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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 스톤의 사진기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26)

by 김엘리


프루아의 말대로,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고대 가마는 금새 찾을 수 있었다. 하테노 고대 연구소 언덕에서 마을 쪽을 바라보며 망원경을 켜서 보니 푸른 빛을 내고 있는 물체가 보였다. 저것이 틀림없겠지 생각하고 지도에 표식을 달았다. 고대 가마는 돌무더기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푸른 빛이 나오고 있어 멀리서도 잘 보이는 편이었다.



일단 패러세일을 펼쳐 아래로 내려갔다. 한번에 닿을 거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연구소에서 챙겨간 횃대(횃불)을 꺼내 불꽃을 옮겼다. 그러나... 하필, 그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프루아가 경고한 대로 푸른 불꽃은 그대로 꺼져버려... 나는 비가 그칠 때 까지 막연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반나절을 기다렸지만 비가 그치지 않았다. 시커 스톤의 날씨 알림을 봤지만 앞으로도 계속 비가 올 거라는 표시 뿐이었다. 하아… 고대 가마 주변엔 비 피할 곳도 없어서 마을에 내려갔다 왔다.


하테노 마을에 비가 자주 내리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하루 종일 오다니... 밤이 되어서야 비가 겨우 그쳤고, 나는 다시 어둠을 헤치고 언덕길을 달려 고대 가마에 갔다.



가마에서 횃대로 불을 옮긴 후, 불이 꺼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달렸다. 프루아가 신신당부 한 대로 중간 중간 촉대에 불을 밝히면서 비탈길을 올라갔다.



프루아는 경사가 덜 진 곳으로 올라오라고 했는데, 그냥 촉대가 보이는 곳으로만 가다 보니 경사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저 빨리 불꽃을 옮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목장을 가로질러 뛰다가 길을 잘못 들어, 돌아서 다시 하테노 고대 연구소로 가는 언덕길로 들어섰다.



하테노 고대 연구소에 다시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 10분. 쩝. 어째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나는 고대 가마에서 옮겨온 불꽃을 연구소 앞에 설치된 가마에 붙였다.



가마에 불이 바로 옮겨 붙자마자, 고대 연구소 입구 바닥에 있던 워프 마크에 푸른 빛이 돌았다. 아. 이제 워프 마크도 작동이 되는 것인가보군...



연구소로 들어가기 전에 이상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둘러보고, 횃불의 푸른 불꽃을 껐다. 프루아에게 바로 가서 시커 스톤의 기능을 회복시켜달라고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고대 연구소로 다시 들어갔는데, 다시 만난 프루아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뭐지?



프루아는 뭐 숨기는 거 없냐는 식으로 나를 쏘아보기만 했다. 무서운 분위기의 그녀....


"무.. 무슨 일...?"

내가 긴장하여 묻자, 프루아는 발끈하여 물었다.

"... 읽었지?"


아... 일기장 말이구나... 아니, 일기장 읽으라고 그렇게 ~ '읽지 말라' 한 거 아냐? 나는 그제서야 프루아가 화가 난 이유를 알고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프루아가 표정을 편하게 풀지 않아서, 안 읽었다고 하려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 읽었어요."



그러자 프루아는 쏘아보는 걸 그만두고, 다소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한 건 좋지만, 숙녀의 꽃밭을 짓밟으면 안~돼!"



그러더니 기다렸다는 듯, 으름장을 놓았다.

"자, 당연히 천벌을 받아야지? 스위치 온!"

그녀가 명령하자, 갑자기... 시커 스톤에서 뭐라 소리가 들렸다.



프루아는 의기양양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자, 네 시커 스톤 전~부 삭제했어! 확인해 봐!"

헉... 뭐라고???



나는 너무 깜짝 놀라 바로 시커 스톤을 켜 보았다. 그런데....



당황하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프루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빵 터졌다. 뭐야... 농담이었잖아...

"뻥이지롱~!!! 꺄하하~!"



그녀는 내 반응에는 상관 없이, 능청스럽게 가이드 스톤의 성대 모사를 자신이 잘하지 않았냐며 물었다. 그리고는 요즘 어린 아이들이 능숙이라는 단어를 쓰는지 속으로 궁금해했다. 프루아는 참 별걸 다 신경쓰는구나...



장난은 이쯤이면 됐다는 표정으로, 프루아는 어깨를 쭉 펴더니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푸른 불꽃을 내가 옮겨온 덕에 이제 뭔가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뒤를 돌아보라고 했다.



뒤를 돌아보니 가이드 스톤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프루아는 이걸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다. 그녀는 아까와는 딴판으로 아주 신이 나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가이드 스톤이 반응하기 시작했지! 이건 기현상이 아니라 필연이야!"

푸른 불꽃은 워프마크 외에도 가이드 스톤을 작동시키기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였구나...



