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돌과 다르케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64)

by 김엘리


폐광 입구에 서 있는 그 고론족의 이름은 '드레장' 이었다. 그는 왠 사람이 또 온거냐는 듯한 표정으로, 곤란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으아아아아아.... 오늘으은~~~ 사람들 출입이 잦아아~~~"

그리고는 내게 더 이상 앞으로 가면 위험하다는 경고를 했다.



"요 앞은 더 더 뜨겁고 몬스터도 잔뜩 있어 위험해고로!"

"윤돌 몰라?"

나는 바로 윤돌에 대해 물어봤다.



드레장은 놀랐는지 동그란 눈을 하고 내게 다시 물었다.

"어~째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윤돌에 대해 알고 있어고로?"

"반장이 찾아."



그러자 드레장은 하늘과 땅이 거꾸로 뒤집어진 것 마냥 깜짝 놀라면서 안절부절했다.

"뭐어~! 반장~~?!"

브루도 반장이 고론 시티에서는 자신이 절대적 권력자라고 말할 때는 진짜일까 의심스러웠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이렇게 드레장이 호들갑을 떨다니! 그는 우물쭈물하면서도 윤돌이 어디있는지를 알려 주었다.



"윤돌으은~~ 진통제를 가지러 간다면서 저~ 보관고 쪽으로 갔는데, 그러고 보니 아직 안 돌아왔어고로."



드레장은 내게 위험하니까 윤돌을 찾으러 가는 건 포기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분명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지.


위험하다고는 했지만, 드레장은 내가 폐광 안쪽으로 들어서는 걸 막지는 않았다. 그런데... 용암을 건너가기 전, 뭔가 특이하게 생긴 무기가 있어 그걸 살펴보려고 가까이 다가가자 드레장이 크게 소리쳤다.



"이... 이봐~! 그건 반장의 대포야고로~!! 레버는 절대로 만지면 안 돼고로!!"

반장의 대포라고? 흠... 왜 아무나 사용하면 안 되지? 쓰기 쉬워 보이는데... 대포를 좀 더 살펴보았다. 드레장 말대로 레버로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당기면 될까를 고민하다 레버를 만지는데, 다시 드레장이 멀리서 소리쳤다. 반장의 대포는 절대 만지면 안 된다는 드레장의 고함 소리는 꽤나 우렁찼다.


나는 레버에서 손을 떼고 드레장 쪽을 바라보았다. 드레장은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용암을 넘어 윤돌을 먼저 찾기로 했다.



용암을 건너 여러 암석 바위를 넘자, 리잘포스들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흠.. 주변을 둘러보니 드레장 앞에 있었던 반장의 대포도 여기 저기 설치되어 있었다. 대포를 쏘면 저 녀석들 따위 금방 처치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대포 앞에 올라가 드레장 쪽을 쳐다보았는데, 거리가 좀 멀어서인지 드레장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이때다 싶어 대포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뭘 날려 볼까? 아! 맞다. 나에겐 타이머 폭탄이 있었지....


대포 앞으로 포탄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어 타이머 폭탄을 굴려 넣었다. 그리고 레버를 당겼더니 폭탄이 휙 날아가더니 리잘포스가 서 있는 기지를 단번에 폭파시켰다. 야호! 생각보다 쓰기 쉬운 대포였다... 이 대포 잘 만들었는데?



그렇게 리잘포스 몇 마리를 해치운 다음 어느 굴 입구로 들어갔다, 굴 안에는 보물 상자가 있었다. 전리품을 챙기고 시커 스톤을 들여다보았더니, 윤돌이 있는 곳 바로 근처까지 온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들어간 굴 안쪽엔 윤돌이 없었기에, 나는 다른 입구를 찾으러 밖으로 나섰다.



사방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에 눈 앞이 흐렸다. 시커 스톤의 알림도 시끄럽게 울기 시작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근처에 사당도 있는 건가?



바위가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는 곳 주변을 살피는데, 윤돌이 있는 곳 거의 가까이 와도 입구가 없다. 어디로 들어가는 걸까 싶어 바위를 넘어 내려왔는데, 바위 틈 사이에서 어린 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없어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 보았더니 어쩐 일인지 모르지만, 원래는 뚫려 있어야 할 입구가 돌로 막혀 있었다. 아마도 윤돌이 이 안에 갇히게 된 모양이었다. 나는 등에 매고 있던 망치나 돌 크러셔를 들어 휘둘러 봤지만 바위는 끄덕없었다.



무너진 바위 안쪽에서는 윤돌이 실망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꽤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모양인데...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윤돌이 갇힌 곳 건너편에 대포가 있는 것이 보였다. 대포에서 타이머 폭탄을 쏘면 이곳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이 섰다.


