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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Jan 09. 2024

숲의 음악가, 보쿠린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31)


ㅇ월 ㅁㅁ일


오늘 일기부터는 그동안 빼먹고 있었던 날짜를 써 본다.

회생의 사당에서 깨어난 이후를 기억하고자 적는 글인데, 그동안 날짜를 쓰지 않아 시간이 어느 정도가 지났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라도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고 날짜를 쓴다.


오늘은 보쿠린을 만난 일을 적어봐야겠다.


카카리코 마을을 출발할 때는 밤이었다. 낮보다는 밤에 이런 저런 적들을 더 만나기 쉬운 법이라, 나는 마을을 떠나면서 미리 구해 두었던 '은밀 방어구 세트'로 갈아입었다. 소리를 최대한 안 내고 가면 적에게 들킬 확률이 적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카카리코 다리 쪽으로 난 길을 부지런히 내려가는데, 나무 아래에 왠 처음 보는 생물이 서 있었다. 첫눈엔 그간 발견하지 못한 식물 종류인가 싶어 망원경을 켜서 관찰했는데, 나름 팔다리가 달려 있고, 여기 저기를 쳐다보며 서 있기에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신기했다. 아무리 봐도 몬스터같은 살기는 느껴지지 않아서, 나는 그 특이하게 생긴 생물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내가 말을 걸자 그 생물은 아주 특이한 소리를 냈다.



"뀨웅!! 너! 내가 보여?!"

어라... 말이 통하네....? 그런데 자신이 보이냐고 묻다니... 보통은 안 보이는 건가?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라 일단은 보인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이 초록 생물은 내 기대와는 다르게 매우 기뻐하면서 춤을 추었다.

"야~호 야호! 뀽뀽 뀨~웅~ 100년만에 내가 보이는 사람 등장!"

100년만이라고....? 가만 있자.... 그렇다는 건.... 이 생물은 100년도 더 넘게 살았다는 소린데....

"하이랄 사람들은 당신을 못 보나요?"

그러자 이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기 소개를 하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보쿠린! 사실 다들 날 볼 수 없어서 곤란하던 참이었어... 일단 내 얘기 좀 들어 봐. "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를 못 봐서 힘들었다니, 보쿠린은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다소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지만, 왠지 선하고 좋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보쿠린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 소중한 마라카스를 저쪽의 몬스터들이 숨겨 버렸어~ "

마라카스? 나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 보쿠린에게 물어보았다.

"마라카스가 뭔데요?"

"마라카스는 나의 소중한 물건... 그게 없으면 춤출 수 없어~뀨웅"

그러더니 한쪽 팔을 들어 반대편의 돌을 가리켰다.



"저~~ 바위 맞은편에 있는... 놈들인데.... 마라카스, 저게 없으면 힘도 쓸 수 없어. 뀨웅~뀨웅~"

힘도 쓸 수 없다니, 뭔가 중요한 물건인가보다. 보쿠린은 내게 다시 애절하게 부탁했다.



"그러니 부탁이야!! 내 마라카스, 놈들에게서 되찾아 와 줄~~래~~~???"

놈들에게서 마라카스를 되찾아 오면 내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보쿠린이 말했다. 장담은 할 수 없다고도 했지만... 부탁한다고 여러 번 말하기에 알겠다고 했다. 뭐 몬스터.. 쯤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은 어떤 몬스터들이 보쿠린의 마라카스를 슬쩍했는지 파악해 보기로 했다.


사실 몬스터들의 동태를 살피기에는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밤이기도 하다. 갑자기 땅에서 솟아오르는 스탈류 몬스터들을 제외한다면, 리잘포스를 제외하고는 잡스런 몬스터들은 밤에 잠들기 때문에 습격이 쉬워진다.



살금살금 몬스터들이 깨지 않게, 보쿠린이 가리킨 돌기둥 위로 올라 보았더니 블루 보코블린 세 마리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은밀 세트가 진짜로 움직이는 소리를 줄여주는 모양이다. 보코블린들은 잠귀가 밝은 편인데,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걸어가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기회를 보아 들고 있던 창으로 습격! 공격을 감행했다.



습격의 경우 몬스터들의 허를 찌르기 때문인지 몰라도 공격력이 아주 높은 편이다. 이 때는 보코블린 세마리 모두 습격 공격 한번씩으로 해치웠으므로, 요란한 전투 없이 일을 해결할 수 있어 뿌듯했다.


세 마리를 해치우고 나니 몬스터 감시대 위의 괴물 상자가 빛났다.



괴물 얼굴 모양의 상자를 열자, 그곳에 보쿠린의 마라카스가 들어 있었다. 시커 스톤의 메모가 띠링 울렸다. 보쿠린의 마라카스는 2살 때부터 이미 흔들고 있었다고....? 시커 스톤에 메모가 남아 있다는 것은 100년전에 내가 보쿠린을 만났을 가능성이 크단 소리다.



마라카스를 되찾자마자 보쿠린에게 갔다. 마라카스를 품에 넣고 있었는데도 보쿠린은 뭔가 느낀 모양인지 깜짝 놀라며 내게 말을 걸었다.



"뀨웅!! 그건!!! 내 마라카스~ 나한테 줘~~ 줘~~~"

살짝 몸을 흔드는 보쿠린은 매우 기쁘고 신나보였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보쿠린에게 마라카스를 꺼내 줬다.



그런데 보쿠린은 마라카스를 확인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어갔다.

"아, 그런데 있지? 내 마라카스... 안에 있던 코로그 열매가 없어져서 평소처럼 소리가 안 나... 뀨웅..."



엣, 코로그 열매가 있어야 한다고? 이런 의외의 쓰임새가 있나... 놀라는 나를 보며 보쿠린은 코로그 열매가 1개라도 있다면 노래하고 춤춰서 자신의 힘으로 보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당신의 힘....?"

