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1억 6천4백만 원이 있지만, 드디어 결혼하고 처음 1억 3천만 원짜리 빌라 소유자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신랑 명의의 집.
이제 이곳에서 알뜰살뜰 절약하며 빚을 갚으면, 한 일 년에 2천만 원 정도씩 갚아도 8년 정도면 갚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하고 나니 그냥 좋았다. 매달 월세비 집주인에게 이체하지 않는 것도 좋고, 빌라에 살고 있는 다른 분들과 빌라 반상회 비슷한 것을 하는 것도 좋았다. 첫째가 아직 어려서 장난감, 육아용품 등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집의 크기도 늘어났기에 그다지 북적거리지 않는 것도 좋았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자레인지, 소파, 텔레비전, 옷장, 책상, 책장 등 신랑이 자취하던 집에서 신혼살림을 했기에 결혼하면서 사지 않았던 전자제품과 가전제품을 마치 이제 신혼집 살림을 채우는 것처럼 하나씩 장만하는 것도 즐거웠다.
신랑과 나는 그렇게 맞벌이를 하고, 첫째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아 키우면서 차곡차곡 대출 이자를 내고 원금을 갚아 나갔다. 3년 동안 6천만 원 정도를 갚았다.
이제 빚이 1억원 정도 남았을 때 신랑은 훨씬 더 동네가 평화롭고 크기도 더 많이 커진 빌라로 두 번째 이사를 가자고 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내가 다니는 학교와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반해, 신랑이 새로 보고 온 빌라는 버스로 50분은 걸리는 곳이어서 처음엔 싫다고 했다. 그러나 신랑은 그 빌라와 동네의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었는지 한 번만 가보자고, 가서 봤는데도 맘에 안 들면 이사 안 가도 된다고 했다.
신랑의 간곡한 부탁에 '그래, 한 번 보고나 오자'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동네에 평화로운 분위기, 바로 길건너에 푸릇푸릇 나무와 호수가 있는 것이 맘에 쏙 들었고그래서 다시 한번 이사를 가기로 했다.
새로 이사 갈 빌라의 매매금액은 2억 7천만 원.
우린 6천만원이 있으니 2억 천만원을 더 빌려야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최고로 끌어올려 빌리고 모자라는 돈은 교직원 공제회에서 3400만 원, 사학연금에서 4,000만 원 빌렸다. 한번 해봤으니 이번엔 더 잘하겠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