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은 요즘은 오히려 둘째 딸이 저에게 하는 질문이에요.
우리 옷장 한 번 정리해 볼까?
원래는 계절이 바뀔 때, 입을 옷이 없을 때 제가 자주 하던 말이었어요.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면 '아- 나 뭐 입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그런데 잠시만 생각해 보면 작년에도 겨울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근도 했고, 편한 복장으로 동네나 공원을 산책하기도 했고~ 그렇다면 오피스룩, 편한 외출복이 있다는 거겠죠.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안방으로 가서 옷장 서랍을 열어요. 겨울 옷으로 보이는 것들을 다 꺼내놓아요. 제법 옷이 많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봐요. 입어 보기도 해요. 작년에도 안 입었는데 혹시나 해서 남겨 뒀던 옷은 이제 정리해요.
그리고 나면 5년 이상 입어 편해진, 친숙한 겨울 옷들이 남아요. 다시 옷장에 넣으면 이번 겨울도 보낼 수 있지요.
올해 겨울은 생각해 보니 신랑이 버건디색 원피스를 하나 사줬네요. 그리고 기모스타킹 두 개를 샀습니다. 한파용과 겨울용 각각 1개씩. 기모스타킹은 한 계절 신고 나면 늘어나거나, 발가락 부분이 구멍이 나서 버려야 되더라고요. 저는 원피스를 좋아해서 겨울원피스도 두 벌 있는데 한파용 기모스타킹을 신으면 바지보다도 따뜻해요.
딸들이 어릴 때에는 이 전략이 통했어요. 계절이 바뀔 때 옷장정리를 해서 부족한 옷 1~2벌만 구매하기 전략 말이에요.
첫째 딸은 아직도 통하는데 둘째 딸은 오히려 옷장정리 시간이 새 옷 사는 시간으로 변했습니다. 왜냐하면 일 년 사이 쑥 크기도 하고, 취향도 완전히 바뀌니까요. 처음엔 옷이 있는데 새로운 스타일로 다시 사는 게 맘에 안 들어 뾰로통했더니 이젠 제법 차분하게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더라고요.
"엄마, 작년에 후드티가 좋아서 입어봤더니 생각보다 겉옷 속에 입기가 불편했어. 그리고 킥복싱을 가는데 후드티는 운동하기 많이 불편해. 나 맨투맨티랑 편하고 핏이 예쁜 바지 사주면 안 돼요? 엄마는 내 옷 사주는 게 그렇게 싫어?"
이렇게 까지 차분하게 설명하는데 안 사줄 수는 없지요. 그래서 철마다 요즘은 둘째 딸 옷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본인에게 잘 맞는 옷을 온라인 매장에서 고를 줄 알아 전 결재만 해주면 되네요. 그래도 아직 브랜드옷 말고 가성비 좋은 옷을 골라줘서 고맙습니다. 절약가 엄마를 나름 배려하는 거지요.
둘째의 취향에서 멀어진 옷 중 한두 벌은 제 옷이 됩니다. 그래서 뜬금없이 출근하는 어느 날 버건디색 후드티를 입고 가기도 해요. 질이 좋은 면티는 집에서 입기도 하고요.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4인 가족이 철마다 새 옷을 계속 사면 금액이 제법 되겠죠.
자라나는 자녀는 사주지만, 다 자란 성인인 아빠, 엄마는 친숙한 옷을 다시 입고 다니면 생각보다 돈이 모입니다. 모인 돈으로 빚을 갚고, ISA계좌와 연금계좌에 넣어 S&P500에 투자하는 거예요. 그러다 아빠, 엄마도 나이가 더 들어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질 좋은 브랜드 옷이 필요할 때 산책하듯이 둘이 손잡고 아울렛에 가서 기분 좋게 하나씩 사서 입으면 어떨까요? 원금 말고 이자 받은 돈으로요.
저와 신랑은 이런 마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옷을 입고 다니면서도 유쾌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