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25)
아, 그런데... 푸른 불꽃을 찾으러 가기 전에, 프루아가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고 했던 일기장을 읽었다.
사실 횃대를 들고 푸른 불꽃이 있다는 가마를 찾으러 나갔을 때는 일기장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지만, 막상 밖에 나가 불이 꺼진 가마를 살펴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2층으로 갈 수 있다면 챙겨갈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는 또 뭐가 있는지 호기심이 일었기에 올라가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 2층에서 프루아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2층으로 나 있는 나선 계단을 올라가 보니 문이 하나 있어 벌컥 열었다. 잠겨 있지 않아 방으로 들어갔는데, 후아. 책이 역시 여기저기 꽂혀 있는 그 방은 연구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정신이 없었다.
방의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칠판에는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들이 잔뜩 쓰여 있었고, 여러 고대 시커 병기나 처음 보는 물체들의 스케치가 방 여기 저기 붙어 있었다. 가운데에는 작은 책상과 의자가 하나 있었는데, 떡하니 펼쳐져 있는 두꺼운 노트를 보다 흠칫 놀랐다. 바로... 그게 프루아의 일기장이었던 거다.
프루아가 절대 읽지 말라고 했지만, 그건 읽으라는 뜻이므로... (하도 여러번 강조하길래 오히려 이상하다 생각되었다) 나는 망설임없이 일기장을 넘겼다.
일기의 첫 부분에는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안티에이징'이라는 걸 개발한다는데, 이게 성공하면 나이 먹은 사람도 이전처럼 다시 젊어지는 회춘이 가능하다 했다. 아하... 프루아가 실험에 실패했다, 혹은 성공한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한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싶었다. 다시 젊어지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이유는, 가논 토벌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은퇴한 퇴역 군인들을 다시 젊어지게 만들 수 있다면, 병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프루아의 일기는 매우 신기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해 책장을 넘기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프루아는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착수한 이후 베타 버전을 만들었다. 따로 실험체를 구할 수가 없었는지 스스로 실험을 위해, 자기 스스로 만든 시커 스톤에 그 기능을 추가했다고 한다. (시커 스톤을 스스로 만들 정도라면 프루아가 대단한 사람이긴 하다)
그런데, 실험을 한 것 까지는 큰 탈이 없었는데...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젊은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고 했다. 안티에이징 기능 적용 후 이틀째에는 검사를 해 보니 신체 나이가 50살 정도인 걸로 판명되었다. 이것은 본래 나이보다 70살 정도 젊어진.... (헉, 그러면 프루아는 원래 120살?!)결과라고 하였다. 일기에는 안티에이징 속도가 너무 빨라서, 다음날이면 아기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안티에이징 후 사흘째가 된 날 일기에는, 30대의 신체 나이로 돌아간 자신을 발견했다고 썼다. 30세라면, 대재앙으로 세계가 망한 후 겨우 연구를 다시 할 수 있었을 때라고 회상했다.
그녀는 30세 즈음부터 시커 스톤에 기능을 더 추가할 수 있는지의 가능성을 보았고, 그 연구를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 기능(지금 시커 스톤에 탑재된 아이스메이커, 타이머 폭탄, 마그넷 캐치 등)의 연구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아이템 기능 확장의 완성은 80세 때였다고 하니... 그런데 거기까지 읽다가 아주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프루아가 그렇게 시커 스톤의 확장된 기능을 만들게 된 것은 나에게 시커 스톤을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일기의 표현에 따르면 '언젠가 각성할 천재 검사에게 맡길 생각'이라고 쓰여 있는데... 천재 검사라고??? 좀 믿을 수는 없지만.... 여기서 말하는 검사는 다른 사람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프루아는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쏟은 연구가 재앙 가논을 토벌하고 젤다 공주를 구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프루아는 젤다 공주와 아주 각별한 사이였나보다...
프루아의 안티에이징 작용은 나흘째에도 계속되어 열 살이 더 어려진 신체 수치에 도달했다고 한다. 스무살이었을 무렵, 대재앙이 일어났다고 프루아는 적었다.
그녀는 재앙 가논에 대해 되새기면서, 그 재앙으로 인해 일어난 파괴와 살육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적어도 만 년 정도는 조용했던 재앙 가논... 100년 전에 모아둔 힘을 발산하여 폭주하였는데.. 그 재앙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거다.
그러다 그녀는 다시 '천재 검사'에 대해 언급하며 내 이름 '링크'를 일기에 적었다!! 모두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모두'는 아니었다며... 100년 전, 프루아 앞으로 실려온 나에 대해 썼다.
당시 나는 전신에 상처를 입었으며, 그 모습이 너무도 처참해 재앙 가논의 힘이 무지막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프루아는 내가 천재 검사라 불리웠던 이유도 함께 적어 놓았다.
[ 링크.......
하이랄 성 역사상 최연소로 승격해 젤다 공주 직속 호위 기사로 발탁된 천재 검사....]
