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65)
나는 신수 바 루다니아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을 하기 위해 브루도를 다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내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말이지, 윤돌은 그 다르케르님의 자손이야! 자손이라 그런지 윤돌 그놈 다르케르의 수호도 쓸 수 있다고."
아. 윤돌이 다르케르의 자손이라고? 내가 알기로는... 고론족은 남성/여성이 없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자손이 있는 거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브루도의 말이 이어져서, 나는 궁금한 점에 대해서 브루도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브루도의 말이 길어서, 이 말을 다 듣고 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는 내가 질문하지 않아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술술 뱉었다. 브루도는 윤돌이 다르케르의 수호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루다니아를 다시 데스마운틴 분화구 안으로 돌려보내는 데 윤돌의 능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거기다 한마디 더 중요한 정보를 내게 알려주었다.
"놈한테 보통 대포알은 효과가 없으니까 말야..."
보통 공격으로는 루다니아에게 충격을 줄 수 없다는 정보는, 루다니아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자가 바로 윤돌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브루도에게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윤돌을 찾아가야 되겠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브루도는 이야기가 길었다면서 루다니아를 쫓아내기 위해 가봐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려다 큰 신음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요통 약을 썼다더니... 다시 통증이 도졌나?
"괜찮으세요?"
내가 그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는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처음 브루도를 만났을 때 보다도 지금 표정이 훨씬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는 너무 아픈지, 끙끙거리다 겨우 이렇게 중얼거렸다.
"괜찮.... 지 못하네, 여행자 형씨...."
그리고는 아무래도 오늘은 루다니아를 쫓아내러 가지 못하겠다고, 내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미안하지만 형씨... 먼저 간 윤돌한테 오늘은 중지하자고 전해 주겠나...? 윤돌은... 올딘 다리에 있을 터인데...“
아파하는 브루도를 보니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지만, 브루도가 나서지 않는 지금이 기회다. 윤돌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어서 가서, 루다니아 안으로 들어갈 방도를 찾아야 했다.
나는 지도를 열어 올딘 다리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 서둘러 고론 시티의 언덕길을 올라 다리를 건넜다. 언덕길이 계속 이어져 있어 올라가는데 숨이 턱까지 찼다. 날도 더운데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정신이 없을 무렵 뜨거운 열기가 살짝 가셨다. 어떻게 된 거지 싶어 주변을 돌아보니, 고론 온천 지대가 나왔다.
온천이라니~ 이건 참을 수가 없지!
윤돌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마음이 급했지만 잠깐 온천물에 몸을 담가 보기로 했다. 옷을 벗고 들어가기가 뭣해 그냥 돌갑옷 채로 온천에 들어갔다. 돌갑옷 덕분인지 온천의 물이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따스한 기운에 피곤했던 근육들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다.
그렇게 잠깐 앉아 있으니 신기하게도, 시커 스톤에 표시되는 내 생명력이 회복되고 있음이 표시되었다. 기분이 꽤 좋았다. 멍하니 앉아 다르케르가 말했던 울퉁불퉁한 바위 능선을 바라보고 있으니, 하이랄 왕국이 평화로웠던 시절에 고론 시티에 온천을 하러 온 기억이 났다.
고된 훈련이 끝나고 난 뒤, 근육통이 심할 땐 고론 시티의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이 좋은 치료법 중 하나였기에, 시간이 날 땐 고론 시티에 오곤 했었다.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셨던 방법이기도 하고... 덕분에 다르케르를 만났었지...
고론 시티까지 오는 길은 꽤 험난한 길이었고, 몬스터들도 많이 나오므로 각오를 단단히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물론 어릴 땐 혼자 오지 않았지만, 한번은 어쩌다 일행과 떨어진 적이 있었다. 데스마운틴의 좋은 온천을 찾으러 나섰다가 길을 잃었나 싶었을 때, 몬스터 여럿이 나타났다. 가지고 있는 검을 뽑아 상대하고 있는데, 위쪽에서 뭔가 큰 소리가 났다.