재빨리 대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윤돌을 막고 있는 바위를 향해 타이머 폭탄을 날렸다. 기세좋게 날아간 폭탄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위를 깔끔히 날려버렸다. 바위가 사라지고 나니 입구가 꽤 넓은 바위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 몸을 둥글린 고론족 한 명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내가 윤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데, 윤돌은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몬스터다꼬로! 누가 좀 도와줘꼬로!"

나를 보고 겁을 먹은 건가? 덩치는 자신이 훨씬 큰데도?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윤돌이 소리를 치던 말던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덩치는 왠만한 바위보다 더 커도, 얼굴은 매우 어린 티가 나는 소년 고론족임을 알 수 있었다. 양 볼이 빨갛게 물들었고, 눈은 작지만 입이 매우 커서 순박한 인상이었다. 나는 약간 얼빠져 보이는 윤돌의 모습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와서 피식 웃었다.



윤돌도 처음에는 좀 놀라서 몬스터가 나타난 줄 착각했지만, 나를 위에서 아래로 한번 쓱 보더니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나보다. 쑥쓰러워하며 손을 모으던 소년은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자세히 보니 하일리아인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내 귀에는 또렷이 들렸다. 많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들지 못하던 윤돌은 몸을 살짝 돌리더니 내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혹시 네가 바위를 부숴 줬어꼬로? 정말 고마워꼬로!"

소년이었지만 목소리는 제법 컸다. 씩 웃는 모습이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돌은 내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이런 곳까지 뭐 하러 왔어꼬로? 하일리아인이... "

나는 돌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너를 찾고 있었어. 네가 윤돌이지? 반장이 너를 찾고 있다고 전해 달라고 하더라."



"아 그렇구나! 반장이 날 찾아 달라고 부탁했어? 하아... 이유가 무엇이든 살았어꼬로..."

윤돌은 조금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웃음을 보이며 자신에 대해 소개했다.



"내가 (너가 찾는)그 윤이야. 모두 날 윤돌이라 불러꼬로."

아... 원래 이름은 '윤' 이구나. 그럼 윤돌은 애칭인 셈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윤돌을 살피는데, 그는 어쩌다 이 곳에 갇히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반장의 진통제를 가지러 왔는데 화산탄에 바위가 무너져 갇혀 버렸어... "

화산탄이 여기까지 날아오다니... 루다니아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화산탄이 여기까지....?"



하지만 윤돌은 내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입구 바위를 어떻게 부쉈는지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너... 입구의 바위는 어떻게 부순 거야꼬로?"

"대포로."



간단히 대답했는데, 윤돌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뭐어~! 반장의 대포꼬로?! 그거 다루기 너무 어려워서 반장밖에 몫 쓰는데꼬로!"


뭐라고? 다루기가 어려워? 전혀 아니던데.... 윤돌의 말에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니다. 어쩌면 반장 브루도가 일부러 못 만지게 어렵다고 거짓말을 한 걸지도 모른다. 윤돌은 약간 신나 보였지만, 뭔가 생각난 듯 잠깐 멈추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반장 브루도에게 가봐야 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윤돌은 내게 브루도에게 꼭 들리라고 말했다.

"너 덕분에 진통제를 가져다 줄 수 있게 되었어! 그러니까 반장에게 꼭 들러. 좀 성격이 그렇지만, 그래 보여도 반장은 의리가 있으니까꼬로... 분명 답례를 해 줄 거야꼬로!"


그러더니 윤돌은 내게 작별 인사를 하고 몸을 굴리더니 바위집 밖으로 나갔다.

아니, 사실 나는 윤돌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다. 윤돌을 급하게 쫓아갔지만, 윤돌은 반장에게 가 봐야 한다면서 그대로 가 버렸다.



윤돌이 몸을 굴려 다시 고론 시티쪽으로 가는 걸 보고 나서, 나는 시커 스톤을 들여다보았다. 움직일 때 마다 사당 알림이 울려서, 사당을 들렀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웠던 주변이 어느 새 밝아지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아침이 되자 주변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정말 보석이 숨겨져 있는 바위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희귀한 보석들이 자주 나오는 바람에, 사당 찾는 걸 잊어버리고 광질 삼매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물처럼 흘러 정오를 지나, 오후가 되어 있었다. 잠깐 지치는 기분이 들어 주머니에서 약간의 먹을 것을 꺼내 입 안에 쑤셔넣었다. 용암을 건너 바위를 하나 넘었더니, 용암 위를 건너 달릴 수 있는 레일이 놓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레일 위에는 철 수레가 놓여 있었는데,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레버를 눌러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밀어줘야 하는 건가? 싶어 수레를 밀어 보았는데 꿈쩍도 안 한다. 흠... 이것도 뭔가 폭파시키는 힘으로 움직여야 하는 건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수레 한쪽에 오목한 철창이 수레 바닥 아래로 처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바구니처럼 생긴 철장에는 뭔가를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브루도의 대포를 쓰던 것처럼, 그 오목한 곳에 타이머 폭탄을 넣고 터뜨렸다. 그랬더니....! 예상했던 것처럼 수레가 앞으로 쓰으윽 움직이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야호!



