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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Jan 11. 2024

두 번째 기억 - 젤다 공주의 고뇌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32)


ㅇ월 ㅁㅇ일의 일기


오늘은 길을 잃은 줄 알았다가, 하시모라는 사람을 만났다!


카카리코 마을을 나온 이후 4신수를 되찾기 위해 어느 마을을 가장 먼저 가야 할 지 생각해 보았다. 가장 가까운 마을부터 가는 것이 순서겠으나, 하이랄 왕국의 지도를 다 얻지 않았으니 길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었다.


쌍둥이산을 중심으로 두고, 혹시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있나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들판에는 길게 자란 풀들이 바람 가는 길따라 누웠다 일어섰다를 반복했고, 굵은 나무들은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쌍둥이산 주변에는 넓이가 제법 되는 강이 흐르는데, 그 길을 따라 방향감각을 잃은 채로 정처없이 걷기도 했다.


드문드문 가는 길을 방해하는 적들과 싸웠다. 몬스터 처치를 하다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으면 가 보고, 그러다 코로그들이 수상하게 숨어 있는 걸 보고 찾기도 하다 보니 ... 나중에는 내가 어디 있는 거지? 싶은 순간들이 자주 찾아왔다.



그러다 강 건너편에 붉은 보코블린 떼가 신나게 춤을 추며 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가끔 몬스터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공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안 한다면 어떻게 할건지를 생각하곤 한다. 그때 멀리 떨어져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이랄 왕국은 몬스터들에게도 평화로운 곳인가 싶어 웃음이 나왔다. 이럴려고 젤다 공주가 재앙 가논을 봉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 터인데...


오늘은 괜시리 괘씸한 녀석들이란 생각이 들어서 몬스터들을 들쑤시기로 했다. 가만 둘 수 없지! 가서 모조리 물리치고 전리품을 얻었다!



그사이 날은 구름이 끼어 날은 흐려졌고, 바람 방향이 바뀌었다. 들꽃들이 피어 있는 들판을 뛰어 강을 따라 계속 가다가 시커 스톤의 지도를 열었다. 이전보다 북쪽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확인했던 순간, 나는 고개를 들었다가 우뚝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그 강 주변에 가디언의 잔해가 여기 저기 널려 있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보기엔 낡은 가디언 잔해이고 녹슬어 보이는데다 멈춰 있지만, 그 중에서 움직이는 가디언도 있다는 걸 경험한 뒤로는 잔해라고 하더라도 조심하게 되었다.



조심스레 다가갔다가 고대 소재 하나씩을 챙기는데 시커 센서가 울리기 시작했다. 방향을 보면서 센서가 가리키는 곳이 어딘지 찾는데, 이어진 길은 마차가 양방향으로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이 넓은 다리에 닿았다. 그 다리 건너편에 붉은 빛이 번쩍이는 사당이 있었다. 사당을 보면서 다리를 건너가야겠다 싶어 다리 앞 계단을 올랐다. 그러다 창을 든 남자가 앞에 서서 어딘가를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남자는 손을 들어 눈썹 주변에 갖다댄 상태로 '말세다...' 중얼거리고 있었다. 왜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할까 싶어 그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는 나를 쳐다보지 않은 채 계속 불길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불길한 예감엔 익숙하지만 이번 불길한 예감은 평소보다 더... 아주 더하군...."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의심스럽다는 듯, 틱틱거렸다. 나 역시 그를 빠르게 머리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어보았다. 뾰족한 귀를 보니 하일리아인이다. 그는 하테노 사람들은 잘 입지 않는, 꽤 튼튼해 보이는 바지에 검붉은 색의 상의를 입고, 조끼 및 여러 겹옷을 겹쳐 입었다. 등에는 이런 저런 짐이 가득 들었을 법한 배낭을 메고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탐색하는 사이, 나는 그의 눈빛이 날카롭다 느꼈다.



"너, 못 보던 얼굴인데 뭐 하는 녀석이지?"

그냥 여행객이라고 할까 어쩔까 하는데, 그는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조금은 경계를 풀었다.



"뭐, 상관없어. 혼잣말도 지겨웠는데 마침 잘됐다. 너도 땅에서 솟아난 그거.... 봤어?"

"...? 땅에서 솟아난 그거... 라니?"

의외의 질문에 놀란 나에게 그는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땅에서 솟아났다면 버섯 말하는 줄 알았지? 아니야.. 버섯 말고, 탑 말이야."



그는 얼마 전에 땅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탑 때문에 아주 놀랐다면서, 한가지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 줄까? 하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것도 이 세계 여기저기에서 같은 현상이 있었다고 하더군."

