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완전 계획형 인간이에요.
가족들 입에서 뭐가 없네, 떨어졌네 하는 소리를 그동안은 듣는 경우가 없었어요.
알아서 미리미리 사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요.
“마누라, 스프레이 하나 사놔라.”
“엄마, 이제 물티슈 없는데?”
제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고 제 소비습관이 변했어요.
마지막 하나 남았을 때 사거나, 사실 아무것도 안 남았을 때 사도 괜찮다는 것, 심지어 절약을 위해서는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소비를 가능한 지연시키고있어요. 더불어 씩씩하게 이렇게 말할 때가 많습니다. “응~ 한 개만 남았을 때 사려고~”
필요할 때마다 사고, 필요할 것 같아서 사다보면 지출이 멈출 줄 모르더라구요. 이제는 한주 생활비 예산 9만원 내에서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움직입니다. 필요한 생필품을 우선 담아놓고 기다려요. 꼭 필요한 지출을 먼저 한 후 담아놓은 생필품 중 이제 꼭 사야하는 것, 필요한 것을 구매합니다.
당연히 늘 여유분이 있던 고무장갑 역시 집에 한개의 여유분이 없는데도 그냥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어요. 그러다 그저께 설거지를 하는데 뭔가 물이 오른쪽 새끼손가락 쪽으로 들어오는게 느껴졌어요. 내 착각인가 하고 지나갔는데 어제도 동일하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새끼손가락 부분이 찢어졌더라구요. 기분좋게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고무장갑을 결재했습니다.
파스텔톤의 예쁜 고무장갑을 살까 잠시 고민했지만, 사용해 본 결과 색이 고운 고무장갑은 조금 더 빨리 찢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고무장갑하면 생각나는 그 촌스런 핑크색의 짱짱한 고무장갑으로 샀습니다. 물론 한개만 산 건 아니고 5개 세트로 싸게 팔길래 5개 세트로 구매했어요. 이제 다시 마지막 고무장갑 여유분까지 없을 때 즈음, 고무장갑에 물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질 때 즈음 구매하겠지요?
사실 이런 일은 자주 있어요. 그저께는 신랑이 메리야스를 사달라고 해서 구매했더니 이번엔 팬티를 사달라고~
“여보, 나 생활비 예산 이번주 다써서 며칠 뒤에 사줄께. 괜찮지?”라고 말했습니다. 함께 빚을 갚는 동지인 신랑은 당연히 괜찮다고 답했지요. 내일 다시 생활비 예산이 차면 그 때 1번으로 신랑 팬티를 주문하려 합니다. 하루이틀 차이인데 그냥 당겨서 먼저 지출하면 되지 싶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자주 하루 이틀 당겨 지출했는데, 그러면 생활비 예산안에서 지출하기는 실패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여유를 두다보면 지출이 습관화가 되서 더 사고 더 사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생활비 안에서 지출하기]를 1순위로 두고 삽니다.
물론 0순위는 가족의 건강입니다. 가족이 아프면 그 때에는 그냥 바로 예비비로 지출합니다. 돈이 제 삶의 1순위는 아니거든요.
빚을 갚는 것도 돈 많은 부자되기가 목표여서 그런게 아니에요.
빚 때문에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깨뜨리지 말자, 아픈데 돈 때문에 병원비 걱정 먼저 하며 살아야 되지 않게 하자 등 여러가지 상위 목표가 있습니다.
자발적 절약을 실천하며 자주 하게 되는 말 “응, 다음에~~”, “마지막 한 개 다 쓰고 나면 살께” 이 말의 힘을 함께 경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