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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Nov 10. 2024

2화. 아버님이 6천만 원을 주셨다.

2005년 7월에 결혼하고 한참을 월세를 살았다.

난 8호봉 교사 월급과 보충수업비 합해서 240만 원, 신랑은 작은 회사를 다니는데 월급 170만 원 이렇게 총 410만 원이 신혼 초반 수입이었다. 이 돈에서 월세 40만 원 내고, 십일조 드리고, 식비 포함 생활비 200만 원 하고 나머지 130만 원으로 이자와 원금을 냈다. 빚이 1억인데 빚의 종류가 1 금융권같이 건강한 빚이 아니어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못해도 최소 8%는 된 것 같다. 그러니까 120만 원에서 이자 67만 원, 원금 53만 원을 갚아 나갔다.

결혼한 지 1년 정도 지나서 신랑은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집에 있게 되었다. 밤에 대리운전만 잠깐 하고~

수입이 푹 줄어들어 260만 원 정도가 되면서 아무리 아껴도 이자만 간신히 내는 상황이 되었다. 계산해 보니 1억 중에서 원금은 한 630만 원 정도 값은 것 같다.


그렇게 간신히 간신히 이자만 내며 130만 원으로 아껴가며 만 4년 정도를 살던 2009년 9월의 어느 날.

아버님이 신랑 결혼할 때 결혼자금 하나도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천만 원도 안 되는 옛날에 살던 시골집을 물려주신 게 있는데 그 마을 옆으로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 무려 6천만 원.


아버님, 어머님은 우리가 친정 빚이 있는 것을 전혀 모르시니까 이 돈이랑 주택담보대출 좀 받아서 작은 빌라라도 사서 살라고 하셨다.


신랑은 이 빚은 우리의 빚이니 빚을 먼저 갚자고 했고, 그래서 1억의 빚은 갑자기 3천3백 칠십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서 눈물이 많이 났다. 그리고 신랑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007년 봄에 첫째가 태어났는데 살고 있는 월세집에 곰팡이가 심하게 펴서 고민하고 있던 터에, 아버님, 어머님도 우리가 이사 안 가면 서운해하실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내 집 장만을 작게라도 해서 월세를 줄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2009년 10월 1억 3천만 원짜리 빌라를 샀다. 내가 어른이 돼서 산 첫 주택이다. 현금을 모아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주택담보대출을 최대로 받고, 사학연금, 교직원 공제회, 마이너스 통장까지 해서 1억 3천만 원, 그리고 가지고 있던 친정 빚 3400만 원 이렇게 총 1억 6천4백만 원을 빌렸다.

집값보다 더 많은 빚. 대출도 능력이라는 신랑의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처음엔 이자만 내도 되도록 대출 설정을 해 놓아서 55만 원 정도의 이자만 매달 내면 됐다. 그래도 월세가 40만 원이었는데 훨씬 환경이 좋은 내 집에 사는데 55만 원의 이자라니 역시 내가 살 집 하나는 사야 되는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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