슬쩍 돌아보니 엄청나게 큰 체구의 고론족이 나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를 상대하던 중이라 그에게 말을 건넬 수 없었다. 보코블린 무리를 처치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그때도 나를 바라보던 고론족 뒤에 다른 몬스터가 있었다. 나는 화살을 날려 그 몬스터의 머리를 맞추었다.
그 때 그 고론족이 다르케르였다.
몬스터를 얼추 해치우고 나자, 다르케르는 “하일리아 꼬마가 제법인데?” 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신세를 졌다며, 근처에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같이 먹고 가라고 권했었다. 어릴 땐 뭣도 모르고 받아먹었던 그 딱딱한 음식은 나중에 알고 보니 '로스 바위'로, 고론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위의 일종이라고!
먹고 나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좀 힘들지만, 다르케르는 나를 만났을 때 틈만 나면 로스 바위를 챙겨주었다. 사양해도 소용없는 일임을 알기에, 그가 권하면 최대한 맛있게 먹도록 노력하는데... 한번은 내가 로스 바위를 먹는 모습을 젤다 공주가 본 적이 있었다. 그 순간 젤다 공주가 내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을 봤다. 나와 눈을 잘 마주치지도 못했던 그녀였는데, 그냥 바라봐도 큰 그녀의 두 눈동자가 더 확대되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것 같기도 했던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기 때문에, 왠지 부끄러워졌다. 다르케르는 젤다 공주에게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데... 젤다 공주는 괜찮다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럼에도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받고 있자니 마주 볼 용기가 사라진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로스 바위를 먹어치웠다. 그 때 먹은 로스 바위는 무슨 맛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커 스톤에 나의 생명력이 가득 찼다는 알림이 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어 몸을 일으켜 바로 윤돌을 찾으러 갔다. 브루도가 말하길 올딘 다리에 있을 거라고 했던가?
시커 스톤을 켜서 지도를 다시 확인한 나는 서둘러 올딘 다리 쪽으로 뛰었다. 다리로 가는 길의 경사가 꽤 있어 쉽진 않았지만…
그렇게 언덕길을 뛰어오르다 곧 오른쪽 방향에서 윤돌을 발견했다. 그런데, 다르케르의 수호로 몸을 감싼 채로 덜덜 떨고 있었다! 주변에 모리블린 두 마리가 윤돌을 에워싸고 위협하는 중이었다. 정말 겁이 많구나... 나는 실소가 튀어나왔지만, 검을 뽑아 들고 모리블린에게 덤벼들었다. 양손검을 휘둘러 두 몬스터를 처치하고 나서 다시 대포로 돌아오자 윤돌은 공손히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윤돌에게 말을 걸자, 그는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인사를 했다.
“구해 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위험했어꼬로… “
하지만 그는 이내 약간 곤란한 듯, 두텁고 큰 손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후우…… 그건 그렇고 반장은 아직인가……”
윤돌의 중얼거림을 들은 나는, 바로 윤돌에게 오늘은 반장이 루다니아에게 대포 쏘는 일을 중지한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윤돌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내게 다시 물었다.
“뭐야! 중지?? 어째서?!”
나는 윤돌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브루도 반장의 허리 통증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돌은 그 말에 약간 허탈해 보이기도 했다. 약간 짜증나는 투로, 투덜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기껏 가지러 갔는데……. 그 진통제가 안 듣다니꼬로…”
하지만 윤돌은 이내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반장이 못 온다면 어쩔 수 없지. 일단 돌아가야겠어꼬로…”
이제 말을 꺼낼 참인데, 돌아간다고? 그렇게는 안 된다 싶어 마음이 급해진 나는, 윤돌에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어리둥절해진 윤돌을 향해 나는 솔직히 말했다.
“신수 내부로 들어가고 싶어.”
그 말에 윤돌은 아까보다 더 놀라워했다.
