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일주일에 한 번만 시켜 먹어.

by 소망이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는 먹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마라탕, 돈가스, 엽기 로제 떡볶이, 뿌링클, 햄버거, 샌드위치, 빙수 등등.

학원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자주 메시지로 저녁메뉴를 물어봅니다.


“응, 오늘은 제육볶음~”

“아~ 안 당기는데~”


집에 돌아온 둘째를 위해 저녁을 차리면 입이 뾰로통해져서 먹기 싫은 티를 낼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어떤 날엔 본인 용돈으로 로제불닭볶음면, 편의점 스파게티 등을 사 오기도 해요.


도대체 우리 집은 언제 배달음식을 시켜 먹냐는 둘째의 항의하는듯한 질문에 한결같이 저의 답변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점심에만 시켜 먹어.”


물론 52주 내내 한결같이 일주일에 한 번만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는 않습니다.

올해 9월에는 재발된 우울증으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너무 기진맥진한 상태여서 아주 자주 시켜 먹으며 생존했습니다.

첫째나 둘째가 아파서 학교를 조퇴하거나 결석하고 집에 있을 때에도 입맛이 없는 상태일 테니 뭐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배달을 시켜 주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배 아파 토한 뒤로 제대로 먹지 못한 둘째를 위해 소고기 죽을 배달시켜 주었어요. 다행히 맛있게 잘 먹었다며 빈 통 사진을 찍어 보내주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둘째가 학교 - 영어 학원 - 킥복싱장 이렇게 일정을 소화하고 집에 오는데 벅찬지 평일 저녁에 한 번씩은 맛난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고 간곡히 말해서 생활비에서 배달음식을 조금 더 시켜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외에 경우에는 가능한 집밥이 기본이 되고, 배달음식은 가끔 특별한 이벤트가 되도록 해요.

덕분에 굳이 더 맛있는 피자집, 더 바삭한 치킨집을 찾느라 고민하지 않아도, 그냥 피자면, 치킨이면 행복해하며 맛있게 먹습니다.

메뉴를 매주 바꿔가며 시키는데 피자 - 치킨 - 햄버거 - 족발 이렇게 하다 보면 같은 메뉴는 한 달에 한번 정도만 먹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가끔 신랑이 오늘은 그냥 집밥 먹자 하고 넘어갈 때가 있는데, 그러면 한계치가 넘어가는지 두 딸들이 평일에 시켜달라고 해서 가능한 일요일 점심에는 시켜 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에 시키는 건 신랑이 식비에서 지출하고, 평일엔 제가 생활비에서 지출하거든요.


절약 관련 동영상을 자주 보는데 제가 보는 유튜버 분들도 저와 비슷하게 외식보다는 집밥을 해 먹고살더라고요. 오늘 저녁은 뭐 해 먹나 싶을 때 이런 동영상을 보면, 다시 요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쉬우면서도 맛있는 집밥 레시피를 덤으로 얻기도 하고요.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절약보다 건강한 삶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힘든데도 집밥만 먹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양합니다. 힘들면 무조건 내 몸이 쉴 수 있는 조건을 돈을 주고서라도 사야 한다고 생각하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내 몸이 아프면, 엄마가 무너지면 가족이 다 같이 휘청거리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더욱 나의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물어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플 때에는 배달 음식 당연히 고맙고, 사온 반찬 완전히 감사하고, 밀키트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몸 건강하고 에너지 있을 때에는 그냥 밥이 먹기 싫어서 배달음식을 먹지는 않고, 밥이 아닌 다른 메뉴로 집밥을 차리려 합니다. 떡볶이도 좋고, 가끔은 라면도 괜찮고, 그렇게 많이 배가 고프지 않은 날에는 찐 고구마에 우유, 사과로 간단히 먹기도 합니다. 요즘엔 간단 샐러드 해 먹기에 맛 들여서 저녁 대신 먹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참고로 어제저녁 메뉴는 류수영 스팸 두부찌개를 참고하여 만들었습니다. 스팸은 없고, 대신 순두부, 팽이버섯, 표고버섯이 있어서 버섯 순두부찌개를 만들었어요. 오랜만에 양념도 직접 했는데 레시피대로 하니 생각보다 달아서 다음엔 거의 설탕은 안 넣거나 조금만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둘째는 순두부찌개 안 먹고 편의점 다녀올까를 고민하길래 그러면 순두부찌개 + 샐러드 + 참치계란밥은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엄마의 의지가 단호해 보였는지 승낙했고, 만들어 줬더니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둘째가 밥 먹을 때 저랑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마주 앉아있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딸, 어떤 것을 먹어도 크는 것은 같을 텐데 엄마가 만든 음식 맛있게 먹으면 왠지 네가 더 쑥쑥 클 것 같아.”

“엄마 바람이겠지… 그런데 실제로 그럴지도~~” 역시 시크한 매력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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