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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요정의 샘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27)

by 김엘리


다시 카카리코 마을로 워프를 히려다, 하테노 고대 연구소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에 이끌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하이랄 왕국... 넓은 나라인 건 대략 짐작했지만, 이렇게 넓을 줄이야... 길을 헤매는 것 같아도 저긴 뭐지? 싶어 가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시시때때로 들었다. 그 와중에 사당도 불쑥 튀어나오고... (사당은 막상 찾으려 할 땐 센서조차도 안 울리는데...)



그래도 틈틈이 지도를 보면서 카카리코 마을 방향을 확인하며 이동했다. 돌고 돌아 카카리코 마을 윗산의 봉우리들이 보이는 걸 확인하러 등산을 했다. 저 멀리 폭포가 보이고... 저 폭포 뒤쪽을 넘으면 카카리코 마을로 가는 길이 나온다.



가다가 몬스터 몇 마리를 마주쳐 전투를 몇 번 했지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산으로 올라갔다가 뛰어 내리면서 다시 패러세일을 펼쳤는데, 계곡 사이로 작은 숲이 펼쳐진 것이 보였다. 나무가 울창한 숲이 카카리코 마을 주변에도 있구나... 하면서 점점 땅으로 내려오는데, 나무들 사이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의 신기한 나무를 보았다.


처음에는 나무인 줄 알았고, 주황빛이 도는 나무줄기는 특이하다 생각해서 주변 땅에 착지,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나무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본 것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커다란 봉우리였다.



'.... 이 모습...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여디에서 봤더라....?'

곰곰이 생각하다 아! 마용의 샘에서 이와 비슷하게 생긴, 커다란 봉오리를 봤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봉오리는 뭘까? 마용이 여기로 옮겨 온건가?



가까이 다가가 조사를 해 보았다. 내가 봉오리 주변을 서성대자, 안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마용의 목소리와는 완전 다른 느낌의 목소리였다.



"소년이여...."

우아하게 퍼지는 목소리는 나를 부르고 있었다. 무언가 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신비한 음악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봉오리 더 가까이 다가갔다. 뭔가 소리가 나는데 잘 안 들렸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니 봉오리 안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좋다고 하자, 여성의 목소리와 비슷한 그 우아한 울림이 말을 이어갔다.



"나는 대요정 크출라.... "

대요정이라고?? 아... 그러고 보니, 카카리코 마을의 칸기스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요정의 뭔가를 찾고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럼 여기가 요정이 있는 곳? 나는 긴장이 되어 저절로 침이 꼴딱 넘어갔다.



"과거 이곳은 아름다운 샘이었어... 그런데 해마다 헌상되는 루피가 줄어들어 힘을 잃고 이 지경이 되었지. 그러니 부탁이야... 약간의 루피를 베풀어 줘...."

돈을 달라고? 흠... 하이랄 왕국의 하일리아 여신 외에는 다들 돈을 필요로 하는군... 마용도 그렇고, 하테노 마을의 그 이상한 악마도 그렇고... 어떡하나 망설이는데, 대요정이 간청했다.



"부탁이야... 100루피만 있으면 충분해..."

100루피라면, 사실 그렇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돈을 줘도 될 지, 아닐지 망설여졌다.



나의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대요정 크출라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힘을 되찾으면 분명, 네게 도움이 될 거야..."



알겠다고 하고는 주머니에서 100루피를 꺼냈다. 그러자 봉오리 한 쪽이 열리면서 커다란 손이 나왔다. 가운데 커다란 반지가 끼워져 있는 그 손은 정말 커서, 깜짝 놀랐다. 100루피를 건네자 봉오리가 다시 닫히더니, 대요정은 루피를 베풀어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곧 이어 봉오리는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대요정 크출라는 힘이 넘친다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보라색의 연기와 처음 맡아보는 향이 사방에 퍼지더니, 갑자기 커다란 그 봉오리가 활짝 열렸다!



봉오리 안에는 반짝거리는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늘의 별빛을 그 안에 담아 놓은 듯, 여러 색의 빛이 어리다 사라지더니 커다란 감탄사와 함께 갑자기 그 물 안에서 대요정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요정 크출라는 두 팔을 번쩍 하늘로 올리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더니, 오랜만에 일어나는 듯 기지개를 켜는 듯한 동작을 보여주고 나를 마주 보았다. 그녀는 정말 화려한 요정이었다. 머리 장식에는 요정의 날개가 달려 있고, 온몸에는 각종 화려한 장신구를 달았다. 목에 건 목걸이는 매우 무거워 보였는데, 가슴께까지 펜던트가 내려와 있었고, 양쪽 팔꿈치 위에도 장식을 달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기분 좋은 기운이 대요정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빛이 그녀에게서 계속 넘쳐흘렀고, 대요정은 상당히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이렇게 말했다.