“뭐어! 저 신수 내부로 들어간다고??! 무슨 다르케르님 같은 소릴 하는 거야꼬로! 안에 들어가다니 위험해…“
하지만 윤돌은 위험하다면서도, 루다니아를 약하게 만들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렸다. 별 생각이 없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나는 윤돌을 꼭 설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 어째서?"
왜 루다니아에 들어가야 하는지 윤돌이 물었다. 시시콜콜 윤돌에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최대한 간단히 말했다.
나는 윤돌에게, 날뛰는 신수를 멈추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론 시티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너희 고론족에게도 루다니아가 골칫거리니까, 신수 안으로 내가 들어갈 수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내가 한 말에 대해 윤돌은 더 캐묻지 않았다. 윤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흐~음... 잘은 몰라도 너한테도 사정이 있는 거겠지꼬로......"
그러나 살짝 머뭇거리던 윤돌은 루다니아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고론족 얼굴이 달려 있는 큰 구조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 하지만 신수가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반장이 올딘 다리를 올려 버렸어꼬로..."
"루다니아한테 가려면 그 올딘 다리를 놓아야 해꼬로."
저 고론족 얼굴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다리구나... 다리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 놓아야 루다니아 가까이 갈 수 있는 형세이긴 했다. 윤돌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평소엔 반장이 이 대포로 다리를 쓰러뜨려 주는데... 반장이 못 오면 대포로 다리를 놓을 수 없으니 무리야꼬로!"
무리라고?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윤돌이 밝게 웃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앗...! 그러고 보니, 너 반장의 대포를 쏠 수 있었지꼬로?"
윤돌은 뭔가 결심한 듯이 심각한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럼 가능할지도..."
고개를 다시 번쩍 들더니, 윤돌은 결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그럼 평소 반장이랑 하는 것처럼 내가 대포알이 될 테니까 네가 쏴 줘꼬로!"
아! 다행이다. 윤돌이 나를 도와준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윤돌에게 괜찮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돌의 몸 주변에서 붉은 빛이 갑자기 타올랐다. 다르케르의 수호를 보여주는 윤돌은 그 큰 두 손을 맞잡고 힘차게 외쳤다.
"나한텐 조상님이 물려주신 다르케르의 수호가 있으니까!"
"이거면 뭐에 부딪혀도 전혀 아프지 않아꼬로! 내 조상이신 다르케르님은 정말 엄청난 분이셨어! ... 라고 반장이 그랬어꼬로. 나는 그 다르케르님과 같은 다르케르의 수호를 쓸 수 있어!."
윤돌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 표정에 걱정 따위는 전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다르케르의 수호는 정말 굉장한 보호막이지.
윤돌은 다르케르의 수호를 거둬들이더니 내게 침착한 톤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넌 안심하고 올딘 다리를 노려 쏘기만 하면 돼꼬로!"
그리고는 작게 '그래도 힘 조절은 해 줬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나는 웃으면서 윤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돌은 바로 다르케르의 수호를 사용하더니 대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방향을 잘 조준한 다음, 윤돌을 쏘아 올릴 포탄으로 타이머 폭탄을 굴려 넣은 후 폭파시켰다. 올라가 있던 올딘 다리로 윤돌은 힘차게 날아가 다리를 맞추었다.
그러자 올라가 있던 다리가 덜컹 하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제자리로 내려왔다. 쿵 하는 소리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윤돌은 다시 위에서 튀어 내려왔다.
다르케르의 수호를 푼 윤돌은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기분이 매우 좋은 듯 크게 웃으면서 기뻐했다.
"해냈다꼬로! 우리도~ 하니까~ 되는구나꼬로~! 다르케르의 수호~ 대단하지? 좋아~ 앞으로도 내가 탄환이 될께꼬로~"
윤돌은 바로 다리를 건너자고 했다. 우리는 함께 올딘 다리를 건너 데스마운틴 안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루다니아가 포효하며 산을 타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다니아는 어느 새 데스마운틴 중간쯤까지 올라가 있었다. 우리는 루다니아 쪽으로 속도를 올려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계속 루다니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루다니아가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그것은 뭔가를 감지한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설마...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알아챈 건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뜨거운 데스마운틴의 용암이 사정없이 흐르는 가운데, 그걸 아랑곳하지 않고 네 발을 힘차게 내딛던 루다니아 등에 있는 장치가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 둥근 장치에서는 작은 비행기 같은 물체들이 여러 개 튀어나왔다.