아. 탑 이야기구나.. 안 그래도 탑을 찾아가서 지도를 얻어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푸른 빛이 도는 탑을 가리켰다가 이번엔 내가 가려고 했던 사당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신기한 이야기는 그것 뿐이 아니야. 옛날부터 있었던 낡은 사당이 갑자기 빛나지 뭐야?"

그리고는 손을 내저으며 한탄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 이제 말세라는 소리야. 세상 끝났다는 거지."



그러더니 그는 전엔 없었던 일들 때문에 계속 지켜보게 되는 게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어서 관찰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저거라니, 뭘 말하는 건가 싶어 그에게 다시 물었다.



"저거?"

그는 아주 답답했는지 나를 아주 눈치없다는 한심한 투로 보며 약간 투덜댔다.

"저거 하면 당연히 가.디.언.이지! 너 하이랄 옛날 이야기 몰라?"



하이랄 옛날 이야기... 따위를 기억할 턱이 있나... 흣. 고개를 가로젓자, 그는 내게 가디언에 대해 조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저기 있는 거 보이지? 항아리를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인 거... 가디언!"



그리고는 다시 떠올리기 싫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나는 움직이는 저것한테 들켜서 쫓겨다닌 적이 있었어."

뭐라고? 나는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 가디언 밖에 못 봤다. 그런데 움직이는 가디언이 있는 건가? 놀라서 나는 이렇게 바로 물어봤다.

"바로 저기 있는 저거에?"



그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아니라고 했다.

"아니. 저기 있는 거랑 다른 거. 내가 쫓겼던 가디언은 여기서 성 쪽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숲... 바로 앞이었는데... 십년감수했어! 들키면, 빨간 빛이 날아 온다니까???"



그럼 여기서 하이랄 성이 멀지 않다는 이야기인건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살벌한 눈빛으로 그 때의 경험담을 계속 풀어놓았다.



"아, 이제 나는 죽었구나... 그때는 각오를 했지. 빨간 빛이 날아와 계속 쫓아오길래 피하려고 이리저리 뛰었어. 그러다 보니 그래도 어떻게든 간신히 숲 속으로 도망을 쳤어."

"오.. 운동신경이 좋은 모양이군..."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별일도 아니라는 듯 그런 걸 다 물어보냐며 손을 휘저었다. 그는 가디언이 정말 위험하다고 하면서, 하이랄 성 주변에는 갈 일이 아니라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듣자하니 하이랄 성 주변에는 그런 가디언들이 우글우글하대. 너도 조심해라."


걱정을 해 주는 걸 보니 첫인상과 다르게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여기서 뭘 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의 이름은 하시모라 했다. 그는 걱정이 많은 타입인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길에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진지하고 무언가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몬스터들이 여기저기 많이 나타나잖아... 내가 하고 있는 건 순찰이야, 순찰. 이 다리는 교통의 요지니까. 몬스터가 다리에 들러붙지 않도록 내쫓기도 해야 하고 여러모로 힘들다구."

그의 말이 맞다. 여러모로 힘든 일이다. 내가 그의 말에 맞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 주니 그는 조금 기분이 풀린 듯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보라고 했다.



"뭐든지 물어봐. 말동무 정도는 되어 주지."

"... 길 좀 가르쳐 줘. "

"어디로 가고 싶은데? 이 주변에선 카카리코 마을, 시작의 대지가 가깝지."



하시모는 가지 말라고 했지만, 하이랄 성이 멀지 않다면 길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이랄 성으로 가고 싶긴 하지..." 라고 운을 떼 보았다. 그러자 하시모는 예상 안의 반응을 보였다. 내가 아까 말했는데도! 라는 투로 눈을 치켜 뜨며 나를 보았다.



"하이랄 성? 이봐이봐... 가디언이 우글거리는 그런 곳은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구!"



그리고는 하이랄 성 방향을 손을 들어 가리키면서, 꼭 가봐야 아냐는 투로 말했다.

"봐, 저기 보이잖아... 멀리서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좋을 거야."


하이랄 성이 보이긴 하지만 내 기대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여기가 가는 길목인 셈인가.. 나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다 알겠다고 고갤 끄덕였다. 어차피 하시모는 더 이상 알려주지 않을 거 같으니. 그리고 간다고 해도 움직이는 가디언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움직인다면 얼마나 빨리 움직일까? 하시모는 겨우 피할 수 있었다고 했으니... 나도 그렇지 않을까? 흠...



그는 잘 가라며 인사를 전했다.

"잘 가. 서로 행운을 빌자."


그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나는 사당 쪽으로 달렸다. 그는 다리 주변을 살펴보려고 창을 세워 들고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하시모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인사는 왠지 전쟁터에서 함께 생사고락했던 동료들, 전우들을 만나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 살짝 울컥했다. 무운을 빌자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던 일... 다시는 만나지 못할 지도 모르는 인연들... 100년전의 우리는, 너무 안일했던건가.....



