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음 달이면 빚이 하나도 없어.

by 소망이

며칠 전 둘째 딸이 점심을 먹을 때 대화를 했습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대화주제가 ‘돈’이 되었습니다. 참, 둘째 팔목에는 애플워치 SE2가 채워져 있습니다. 안 사주겠다고 글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학교 입학선물로 신랑이 사줬습니다. 새 제품은 아니고, 중고로 14만 원에 상태 좋은 것 잘 찾아 구매했습니다. 저도 애플워치를 이렇게 가까이서 사용하는 사람을 보기 전에는 애플워치나 시계나 그게 그거지 했는데 막상 딸이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니 다르네요. 참 탐이 날 수밖에 없는 요물입니다. 핸드폰 기능을 거의 다 하는 물건이 손목에 있는 그 느낌, 그리고 멋짐. 딸이 손목에 애플워치를 차고 몇 분도 안돼서 바로 인정했습니다.

"딸, 엄마가 틀렸네. 애플워치 왜 사고 싶었는지 알겠어. 인정“


여전히 애플워치 44mm 사이즈를 무심하게 탁 차고 있는 둘째의 손목을 간간히 보며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 집 대출현황 보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딸, 이 집에 2013년 이사 올 때 어떤 곳도 온전히 우리 것이 아니었잖아. 완전히 은행 거였고 2억 7천만 원의 빚이 있었어. 한 삼십 년인가 길게 나눠서 내면 되는데 아빠, 엄마는 그게 싫었어. 그래서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해서 열심히 갚았지. 네가 사달라고 할 때마다 바로 사주지 않고, 필요하면 시간이 흐른 뒤 사주거나, 아니면 안 사주거나... 이제 우리 집 빚 800만 원만 남았다. 그것도 다음 달이 되면 다 갚아. 그러면 정말 우리 집은 구석구석 우리 거야. 빚은 0원이고. 딱 만으로 12년 4개월 걸렸네. 원래 계획은 엄마 나이 50살에 다 갚는 거였는데 2년 앞당겨졌네.


딸에게 그동안 여러 번 이야기했던 터라 그 어느 친구보다도 이해도가 높아 대화가 술술 나왔습니다. 2년이나 앞당겼다니 대단하다며 칭찬해 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본인도 최대한 월급 받아도 서른 살까지는 집에 붙어 있으며 30살 안에 1억을 모으겠다 말했습니다.


그래, 딸, 현실 가능해. 그런데 저금으로만 모으는 것보다 S&P 500과 같은 지수추종주식에 돈을 넣으면 서른 살에 1억 될 거고, 네 나이 50살에는 몇십억 부자도 될 거야.


딸이 그러면 아빠에게 좀 배울까 하더라고요.


응, 아빠 정말 신나서 설명해 주실걸? 아빠 매일 공부하시잖아.


이제 예비 중학생과 경제에 관해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진지한 엄마인 저는 한마디 더 붙였어요.


딸, 돈은 중요한 게 맞아. 그런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돈은 아니라고 엄마는 생각해. 엄마는 순서대로 믿음, 가족 간의 사랑,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딸은 엄마가 그런 거는 인정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가치관을 억지로 주입할 수는 없으니 기다려주며, 앞으로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삶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늘 절약해야 되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았는데 그 씨앗들이 모여 옥토가 되고 드디어 “빚 다 갚았다” 할 날을 손꼽고 있습니다.

keyword
이전 12화떡국떡 어디서 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