빨간 빛을 내면서 루다니아 주변을 호휘하는 작은 비행체들이 순식간에 데스마운틴 주변을 에워쌌다. 이거, 왠지 뭔가 골치아프게 된 것 같다......?
불길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작은 비행체들은 마치 비행형 가디언처럼 붉은 빛을 쏘면서 적을 정찰하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윤돌이 내 옆에서 불안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으아... 으아... 항상 저 정찰기가 문제야꼬로... 저거한테 들키면 루다니아가 날뛰어서 데스마운틴을 분화시키거든꼬로...."
데스마운틴이 분화하면 어마어마한 화산탄이 쏟아질텐데? 그럼 많이 위험해지는 거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찰나 윤돌이 걱정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나... 언제나 금방 들켜 버려서 몇 번이고 화산탄을 내리게 해꼬로...... 반장이라면 무시하고 강행하겠지만 네가 맞으면 한 번에 끝이야꼬로!"
나를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내가 보기엔 윤돌이 화산탄을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고론 시티로 올라올 때 쏟아지던 화산탄... 물론 제대로 맞으면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윤돌은 자기가 정찰기에게 잘 들키기 때문에, 내가 앞서 가서 상황을 보고 정찰기가 보이지 않을 때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 달라고 했다.
"폐를 끼치기는 싫으니까 갈지 멈출지 나한테 신호를 보내 줘꼬로..."
윤돌은 생각보다 신중하게 움직이는 녀석이구나 싶었다. 자신 때문에 내가 다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판단이 어렵다면 내가 도와줄 수 밖에. 나는 윤돌에게 동의한 다음, 내가 앞서 가 휘파람을 불면 그 때 따라오라고 말했다.
윤돌은 자신감을 찾은 듯, 주먹을 쥐며 씨익 웃었다.
"그럼 내가 정찰기한테 들키지 않도록 휘파람 신호 잘 부탁해꼬로!"
나는 지도를 켜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대략 살펴보았다. 날뛰는 루다니아를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 쓸 다음 대포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시커 스톤을 다시 챙긴 후, 나는 조심스레 앞장서서 걸었다. 앞서 가 보니 어째서 윤돌이 매번 정찰기에게 들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찰기들의 숫자가 많고 감시 불빛이 촘촘하게 떨어지고 있어서, 덩치가 큰 윤돌이라면 피하기 어려울 것이 뻔했다.
윤돌을 데리고 가려면, 차라리 정찰기들을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정찰기는 한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정찰기를 없애지?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 저기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는 데스마운틴의 바위 사이를 기어올랐다.
큰 바위 위로 기어오르자, 정찰기가 윙윙거리며 날고 있는 위치 바로 앞에 커다란 바위 2개가 놓여 있었다. 흠, 시커 스톤의 타임록으로 날려볼까? 하는 생각에 타임록으로 바위를 고정시킨 후 무기로 바위를 때려 보았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바위가 너무 멀리 날아갔다. 딱 한번만 때렸는데도 저 정도라면....
나는 잠시 생각하다 차라리 돌을 굴려보기로 마음먹었다. 바위가 아주 무거워 보였으므로 굴린다고 해결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나 남은 바위를 이리저리 살펴본 후, 정찰기가 공중에 떠 있는 방향으로 바위를 힘껏 밀었다. 움직일 듯 아닐 듯 매우 무거운 바위였다. 단전에 힘을 주고 기합을 넣으며 온 몸으로 바위를 밀자, 바위는 드르릉 큰 소리를 내며 굴렀다! 구른 바위는 다행히 내 예상대로 정찰기 위에 떨어졌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정찰기가 파괴되어 사라졌다. 나는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윤돌에게 휘파람을 불었다.