내가 이렇게 물어보자, 보쿠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어 네 주머니를 크게 해 준다거나 거나 거나~~~~~?"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숲의 아이들이 마라카스 안에 들어 있었던 코로그 열매를 가져가는 바람에 자신이 코로그 열매를 찾으러 나섰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주머니라면... 내 시커 스톤의 주머니...?"

내가 이렇게 물어보려는데, 보쿠린이 갑자기 냄새를 맡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킁킁.... 이 냄새! 코로그 열매!!"



그러더니 아주 신이 난 듯, 마라카스를 번쩍 치켜 들면서 나에게 이렇게 외쳤다.

"너! 숲의 아이들한테서 코로그 열매, 되찾아 와 줬구나!"



보쿠린은 내게 보답으로 코로그 열매를 1개 주면 원하는 주머니를 크게 해 준다고 제안했다. 안그래도 무기나 활, 방패를 담을 주머니 칸이 몇 개 없어서 곤란하던 참인데, 잘 되었다. 내가 부탁한다고 하며 코로그 열매를 건네주자 보쿠린은 어느 주머니를 크게 하겠냐고 물어보았다. 무기 주머니 늘리는 게 가장 시급해서 '무기 주머니'라고 알려주자 보쿠린은 같이 춤추자고 하고는 코로그 열매를 마라카스에 집어넣었다.



보쿠린의 마라카스는 매우 신기한 물건이었다. 마라카스 안에 그 냄새나는 열매 1개만 넣었을 뿐인데, 아주 빠르고 신나는 가락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마라카스는 붉게 빛났다. 보쿠린은 열정적으로 엉덩이와 팔다리를 흔들며 춤을 췄다.



보쿠린이 마라카스를 흔들며 머리 위로 두 손을 뻗자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시커 스톤의 화면이 바뀌었다. 시커 스톤을 열어보니 정말, 보쿠린의 말대로 무기 주머니 칸이 하나 늘어났다! 와!



기쁜 나의 마음을 반영이라도 하듯 보쿠린은 '짠 짜짜짜 짜~~~안' 이라는 추임새도 넣었다. 큭. 어떻게 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무기 주머니 한 개를 늘리자 보쿠린은 냄새를 또 맡더니, 내가 코로그 열매를 더 갖고 있으므로 주머니를 더 크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활 주머니를 늘리겠다 하자 보쿠린은 앞에서 보여준 춤을 마라카스를 연신 신나게 흔들며 다시 보여주었다. 자꾸 나보고 같이 추자고 하는데, 춤에는 영 관심이 없어서 그저 웃고만 말았다.



그렇게 활 주머니도 늘렸다. 보쿠린은 주머니가 늘어나자 같이 기뻐해 주었다. 꺅꺅 소리를 내던 보쿠린은 이제 자기는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 그러면 할아버지께 혼난다면서....



속으로 100살이 넘은 보쿠린에게 할아버지가 있다니 놀랍다 생각했다. 보쿠린은 나에게 이제 돌아가야 하므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코로그 열매가 부족하니 열매를 더 모으면 '코로그의 숲'까지 가지고 와 달라고 하며, 마라카스를 되찾아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있다고 인사를 했다.



나는 보쿠린에게 코로그의 숲에 대해서 물어봤다. 지도를 아직 다 밝히지 않았으니 어디에 있는지 대략 방향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보쿠린은 코로그의 숲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머뭇거리며 대충 방향만 알려주었다. 아무튼 북쪽에 있다면서... 그리고는 할아버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미아가 되면 하일리아강을 따라 북쪽으로 가'라고 하셨으니까 아마도 그럴 거야~"

그리고는 약간 아쉬운 듯, 조금 더 이야기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나는 가장 궁금했던 '보쿠린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나의 질문에 보쿠린은 깜짝 놀라더니 어쩔 줄을 몰랐다.



"어라? 어라 어라??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도 제대로 안 했었네?"

그러더니 자신의 이름과 함께 '코로그의 숲 음악가'라고 말해주었다. 음... 음악가라...



그리고는 마라카스를 혼자 흔들면서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며 리듬을 따라 몸을 흔들었다. 신기한 존재였다. 특이하게도 노래하며 춤추면 주머니를 더 늘려주는 능력이 있다니...자신의 힘에 대해서도 '예를 들면'이라고 한 걸 보니, 보쿠린에게는 또 다른 능력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란 생각도 했다.



나는 보쿠린에게 코로그 열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려달라고 했다. 보쿠린은 조금 놀라는 듯 했지만  - 대답을 하기는 하는데 조금 횡설수설했다.



"..어.. 코로그 열매라는 건~ 그러니까~ 코로그 아이들의~~... 조금 딱딱한..."



보쿠린은 뭔가 망설이는 게 틀림없었다. 그는 말을 멈추고 나를 잠시 바라봤다.

"뭔데요~?"

내가 기다리다 못해 재촉하자, 보쿠린은 정색을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이상은 크게 말 못하겠어~"



응? 그게 다야?

보쿠린은 내게 서둘러 작별 인사를 날렸다. 그리고는 마라카스를 흔들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뭔지 모르겠지만일부러 알려 주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뭔가 더 묻고 싶었지만, 이제 작별해야 한다는 보쿠린을 더 붙잡지는 않기로 했다.


코로그 열매를 모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코로그들이 그랬는데, 이걸 말하는 것이구나. 왜 그렇게 이상한 냄새가 나는지 알아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코로그 열매를 모을 이유는 충분했다. 어쩔 때는 코로그 열매 모으기 도전이 귀찮았는데, 열심히 모아서 다음에 보쿠린을 만나면 주머니를 열심히 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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