시련의 사당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던 그 밤. 나는 다리를 건너 사당에 들어가 시련을 통과하여 극복의 증표를 받았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해가 휘영청 뜬 낮이었다. 시간이 잘도 가는구나 싶었다.


사당 주변에는 모리블린들이 여러 마리 퍼져 있어 그들을 피해 강을 따라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 꾸준히 나타나는 츄츄와 키이스들을 물리치고, 말을 타고 달리는 보코블린 떼를 상대한 이후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소리를 따라 갔더니 오랜만에 마구간에 당도할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리버사이드 마구간! 강가 주변에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나보다.


보통은 마구간 주변에 사당이 있기 마련인데, 여기는 마구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옆에 있어서 편했다. 사당에 들어가 퍼즐을 풀고 극복의 증표를 얻어 나온 후, 마구간에 숙박했다. 오랜만의 마구간.. 생각보다 손님은 없다. 이제 자야지! 너무 피곤하다.




ㅇ월 ㅁㅂ일


침대에서 잘 자고 일어나 보니 상쾌한 아침이었다. 마구간 안에는 테리가 있어서 부족한 화살을 좀 구입했고, 그 후 요리를 하려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마구간 앞에서 칸기스 할아버지가 아침부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아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워서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 역시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대요정의 샘을 찾아 준 일이 오래전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할아버지 역시 뜻밖이라고 말했다. 계속 여행 중이냐고 물은 할아버지는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 주겠다고 하기에 시커 스톤의 앨범을 켰다.



시커 스톤을 꺼내 사진을 이것 저것 보다가 쌍둥이산이 바로 보이는 사진이 왠지 이 근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할아버지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었다. 할아버지는 사진을 보자마자 장소 이름을 바로 말했다!



"음, 이 연못은 코모로 연못이군. 여기서 서쪽에 있는 조금 특이한 모양의 연못이지. 그 연못의 서쪽에는 숲이 있어. 나무도 그려져 있는 걸 보니 그 주변 아니겠나?"



할아버지는 제법 아름다운 곳이었다면서, 찾기 어렵지 않으니 꼭 들러 보라고 말했다. 당연히 들러야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할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바로 서쪽으로 달렸다.



가다가 나타난 츄츄를 해치우고, 키이스에 맞서며 수풀을 헤치고 달렸더니 멀리 붉은 대지의 산이 보이고 그 앞에 나무가 무성한 숲이 보였다. 혹시 눈앞에 보이는 숲이 칸기스 할아버지가 말한 그 숲인가? 거의 다 찾았을지 모른다는 기쁨에 주변을 둘러보며 뛰었다. 그런데 왼쪽에 파괴된 건물의 잔해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큰 연못을 바로 옆에 둔 건물의 잔해였다. 시커 스톤의 알림으로 이곳이 '코모로 주둔지 옛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앞의 연못은 코모로 연못이 맞겠군! 확신에 차서 연못쪽으로 가려는데, 건물 사이에서 끄륵 크르릉 거리는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그들과 싸우고 있는 소리가 났다.



몸을 낮추고 건물 사이로 숨어들었다가, 벽을 올라 어디서 전투를 하고 있는지를 둘러보는데, 바로 앞에서 한 여자와 남자 커플이 블루 보코블린과 붉은 보코블린, 두 마리와 싸우고 있었다. 도와줘야지 싶어서 바로 끼어들어 화살을 날린 후 보코블린들을 처치했다.


싸움을 끝내고 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여자 이름은 '톰미'이고 남자는 '닐바'인데, 대화를 나누어 보니 둘은 커플이 아닌 것 같았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톰미는 자신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면서, 살짝 아쉬워했으나 내가 몬스터를 처치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의 표시로 사례를 했다. 톰미는 보물을 찾으러 다니는 '트레저 헌터'라고 했는데, 닐바는 그런 톰미의 보물찾기에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몬스터가 사라지자 톰미는 보물찾기를 한다면서도 다른 행동을 하며 노는 것 같고, 닐바는 톰미 대신 유적의 잔해를 뒤졌다. 내가 닐바에게 말을 걸자, 톰미는 닐바에게 딴청 피우지 말라면서 닐바를 질책했다.


둘이 싸우는 걸 내버려두고 나는 다시 기억의 장소를 찾기 위해 연못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 주변에서 쌍둥이산이 갈라진 모습이 잘 보이는 곳은 어디지?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 긴 수풀을 헤치며 여기저기 보는데, 사진에 담겼던 작은 언덕의 모습이 보이는 장소에 도달했다. 여기가 맞지 않을까?



연못의 물은 해질녘 노을에 물들어 있었고, 멀리 있는 돌섬에는 파괴된 잔해가 보였다. 쌍둥이산 사이의 갈라진 틈으로 해가 넘어가는 걸 보면서, 나는 시커 스톤의 앨범을 켜서 사진을 열었다.