폭탄을 조심스레 굴려 넣고 터뜨리다 보니 어마어마한 용암의 강을 건너게 되었고, 그 철길의 끝에는 사당이 숨겨져 있는 돌섬이 자리하고 있었다.



돌섬 안에 있는 '쇼라.하의 사당'은 파란 불꽃을 옮겨야 하는 복잡한 사당이었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떨어지는 철구나 물줄기를 조심해야만 했다. 극복의 증표를 얻은 다음 나왔더니 다음 날. 시간이 참.. 속절없이 흐른다.



이럴 때가 아니다 싶어 다시 고론 시티 주변의 사당으로 워프, 나는 브루도를 찾아갔다. 그래야 윤돌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고론 시티로 부지런히 내려갔더니, 브루도가 어제 그 자리에 있었다. 가서 말을 거니 꽤 반가워해준다.

"오! 여행자! 윤돌한테 들었어! 그놈을 구해 줬다면서?"



덕분에 진통제를 받아 이제는 허리가 좀 나아졌는지, 어제보다는 훨씬 편한 얼굴을 하고 있던 브루도는 내게 답이라면서 방염 물약 3개를 건넸다. 뭐, 일단 주니까 받긴 하는데... 방염의 돌갑옷이 있는 지금은 딱히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 .... 기쁘진 않았다.



브루도는 나와 볼일이 끝났다는 듯, 이제는 윤돌에게 가서 루다니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아리송한 말을 던졌다.



"다르케르님한텐 죄송하지만, 루다니아 좀 날려 버려야겠어...."

"다르케르님?"



다르케르...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 이름인데, 누구지 싶어 갸웃거렸더니 브루도는 깜짝 놀라며 내게 다시 물었다.

"형씨, 고론의 영걸 다르케르님을 모르는 거야?!"

"... 고론의 영걸?"



브루도는 이런 사람을 다 보았냐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보더니, 내 뒤쪽의 하늘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에 석상 보이지? 저게 바로 다르케르님이야."

다르케르.... 고개를 돌려 보니 고론족 얼굴 몇 개를 바위로 만든 조각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가장 크고 육중한 느낌을 주는 석상이 있었는데, 그게 다르케르라는 거였다. 저 사람은....!



그래... 저 사람은 젤다 공주의 기억 속에서 본 적이 있는, 고론족의 영걸.... 이었다. 그 이름이 다르케르였구나.... 다르케르.... 다르케르?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아?



그 바위에 조각된 얼굴을 보자,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머리속에 하나의 영상으로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날의 하늘도 오늘처럼 그렇게 맑은 날이었었지....



우리는 그 때 신수 루다니아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래. 지금 떠오른 기억은 젤다 공주가 4명의 영걸이 신수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알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던 걸로 기억났다. 다만, 고론족의 영걸 다르케르는 신수 조종이 서투르다고 했었지... 그래서 젤다 공주는 고론 시티로 가봐야겠다고 했었고, 나는 그런 젤다 공주를 호위하여 고론 시티에 왔었다.



다르케르는 젤다 공주와 함께 신수 조종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혼자서 이리저리 훈련을 계속했다. 젤다 공주를 호위하지 않는 시간, 나는 그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까 싶어 고론 시티에 왔었고 루다니아에 같이 올라탔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걱정보다 다르케르는 루다니아를 능숙하게 조종했다. 들었던 것 보다 심각하지 않았기에 나는 적잖이 안심했었다.

"이 신수를 조종하는 비결...... 감이 오는군."



다르케르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친구였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였을 거다. 가장 믿음직스럽고, 또 호탕한 친구여서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다르케르는 몸집은 크고 힘이 쎈 고론족의 대표였지만, 마음은 무척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날 나는 다르케르의 조금 다른 면모를 보기도 했다. 그건 꽤나 체면을 생각한다는 점이었달까?

"고론의 영걸로서 이 다르케르님의 체면이 있으니 말이야...."



의외라고 생각한 나의 눈빛을 알아차렸는지, 다르케르는 이렇게 말했다.

"신수 훈련으로 다른 3명에게 선수를 빼앗길 순 없잖아..."