코너를 돌아 바위길 위로 올라가니 대포가 있었다. 윤돌은 대포를 보자마자 말없이 다르케르의 수호로 몸을 감싸고 대포 안으로 들어갔다. 타이머 폭탄을 작동시켜 윤돌을 루다니아 쪽으로 날리자, 윤돌은 정확히 루다니아의 머리 쪽을 맞추었다. 루다니아는 꼬리를 내리고 산 위로 이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 대포알이 되었던 윤돌은 다시 내게로 휙 날아오더니 다르케르의 수호를 풀었다. 윤돌은 꽤 어지러워 보였지만, 해냈다는 기쁨 때문인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다음 대포로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통에 나는 다시 앞장서서 바위 사이의 길을 올라갔다.
커다란 바위 위로 올라와 보니 눈 앞에 정찰기들 2대가 윙윙대며 바닥을 감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는 바위 주변에 강철로 만들어진 철 육면체가 여러개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이 육면체를 이용해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아까처럼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정찰기가 돌아다니는 주변 바위를 올라가 보니 예상대로 강철 육면체들이 놓여 있었다. 이때다 싶어 주변의 철 육면체를 공중에 올려 휘둘렀다. 커다란 육면체를 몇 번 휘두르니 그에 맞은 정찰기들은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다.
휘파람을 불었더니 윤돌은 내가 있는 산등성이 위로 올라왔다. 우리는 다시 정찰기들이 없는 길로 내려갔다.
다음 언덕을 오르려는데, 이번에는 길이 매우 좁았다. 윤돌이 겨우 지나갈까 말까 싶은 바위틈 사이를 정찰기가 대놓고 비춰 보고 있었다. 다른 길로 돌아가려해도 주변이 용암이라 쉽지 않았다. 그 때, 바위틈 사이에 좁고 긴 철판이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시커 스톤의 기능을 활용해서 철판을 들어 올려 좁은 바위틈 위를 가렸다. 정찰기가 움직이지 않고 철판 위에 빛을 계속 쏘고 있어서, 조심스레 철판을 바위틈 사위에 올려놓았다. 철판은 생각보다 쉽게 좁은 길을 가려주는 가림막 역할을 했다. 나는 앞서가면서 윤돌에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렇게 정찰기의 감시를 피해 우리는 다음 대포에 도착했다. 대포를 보자마자 윤돌은 다르케르의 수호로 몸을 휘감고 대포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나는 타이머 폭탄을 굴려 넣고, 침착하게 루다니아를 향해 시커 스톤을 작동시켰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루다니아에 윤돌이 명중하자, 루다니아는 당황한 듯 몸을 움츠리더니 더 높은 지대로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윤돌이 다시 튀어 내 앞으로 내려왔다. 아까처럼 어지러워 보였지만 윤돌은 환하게 웃으면서 루다니아에게 공격이 잘 먹히고 있으니 힘내보자는 말을 했다.
"해냈다꼬로~ 이대로 루다니아를 몰아붙이자꼬로~"
윤돌의 응원에 나도 두 주먹을 한 번 쥐어 본 다음, 다시 가파른 데스마운틴 등산로를 올랐다. 한번만 더 공격에 성공하면 데스마운틴 분화구로 루다니아를 몰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곧 다음 대포를 찾았는데, 이번에는 대포 주변에 모리블린이 모여 있었다. 윤돌은 겁을 먹고 오던 길을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나는 재빠르게 얼음의 화살을 꺼내 모리블린에게 쏘았다. 그리고는 무기를 휘둘러 두 모리블린을 언덕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 그 모습을 본 윤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둥글게 말더니 다르케르의 수호를 발동시켜 대포 안으로 들어갔다.
대포를 발사해 윤돌을 다시 신수에게 맞추자, 바 루다니아는 더 높은 곳으로 슬금슬금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번만 더 공격하면 되는 걸까? 기대를 걸며 고개를 돌아가는데, 정찰기 2대가 윙윙대며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 정찰기는 한 대는 가만히 있고, 다른 한 대는 그 정찰기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처치를 하면 좋을까??