비록 사진을 찍은 시간대는 달라도, 이 장소가 맞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진기 속 사진을 찾아 위치를 조금 옮겨서 서자, 지난번처럼, 젤다 공주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공주는 연못가를 거닐고 있었다.



"아...."

그래, 다시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희미하고 드문드문 생각나던 기억의 파편들이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연못가를 따라 걷는 젤다 공주를 부지런히 쫓아가며 그녀의 등 뒤를 지켜보던 일이 생각났다.



젤다 공주는 시커 스톤을 들고 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 계획은...



"지금부터 고론 시티로 향할 거예요. 신수와 다르케르의 연계를 향상시킬 조정이 필요하거든요."

고론 시티? 음... 4지역 중 한 곳의 이름인건가....? 신수... 다르케르... 둘의 연계?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둘을 연결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소리인 것 같다.



그런데 젤다 공주는 한번도 내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계속 이야기 할 뿐... 내게 뭔가 화가 났나?

"몇 번 움직였다고는 해도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 있어요."


신수가 몇 번 움직이긴 했지만 뭔가 뜻대로는 잘 안 되었던 걸까...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니.. 그래서 젤다 공주는 이렇게 유물 연구에 열심인 것이었나...



나는 호위기사로써 그녀가 하는 말은 빠짐없이 듣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는데, 당시엔 젤다 공주의 쌀쌀맞은 말투는 개의치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임무가 중요하지.


젤다 공주는 시커족의 기술로 만든 신수는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잘 되지 않아도 결국 그건 사람의 손으로 만든 거니까...


"... 그렇지만 그것 또한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



"사람의 작품이라면 틀림없이 이해할 수 있을 테고, 사용하는 방법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생각해서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 반드시 그것을 재앙 가논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에요. "


새롭게 다짐을 하는 젤다 공주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말하던 공주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좀 시무룩해 보이기도 했고, 뭔가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기분을 감지한 나 역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젤다 공주는 내쪽을 슬쩍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그 등에 있는 검을 잘 다루고 있나요?"



"그 검에 깃들어 있다는 내면의 목소리...... 그게 들리나요?"


그게 들리나요? 그게 들리나요...? 그게... 들...리...나...요....?

젤다 공주의 마지막 질문이,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퍼지는 파문처럼 내 안에서 여러 번 울렸다.



마스터... 소드의... 내면의 목소리?

젤다 공주가 말하는 그 내면의 목소리란 것은, 내가 마스터 소드를 처음 뽑았을 때의 일을 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검과 통한다고 느꼈던 것은 ... 지금 기억나는 건... 그때 뿐.... 이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해지며,  마스터 소드를 내가 뽑기는 했는데 어디서 뽑았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검이 내 앞에서 빛나고 난 후,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앞뒤가 뒤엉키며 여러가지 잔상들이 떠올랐다. 라넬산에서 내려와 수련에 실패했다고 말했던 슬픈 얼굴의 젤다, 회생의 사당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일, 재앙 가논이 포효하며 하이랄 성이 붉은 기운으로 휩싸이고....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붉은 달이 뜨고 있었다..다시 악마의 기운이 강해져 사라져 몬스터들이 돌아온다는 그 시간...


하지만 나는 붉은 달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방금 떠올린 기억에 대해 곰씹으며 주변에 부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젤다 공주의 질문... 마스터 소드의 목소리가 들리냐고?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 왜 그걸 물어본 걸까....



젤다 공주에게 내가 대답을 했는지 아닌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억을 여러번 돌이켜 봤지만 그녀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도 전혀 짐작가지 않았다.


마스터 소드를 뽑음으로써 퇴마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나에 대해, 자격을 확인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 거다.. 비꼬는 투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슬퍼보이기만 했다. 마스터 소드를 잘 다루고 있느냐...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느냐... 그 질문은 ... 나는 어떻게 그걸 할 수 있는 거냐는 그런..... ?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젤다 공주가 자신의 힘을 각성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사진기의 기억을 찾았을 때의 일을 생각해 봐도 그랬다. 모두들 그녀의 힘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으니...


그 답답함 때문에 내게 그런 질문을 했을까?

이번 기억은 찾았다 해도 뭔가 찜찜했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젤다 공주가 왜 그런 의문을 가졌는지는... 다른 기억들을 더 찾아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 새 붉은 달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젤다 공주가 말했던 고론 시티로 가야 할까? 거긴 어딜까?

시커 스톤을 열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찾은 지도 중에는 그런 지명이 없었다. 그래. 일단 탑을 올라 지도를 얻는 것이 먼저 할 일이겠구나. 나는 탑을 찾기 위해 높은 지대로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지도를 얻고 나면 어디든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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