나는 하이랄 성 역사상 최연소로 승격한 검사였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젤다 공주의 직속 호위 기사로 발탁되었다고 했다. 으음.... 그게 최연소였던가? 성에서 검사로 인정받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그러니 '천재'라고 했겠지....? 아... 프루아의 일기를 읽고 있으니 조금씩 뭔가가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내가 그런 사람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단지 기억을 잃어서 그런 걸까?
프루아는 실려온 나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고 적었다. 젤다 공주의 부탁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마음에 걸리는 문장도 있었다. 그것은 '하이랄 왕가와 우리 시커족 학자는 옛부터 쌓인 것이 많았지만' 이었다. 프루아는 시커족 학자... 그 문장을 읽으니, 카카리코 마을의 보가드가 나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본래 시커족의 뛰어난 기술을 묻게 한 것은 하이랄 왕가였다는....
프루아가 시커족 학자와 하이랄 왕가 사이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걸 쓴 것은, 그런 의미일까?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다 공주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나를 회생에 수면에 들게 한 것은... 프루아가 실행했더라도, 젤다 공주가 하라고 했기 때문일 것이었다(임파는 그렇게 말했었다). 흠...프루아는 젤다 공주를 아끼는 것 같았는데.... 뭔가 관계가 복잡하네.
프루아는 젤다 공주가 남겼던 시커 스톤과 나를 회생의 사당에 옮겼고, 임상 실험을 해 보지 않았던 '회생의 수면'을 나에게 적용했다고 썼다. 잘은 모르겠지만, 안티에이징 기술을 자신에게 실험해 볼 정도로 뭔가 새로이 개발하면, 현실에 적용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은데... 회생의 수면 기술은 그럴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바로 실전에 적용할 수 밖에 없었다니... 나도 어쩌면 일종의 실험체인 셈이었다.
그래서 프루아는 나를 다시 만났을 때 내 건강을 궁금해했던 거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뭔가가 잘못되었다면 실험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 그럼에도 그녀는 당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썼다. 모든 것이 잘 되기만을 바라며... 단 하나의 희망을 걸고...
아. 혹시 그 잘못된 부분이 바로 나의 기억에 대한 것인가? 프루아의 일기를 그 즈음까지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험해보지 못한 회생의 수면의 부작용은... 기억상실일 수도.... 그걸 프루아는 일기엔 적지 않았을지라도,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프루아의 일기는 안티에이징 시도 후 닷새 째와 엿새 째때의 기록으로 넘어갔다. 안티에이징은 진행 속도는 줄었을지언정 계속되어, 엿새째에는 여섯살 정도의 나이까지 어려졌다고 했다. 십대라면 모르겠는데, 여섯살의 체력이면 ... 지금 꽤 불편하겠구나 싶었다. 안그래도 일기장에 투덜거리는 글이 적혀 있었다.
'키가 작아져서 높은 곳에 있는 물건도 못 꺼내고.. 완전 불편하다. '
이런 실험을 하면서도 프루아는 내가 언제쯤 다시 일어날지가 궁금했다고 일기에 적었다. 시커 센서 확장 기능을 개발했는데,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기술을 썩히는 것과 다름없다고...
그리고는 일이 과연 잘 될지도 걱정했다. 내가 어찌해서 깨어난다고 해도, 하테노 고대 연구소까지 잘 찾아올 수 있을까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본인 스스로 나를 깨우러 올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하...)
하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시몬이 못 미더워서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시몬은 프루아님의 팬이라고 했는데... 말을 잘 듣는 부하가 아닌가? 흠...
그러면서, 아무래도 여섯살짜리 몸으로는 이것 저걱 불편하니 나이를 먹는 아이템을 다시 개발해야겠다고 썼다... (ㅋㅋ) 왠지 프루아답다... 내가 프루아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일기를 계속 읽다 보니 왠지 프루아라면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루아는 안티에이징 적용 후 일주일째 회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적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이를 다시 먹게 해 주는 '부스트에이징' 아이템 시제품을 일단 개발했는데... 밖의 가마에 불꽃이 꺼지면서 가이드 스톤을 쓰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는 일을 적었다.
그래서 가마에 다시 불을 붙이려고 했지만, 잘 안 된 모양이다. 오히려 마을 아이들에게 의심이나 사고... (ㅋㅋㅋ) 이런 이유로, 나에게 그런 심부름을 시켰구나! 어쨌든, 프루아의 일기를 읽은 덕에 시커 스톤의 기본 기능을 되살리려면 가마의 불꽃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걸 굳이 심부름 운운할 필요가 있었을까? 시커 스톤의 회복에 필요한 일이라고 하면 별 말 없이 했을 텐데... (지금도 별 말 없이 하고 있긴 하지만....)
프루아의 방을 한 번 더 둘러본 후에 푸른 불꽃을 가지러 출발했다. 밖은 어두운 새벽... 하지만 동쪽에서는 어스름하니 밝은 빛이 떠오르는 것 같다. 시커 스톤을 제대로 살려서, 다시 기억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런 희망이 생겨, 나는 부지런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