프루아는 이제 준비가 다 되었으니 시커 스톤의 기본 아이템을 바로 부활시켜보자고 했다. 그러더니 자기가 하는 것처럼 '체키~'를 해 보란다.



아니... 체키를 꼭 따라해야 하는 거야? 좀 불만스러웠지만... 안 따라하면, 시커 스톤의 기능을 부활시켜주지 않는다고 으름장 놓을 수도 있겠지? 흐으... 나는 조금 망설이다 마지못해서, 말로만 '체키...' 라고 따라했다.



프루아는 기대한 만큼 내가 따라해주지 않아 약간 실망한 듯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무튼 시커 스톤의 복구 작업을 시작한다며 음성 명령을 내렸다.



"가이드 스톤 잠금 해제!"

가이드 스톤에서 삐리릭 소리가 나자, 프루아는 가이드 스톤 앞으로 가 보라고 했다.



가이드 스톤으로 가서 시커 스톤을 올려놓았더니 인증을 시작했고, 기본 기능이었던 여러가지를 인식하며 파손을 확인하고 스스로 복구를 시작했다.



사진기가 복구되자, 시커 스톤 기능 창이 모두 채워졌으며 - 그와 연동되는 앨범과 하이랄 도감도 새롭게 인식되었다.



사진기라는 것은,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을 순간적으로 그림으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아주 편리한 기능이었다. 내가 그림으로 담는 대상은 모두 앨범에 저장되고 그 중에서 하이랄 도감과 연결되는 물체가 인식되면 도감에는 자동적으로 등록된다고 한다.



하이랄 도감은 그야말로 하이랄에 서식하는 생물과 소재를 총 망라하는 지식 백과와 같은 것인데 - 몬스터와 무기, 보물의 정보도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찾아내는 대상을 사진기를 이용해 그림으로만 만들면 여기 자동 등록된다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모든 인식 절차가 끝나고 다시 시커 스톤을 돌려받았다. 프루아는 잘 고쳐졌는지 확인해 보라 하고는, 자신에게도 보여달라고 했다.



사진기와 하이랄 도감, 앨범을 모두 확인하더니 잘 적용되었다며 안심했다. 그리고는 바로 내게 사진기를 쓸 줄 아냐고는 물어보았다. 뭐... 시커 스톤 기능 적용시키는 것처럼 하면 되는 거 아닐까? 했더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을 찍어보라고 한다. 보이는 대상을 그림으로 만드는 걸 '찍는다' 고 하는구나...



나는 프루아가 시키는 대로 시커 스톤을 켠 다음, 사진기 기능을 작동시켰다. 시커 스톤을 통해 보이는 프루아는 실제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냥 전신 모습을 찍을까 하다가, 좀 더 대상을 크게 보이게 할 수 없나? 하고 살펴보니 '줌'이라는 기능이 있다. 화살표대로 기능을 적용했더니 프루아가 더 작게 보이기도 하고 크게 보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편리하구나! 가까이 확대한 프루아의 얼굴을 보니, 그녀의 눈이 참 크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사진을 찍고 나자 프루아는 신났다는 듯, 사진기에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매우 기대된다며.... 이런걸 보면 또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은 프루아...



프루아가 조르는 대로 다시 시커 스톤을 켰다. 사실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이는지는 나도 확인한 건 아니었으니까....



앨범을 켜서 찍은 그림을 보니, 내가 아까 본 대로 -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선명하고 정확하게 - 그려져 있었다. 결과물을 보니 정말 편리한 기능이구나... 감탄이 나왔다.



프루아에게 사진을 보여 주니 그녀는 다른 의미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머! 이 미소녀는 누구지?!"



뭐지... 이 난감한 자뻑 멘트는.... 거의 얼어붙은 나를 보자 프루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사이를 두고서는 내 표정을 살피는가 했지만 그녀는 역시 프루아...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아아! 나구나!! 어떡해!!!"

..... 내가 대답이 없자 스스로 대답하며 좋아한다… 흐.



내가 그녀의 말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당황하게 만들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살짝 삐친 듯해 보이긴 했지만... 그러나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다. 그 말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물론 프루아 앞에서 웃으면 안 될것 같아 꾹... 참긴 했지만...



프루아는 나의 웃음을 감지했는지 살짝 당황했으나,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 그... 그러고 보니 미소녀뿐만 아니라.. 오래된 풍경 사진도 앨범에 들어 있었지?"

응? 그랬나?



나는 다시 시커 스톤을 켜서 앨범을 들여다보았다. 프루아 말대로 그녀 얼굴 외에 기존에 찍었던 다른 사진들이 여러 장 저장되어 있었다. 총 12장이었다. 그런데 사람을 찍거나 한 것이 아닌, 모두 풍경 사진이었다. 프루아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슬쩍 한 마디 덧붙였다.


"... 옛날에 젤다 공주가 사진기를 자주 썼던 건 알고 있는데... 말이지..."