다른 영걸들을 라이벌로 의식하고 있는 거였나?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별 말이 없자, 다르케르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루다니아 위에서 보이는 데스마운틴의 정경과 그 아래 고론 시티... 바위밖에 없어 다소 척박하게 보일 수도 있는 풍경인데, 그 모습을 다르케르는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고론 시티에서밖에 볼 수 없는 경치라고 말이다.

"난 말이지, 여기서 보는 경치를 좋아해."



"봐 봐, 저 울퉁불퉁 아름다운 바위 능선을......"

다르케르의 생각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하일리아인이니까) 다르케르가 나고 자라 지키는 이 곳, 데스마운틴은 고론족에게는 신성한 장소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다르케르와 함께 여러 번 같이 본 풍경이지만, 신수 위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그랬을까? 그날따라 뭔가 비장한 느낌이 감돌았다.



다르케르도 비슷한 감상이었을까. 그는 재앙 가논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재앙 가논이란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 나는 반드시 이 경치를 지킬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는 다르케르의 눈빛은 데스마운틴 분화구의 깊이보다도 더 깊어 보였다. 그의 굳은 결의에 나 역시 함께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러자 그는, 내 등을 갑자기 툭 쳤다.



"그렇지? 친구!"

그는 내가 하일리아인이라는 걸 가끔 잊는 모양이다. 고론족의 팔 힘은 대단하다. 살짝 당황하는 나를 보며 호탕하게 웃더니 다르케르는 하일리아 왕 이야기를 꺼냈다.



"참, 너를 공주님의 호위 기사로 선택한 건 하이랄 왕이시라지? 왕의 직권 지명이라니...."

그는 나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다시 내게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역시 내 친구야! 하는 느낌이랄까.

"힘내도록 해! 하이랄 왕이 임명한 만큼 너도 어깨가 무겁긴 하겠지만, 난 너를 믿어!"



하지만 이내 다르케르는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공주님, 넌 어때? 그 공주님은 뭔가 힘이 너무 들어갔달까...여유가 없어 보인달까...."

다르케르는 공주의 성격이 다소 까다롭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시는 상전이 까칠하다면 아랫 사람이 불편하고 힘든 법이니, 그런 점이 신경 쓰였던 것일까? - 하고 당시에는 생각했더랬지. 그런데....



다르케르가 내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특히 너에게는......"

나? 나에게는 뭐?? 나는 다르케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다르케르는 오히려 좀 당황한 듯, 나를 다시 보았다. 공주님이 뭐 어쨌다는 거지? 하는데....



갑자기 주변 지반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와 다르케르는 긴장해 주변을 돌아보았다. 루다니아 위로 한 무더기의 바위가 우르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다르케르 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위가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다르케르는 영걸의 능력을 써서(그의 특기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방어막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큰 바위를 산산조각냈다. 덕분에 그 옆에 서 있었던 나는 손가락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다르케르의 수호'라 불리는 그 능력은 볼 때마다 참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도 그는 데스마운틴 주변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 주곤 했다. 나 역시....



돌이 부서져 흩어지고 나자,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다르케르는 다친 곳이 없는지 물어보고 주변을 살피더니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다.

"위험했군......"



다르케르는 데스마운틴 방향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뭐지? 수십 년간 데스마운틴은 조용했는데...... 더구나 낙석이 생길 정도로 산이 거칠어졌단 것은......."



재앙 가논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예언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데스마운틴의 이런 분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다르케르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르케르는 조용히 한 쪽을 응시하다 다시 눈을 감으며 "설마" 하고 말을 맺었다.



우리는 그렇게 말 없이 데스마운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 낙석 때문에 무언가 불안한 기운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순간....



나의 기억은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얽힌 다르케르의 얼굴.... 그 얼굴을 바라보던 순간을 끝으로 기억은 점점 옅어져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기억을 돌이켜보는 일이 끝나자 주변의 열기가 느껴졌다. 다르케르가 올라 능숙하게 조종하던 그 루다니아가 지금은 날뛰고 있어 데스마운틴이 다시 고론족을 위협하는 상황.... 다르케르가 안다면 답답해하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 루다니아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이렇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다르케르는 그 때 나에게 젤다 공주에 대해서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그간 기억 속에서 나타난 다르케르는 나와 젤다 공주가 협력해서 잘 지내기를 바랐다. 그랬기에 기사 임명식도 해 보자고 제안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억의 대화를 보니... 그는 내가 공주를 지킨다는 의무 외에도, 뭐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설마 나와 공주가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던 걸까?


기억을 봐도 뭔가 더 명확해지기 보다는 생각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진 기분이었다. 나는 다시 다르케르의 석상을 올려다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다르케르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루다니아를 다시 되찾아야하는 게... 먼저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브루도 쪽으로 몸을 돌렸다. 루다니아에 올라야 한다고 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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