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랑과 나에게 아빠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여셨다.
“정말 면목이 없지만 이 빚만은 꼭 갚아야 돼. 미안하다.”
아빠가 선물투자를 하며 엄마 이름으로 진 빚, 우리 가족이랑 제일 친했던 나의 교회 후배에게 진 빚의 합이 1억이었다. (여기에 아빠 이름으로 받은 대출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제 막 결혼했는데, 사위에게 빚부터 주다니~ 아~ 정말 너무 부끄럽고 괴롭다.‘
부끄럽고 괴로워 이 빚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신랑과 의논할 생각도 못하는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신랑은 먼저 내게 말해주었다.
“우린 이제 결혼했으니 이건 너만의 빚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 빚이야. 같이 갚아나가자.”
고운 마음과 잘생긴 얼굴에 반해 결혼했지만, 신랑 마음이 이렇게 곱디 고울줄은 정말 몰랐다.
난 과연 같은 상황에서 결혼하자마자 만약 시아버님이 나에게 1억의 빚을 갚아야 한다고 주면 이렇게 여유롭게 “같이 값아 나가면 되지~”라고 할 수 있었을까?
여러 번 생각해 봤는데 난 못 그랬을 것 같다. 19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 봐도 고맙고 또 고맙다.
이렇게 우리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이 아닌 친정 부모님의 빚 1억을 떠안고 신혼을 시작했다. 마이너스 1억. 내가 내 명의로 아빠를 위해 00 머니에서 빌린 돈까지 합치면 1억이 넘는다. 결혼 준비는 2천만 원짜리 빌라에 살던 신랑이 집을 월세로 돌리고 받은 전세자금으로 준비했다. 난 따로 모아놓은 돈이 없었다.
그 돈 안에서 예식을 준비하고, 예복을 사고, 신혼여행을 준비했다. 사실 이때 첫 번째 브런치북에서 밝혔던 것과 같이 내가 극 조증의 상태여서 하나도 슬프지 않고 매우 신나게 결혼식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