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오래된 가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2005년 결혼하면서 저렴하게 산 옷장, 첫째 낳고 동화책 꽂아 줄까 하고 산 책장과 그래도 거실에 소파는 있어야지 하고 산 소파,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이제 필요하겠지 하고 산 책상 등 최소 12년 이상 최대 20년까지 함께 했습니다.
옷장에 붙어있던 시트지가 세월을 못 이기고 떨어지면 솜씨 좋은 신랑은 시트지를 온라인마켓으로 주문해서 직접 붙였습니다. 심지어 붙였는데도 다시 떨어진 곳은 압정으로 고정해 놓고 사용 중이에요.
어느 하나만 그러면 이질적일 텐데, 기본적으로 집에 있는 가구가 다들 오래돼서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구석구석 보면 민망하겠지만, 집에는 가족들,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공유한 지인들만 가끔씩 오니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아빠, 엄마와 다르게 인스타에서 가장 핫한 침대, 화장대, 책장이 무엇인지 아는 둘째는 본인 방의 가구를 모두 화이트톤으로 맞추고 싶어 해요.
그러나 어김없이 둘째 방에도 오래된 옷장이 있고, 침대대신 매트리스가 있습니다.
어릴 때에는 속상해하더니 이젠 ‘아~ 우리 엄마, 아빠는 이렇구나, 우리 집은 지금 열심히 빚을 갚는 중이구나.‘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논리적인 둘째는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나 에이블리에 갖고 싶은 침대랑 화장대 담아 놨어. 이거 나중에 빚 다 갚으면 사줘!”
“그래, 딸~~ 엄마가 2026년 핸드폰 달력에 표시해 놓을게. 고마워.”
얼마 전 신랑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만 20년간 가족이 함께 마음 모아 빚 갚느라 수고했으니 빚을 다 갚으면 2026년 새해에는 각자에게 50만 원씩 주고, 사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하자고요. 과연 우리 둘째는 이 돈으로 침대와 화장대를 살까요?
아마 신나게 봄옷과 화장품, 가방과 액세서리를 아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