"... 너에게 신세를 졌구나... 덕분에 힘을 되찾을 수 있었어..."



"나의 힘을 되찾게 도와주었으니, 나도 네게 도움을 주어야겠지... 나는 세상의 여러 재료들을 가지고 사람들의 옷에 새로운 힘을 부여하는 능력이 있어.. 어디 보자... 너의 옷도 좀 더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아. 네 옷의 방어력을 올리면 너의 몸에 새로운 힘이 넘쳐 흐를거야... "


옷을 강화시켜 준다고? 그게 가능하다면... 몬스터와 대적할 때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을 게 틀림없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정은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재료만 갖고 오면 네 옷을 강화해 줄게! 한번 해 볼래?"



나는 어떤 재료들이 필요할 지 몰라서 일단 주머니를 열어 크출라에게 보여주었다. 크출라는 자신이 강화할 수 있는 옷들을 선택해 주었고, 각 옷의 필요한 소재가 무엇인지, 몇 개인지도 알려주었는데... 특이하게도 그녀가 필요하다고 집어낸 소재들은 모두 몬스터 관련 소재였다.


그녀는 아직 힘이 약해 많이 강화를 할 순 없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 대부분을 강화해 주었다. 마침 몬스터와 전투하고 팔지 않은 소재들이 잔뜩 있어서, 내 기대보다 다양한 옷을 강화할 수 있었다. 내가 강화하고 싶은 옷을 선택하자, 그녀는 눈을 감으라고 말했다.



"준비됐니? 자아...."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는 내게 입김을 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숨결은 아주 기분좋은 향이 났는데, 그녀가 내뿜는 빛도 함께 날아와 내가 입고 있는 옷을 감쌌다. 따뜻하고 달콤한 향이 나를 휩쓸고 지나가자, 시커 스톤에 표시되는 옷의 방어력이 올라갔다!



가지고 있는 옷들에 방어력을 부여하느라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크출라는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 중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세트를 동시에 힘을 부여할 수 있다면 전신에 새로운 효과가 나타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소재로는 더 이상 힘을 부여할 수 없다고 하면서, 새로운 옷과 소재를 넣었거나 아니면 다른 대요정들(언니들)이 힘을 되찾는다면 대요정의 샘을 다시 찾아달라고 했다.


"언니들이라면...."

내가 궁금해하자, 크출라는 본래 하이랄 왕국에 있는 대요정은 모두 4명이며, 자신은 그 중 막내라고 했다. 언니들은 하이랄 왕국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는데, 자신보다 능력이 높아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도 루피를 받은 지 오래 되어 봉오리에 다들 숨어 있을 거라면서... 언니들을 찾게 되면 부디 도움을 주라고 말했다.


알겠다고 하자 그녀는 다시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아앙~ 하는 소리를 내더니 샘 안으로 사라졌다. 요정의 샘에 물결이 잔잔해지자, 그녀가 나타났던 일이 꿈만 같았다.



요정의 샘에서 내려와 주변을 돌아보았다. 카카리코 마을 위편에 있는 숲속에 자리한 샘... 신비한 장소로구나. 그런데 주변을 보다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식물을 보았다. 하나는 '활력당근'이라는 것으로 매우 귀한 당근이었다. 요리를 하면 스테미나를 최대한으로 올려주는 능력을 갖고 있는 재료라 잘 챙겨두었다.



그리고 '고요한 공주'라는 꽃도 발견했다. 고요한 공주는 하이랄 왕국의 공주가 사랑했다는, 푸른 빛이 도는 신비한 느낌의 꽃이었다. 잘 발견되지 않아서 멸종 위기에 있다고들 했는데 최근에는 가끔이지만 스스로 자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꽃이라고 했다. 고요한 공주... 하이랄 왕국의 공주가 사랑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겠지만... 어째서 '고요한' 이란 수식어가 붙었을까...



나는 꽃을 바라보며 젤다 공주를 생각했다. 모습도 기억나지 않고, 목소리만 떠오르는 그녀다. 하이랄 왕국의 공주들이 사랑했다는 이 꽃을 그녀도 좋아했을까? 파란 색의 꽃은 잘 발견되지 않는 편인데... 하이랄 왕가를 상징하는 색을 띄고 있는 이 꽃을 두고 젤다 공주는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대요정의 샘에서 마을 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바로 카카리코 마을이었다. 패러세일을 펼쳐 마을 안으로 뛰어내린 나는 임파의 집을 찾아갔다. 저녁이라 사방이 어두워진 시각. 두런 혼자서 임파의 집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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