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얘 좀 봐...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하네? ... "
그러더니 이런 일들을 기억하냐며 하나씩 지적하기 시작했다.
"100년 전, 재앙 가논에게 패한 너를 회생의 사당까지 데리고 갔는데? 바로 내가 했다고. 기억해? "
그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회생의 사당에 나를 옮긴 사람이 프루아였다니...
"그리고 상처 입은 너를 회생의 수면에 들게 했는데?"
...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들을 줄줄 읊는 프루아에게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
"기억, 안 나요."
프루아는 갑자기 수첩을 탁 펼쳐 들더니 뭔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중얼거리는 말이 내 귀에 선명히 들렸다.
"..흠흠... 예상대로 됐군."
"회생의 수면은 10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기억에 결함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메모메모..."
그렇다는 것은, 프루아는 내게 회생의 수면인가 뭔가를 실시하면서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었다는 말이 된다. 예상대로라고 말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그렇게까지 한 것은... 이유가 있겠지?
프루아는 메모를 쓱싹 마치더니 다시 수첩을 덮고는 나를 휙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했다. 뭔가 생각났을 때는 바로 메모를 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게 나쁜 버릇이라며... 그리고는 자신에게 궁금한 게 있는지를 물었다.
"반대로, 질문할 거 있어?"
"어린애...는..."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려 하는데 프루아가 빽 소리를 질렀다.
"무례하긴!"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100년 전에도 살아 있었던 사람이라면, 지금 오히려 이렇게 어려진 외모를 유지하는 걸 물어보는 게 무례한 건가...? 음?
프루아는 속으로 '앗, 무례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은, 실험에 실패해서 말야... 실패랄까... 어떤 의미로는 성공이랄까...."
실험이라고? 뭘 실험하길래... 나로써는 짐작도 가지 않는 무엇에 대해 그녀는 매우 아리송하고 두리뭉실하게 설명했다. 그리고는 흥미로운 말을 툭 던졌다.
"진실은 위에 있는 일기장에 적혀 있는데... 부끄러우니까 읽으면 안 돼!"
뭐지... 이렇게 말하는 건 대놓고, 일기장을 읽으라는 소리다. 말로 설명해주기 귀찮은가?
그녀는 다른 건 됐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시커 스톤 기능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시 힘을 축적하고 있는 재앙 가논을 쓰러뜨리고 젤다 공주를 구출하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충분하다면, 자기가 얼마든지 도와 줄 의사가 있으며, 시커 스톤의 기본 아이템을 부활시켜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내가 부탁한다고 응답하자, 프루아는 잘 생각했다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가만히 서 있자, 프루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쓱 돌리더니 이렇게 물었다.
"뭐야, 그 표정? 설마... 시커 스톤... 공짜로 고쳐 줄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음? 도와준다며...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러자 프루아는 기가 막히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수첩을 펴들고 뭔가를 써 내려갔다.
"흠흠... 회생의 수면에서 깬 후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착각을 하고는 한다....메모..."
프루아가 그렇게 메모를 쓸 때 나는 프루아의 성격에 대해 생각했다. 시커 스톤의 기능 부활이라면, 프루아 같은 전문가에게는 대단한 일은 아닐 텐데... 별 일 아닌 걸로 호들갑을 떠는 성격일까....
프루아는 다시 수첩을 덮더니, 심부름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했다.
아, 뭔가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심부름을 하면 되는 일이었던 건가? 그럼 그렇다고 설명해 주면 되지.. 뭘 모르는 사람 취급한담... 약간 불만스러웠지만, 시커 스톤 기능 회복을 위해서 프루아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프루아는 내게 연구소 밖에 있는 가마를 보았냐고 물었다.
"이 연구소 외벽에 불이 안 붙은 가마 있지?"
"... 윗부분이 둥글게 생긴....?"
내가 손으로 대략적 외형을 표현하며 물어보자, 프루아는 손가락을 튕기며 맞다고 하였다.
"그 가마에 불이 꺼져 있어서 작업을 할 수가 없어. 고대 가마에서 푸른 불꽃을 가져와서 저 가마에 불 좀 붙여줄래?"
그리고는 연구소 한 켠에 역시 불이 꺼져 보이는 시커 스톤 인식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 가이드 스톤을 가동시켜서 누락된 기본 아이템을 부활, 이 절차야."
아... 이 인식장치를 가이드 스톤이라고 부르는구나...
프루아가 잘 부탁한다고 말을 끝내기에, 그런 정도로는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나는 다시 질문했다.
"고대 가마라는 게 뭐예요?"
프루아는 깜박했다는 듯이 아, 놀라더니 질문을 잘 했다며 칭찬해 주었다.
마을 촌장 리드씨네 집 뒷편 언덕에 있는 게 고대 가마인데, 연구소에서도 고대 가마의 위치는 잘 보인다고 했다. 가마는 푸른 불꽃의 불이 타고 있으니까... 그러면서, 푸른 불꽃은 신비로워 보이긴 하지만 역시나 불꽃이기 때문에 비를 맞거나 하면 바로 꺼져 버린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니 불꽃을 가지러 갔다가 돌아올 때는 중간 중간에 설치된 촉대에 불을 붙이면서 오면 편할 거라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나가면 시커 스톤의 망원경으로 봐 봐! 그리고 ... 횃불을 붙이는 횃대가 연구소 문 입구에 있으니 필요하다면 써도 좋아."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프루아의 말 대로 고대 가마를 찾으러 밖으로 나섰다. 아 참, 프루아의 말대로 횃대를 꼭 챙겨 가는 걸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