그리고 프루아는 100년 전, 재앙 가논이 등장하기 전에 내가 맡았던 주요 임무를 상기시켰다.



"있잖아 링크... 네가 젤다 공주 호위 기사였다는 건, 그 촬영 장소에 동행했다는 뜻이지? 넌 늘 젤다 공주 옆에 있어야 했으니까 말이야.. 그 사진이 찍힌 장소에 너도 있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프루아는 내게 뭔가 말하려다,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아 참... 넌 기억을 잃었지.. 깜박했네. 내 정신 좀 봐..."

뭔가 중얼거리던 그녀는 갑자기 뭔가 깨달았다는 듯 크게 소리질렀다.



"아니 근데 잠깐만!!!!"

그녀가 꽤 흥분하여 나도 동시에 조금 놀랐다.



"생각해 보니 오래된 풍경 사진이 네 기억을 되찾을 실마리가 될지도 몰라! 이 장소를 보면 뭔가 기억나는 게 있지 않을까? 젤다 공주가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너도 같이 있었을 게 분명하니까...."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뜬 프루아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발견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아... 프루아의 말을 듣고 보니 과연 일리가 있었다. 내가 젤다 공주의 호위를 맡았기 때문에 거의 함께 지냈던 것은 임파도 알려주었고, 프루아의 일기에서도 봤던 내용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시커 스톤의 사진들이 내게 어떤 연관이 있을지는 사진을 보고도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그 점을 프루아가 딱 짚어준 것이다.


하테노 마을 고향집을 알아본 것도, 사실 그 장소에 갔으니 기억이 어렴풋이나마 났던 거니까....



하지만 프루아는 그 사진이 젤다 공주가 찍었을 거라는 것은 짐작하면서도, 각각의 사진이 담긴 장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사실 젤다 공주가 찍었을 거라는 것도 예상인 거지, 확실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리고 사진을 들여다보았지만, 그 사진 속 장소가 어딘지 바로 떠오르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떤 사진들은 왜 찍었을까 싶을 정도로 밋밋한 ..풍경일 뿐... (뭐 개중에는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도 있기는 하지만... )


"이 사진들에 대해서는 임파와 상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젤다 공주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잘 아니까!"

젤다 공주에 대해선 임파가 더 잘 안다고? 흠.., 왜 그런지 물어볼까 망설이는데, 프루아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앗... 링크. 부탁할 거 또 생각났어."



프루아가 부탁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밖에서 수집하는 소재 중에 고대 부품을 발견하게 되면 자기 혹은 추낙 고대 연구소에 있는 '로베리'에게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다. 멈춰 있는 가디언을 보면 뭔가 하나씩은 꼭 나오는 고대 소재...그게 연구에 필요한 모양이었다.



프루아는 고대 소재를 가져다 주면 그에 맞는 보상도 하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이 찾는 고대 소재를 가져 오면 좋은 거를 해 준다고 하는데...



좋은 거라면 무얼 말하는 거냐고 프루아에게 다시 질문했다. 프루아는 좋은 질문이라며! 뜬금없는 칭찬을 하더니 곧바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알려줬다.



그건 바로 시커 스톤에 들어 있는 아이템의 기능을 파워 업 시켜 준다는, 아주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프루아는 시커 센서와 리모컨 폭탄, 그리고 타임 록 기능을 더욱 향상시켜 줄 수 있다고 했는데 각각 그 기능을 올리는 데 있어서 필요한 고대 소재는 달랐다.


시커 센서의 경우는 '고대의 나사' 3개만 있어도 되었다. 고대의 나사는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이니까 괜찮은데, 문제는 리모컨 폭탄과 타임 록 기능의 업그레이드였다. 리모컨 폭탄은 '고대의 샤프트 3개' 이고 타임 록은 '고대의 코어 3개' 였다. 고대의 샤프트는 지금까지 2개밖에 못 봤고, 고대의 코어는 ... 구경도 못했기 때문에 만만찮은 작업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건 그렇고, 프루아는 또 물어볼 게 있냐고 내게 말했다. 나는 추낙 연구소에 있다는 로베리에 대해 물어보았다.


"로베리는... 내 부하야."



"아마 여전히 추낙 지방 구석에서 가디언 연구를 하고 있을텐데... 우리 서로 사정이 있어서 100년간은 만나지 못했어. 뭐, 물론 편지로는 소식을 주고 받지만... 로베리는 가디언 연구에 있어서는 일인자라고 할 수 있어! 고대 소재를 가져가면 로베리도 기뻐할거야. 네게 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말이지."


가디언에 대해서라면, 로베리에게 가서 물어보라는 정보구나!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는 사진기의 앨범 속 저장된 그림들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임파에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대 소재 잘 부탁해! 그럼 또 봐~"


프루아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하테노 고대 연구소를 나왔다. 다시 카카리코 마을로 가자...! 뭔가 기억에 대해 하나씩 단서를 찾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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