정찰기에 폭탄 화살을 쏘아 날려 보았지만, 화살을 맞은 정찰기는 거의 데미지를 받지 않았다. 아껴두었던 고대의 화살 하나를 날려 보았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날아가서 실패했다. 윤돌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지만, 철강도 없었고 바위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두 정찰기는 거의 딱 붙어서 정신 사납게 윙윙거리고 있었다. 일단 두 개를 한번에 처리하는 건 힘든 일이겠다 싶어서, 떼어놓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타이머 폭탄을 꺼냈다.
마침,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정찰기 2대 아래의 바위 틈에서 상승 기류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힘껏 타이머 폭탄을 그 기류 위로 던졌다. 폭탄이 바람을 타고 위로 올라갈 때 기폭 버튼을 눌렀더니 보기 좋게 정찰기 앞에서 쾅 터진다. 그런데, 기대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타이머 폭탄의 폭발로 2대의 정찰기가 모두 파괴되었다.... 일단 일이 해결되어 기쁘긴 했지만 좀 기분이 이상했다. 폭탄 화살로도 타격을 거의 받지 못하는 정찰기가... 고대 에너지로 만들어지는 타이머 폭탄에는 약하다니....
정찰기를 파괴한 후 올라간 바위 위에 설치된 또 다른 대포를 찾았다. 다르케르의 수호로 온 몸을 감싼 윤돌을 대포로 날려 루다니아의 등에 명중시키자, 루다니아는 굉음을 내면서 슬금슬금 기어 더 높은 꼭대기 쪽으로 올라갔다.
루다니아가 데스마운틴 정상에 오르자 어마어마한 화염 구름이 발생했고, 용암은 더욱 거세게 흘러 넘쳤다. 데스마운틴 꼭대기에서 움찔거리던 루다니아는 분화구 안쪽으로 몸을 감추어 버렸다.
윤돌은 내게 손짓을 했다. 빨리 데스마운틴 분화구로 올라가 보자고 말이다. 루다니아가 분화구 아래로 내려간 듯한 순간, 굉장한 화염 불꽃이 분화구 위로 솟아올랐다. 우리는 바위 사이에 몸을 잠시 숨겼다가 용암의 흐름이 약간 잠잠해졌을 때 분화구 위로 달려 올라갔다.
나보다 윤돌이 먼저 분화구에 도착했다. 그는 분화구 안쪽을 쓱 들여다보더니 외쳤다.
"해냈다꼬로! 약해져서 화구로 들어갔다꼬로"
윤돌을 따라 나도 분화구 안을 들여다보았다. 펄펄 끓는 뜨거운 용암 위에 루다니아가 얌전하게 서 있었다. 윤돌은 나를 바라보더니 서두르라고 말했다.
"지금이 찬스다꼬로! 서둘러꼬로!"
윤돌의 재촉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루다니아 위로 뛰어내렸다.
온 몸이 방염의 돌갑옷으로 싸여 있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발밑 아래의 어마어마한 열기를.... 화염의 바다 위에 서 있는 루다니아의 등 쪽으로 내려가는데 긴장이 되었다. 이번 신수 안에는 어떤 퍼즐이 있을까. 패러세일을 펼쳐 아래를 내려다보며 착지 지점을 눈으로 쫓았다. 가이드 스톤이 보이는 부분이 있어 그쪽으로 방향을 돌려 나는데, 머리 위에서 윤돌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해꼬로~~~~!!!"
윤돌이 아직 나를 지켜보고 있구나.... 나는 각오를 새롭게 하며, 가이드 스톤 앞에 착지했다.
용암 바로 위에 착지한 것 처럼, 뜨거운 열기와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작은 불꽃들, 날아다니는 화산재에 숨이 턱턱 막혔다. 나는 숨을 꾹 참으며 시커 스톤을 가이드 스톤에 인증시켰다. 어떤 장애물이 나오더라도, 지금까지처럼만 하면 되지 않을까, 힘을 내자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