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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Nov 23. 2024

5화. 빚이 많으니 소망이 안 보이네. 쇼핑이나 해야지

쇼핑, 쇼핑, 쇼핑

새로 이사 온 집을 팔아도 여전히 빚이 몇천만 원 남아 있다는 생각과, 나름 성실하게 갚아나갔는데 다시 빚이 늘기만 한다는 생각이 나를 좌절시켰다.

계속 성실하게 학교로 출근해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도 이자만 매달 158만 원이 나가니 정신이 없고 돈을 버는 것이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정신이 없으니 그냥 놔 버리게 되었다. 다행히 예전처럼 조울증에 걸리거나 하진 않았고, 그냥 돈에 대한 감각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월급에서 이자내고, 생활하고 단돈 5만 원이라도 저축해 원금을 갚겠다는 생각은 다 갖다 버렸고, 그냥 매달 매달 0원이 되어도 아무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살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쇼핑앱을 들여다보며 필요한 것 사고, 필요할 것 같은 것 사고, 사고 싶은 것 샀다.

매일 택배 박스가 여러 개씩 문 앞에 쌓였고, 뜯어보면 주문할 때의 마음은 어디로 가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이었다. 집에 자질구레한 짐만 늘어나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정직하게 그때의 나를 돌아보니 무기력감과 삶에 대한 의욕상실을 쇼핑으로 풀고 있었던 것 같다. 2016년엔 카드로 전액 긁어서 괌 PIC골드 자유여행도 다녀왔다. (돌아보니 경제적으로는 미친 짓이었지만, 그래도 여행은 확실히 나중에 후회보다는 추억이 되는 것 같긴 하다. 두고두고 잘 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간신히 이자만 내면 앞으로 몇십 년이 흘러도 우리 집의 경제상황은 그대로일 것이 뻔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입지 좋은 곳에 신축 아파트를 산 것도 아니고 20년 이상 된 낡은 빌라를 산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건물의 가치만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감사한 점은 이 빌라는 3층을 주인세대가 오롯이 살게 건축되었기에 옥상도 3층 하고만 연결되어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3층 및 옥상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옥상에 SKT, KT, LG중계기가 있어서 매달 3개의 중계기에서 총 70만 원 정도의 옥상 장소 사용료가 나왔다. 이자 158만 원 중 70만 원은 이렇게 이 빌라에 사는 것만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그래서 다행히 나와 신랑의 월급에서 생돈으로 나가는 이자는 88만 원 정도였다.


이 집보다 더 큰 대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문득 무서워서 팔고 월세로 갈까 하다가도 다시 월세 보증금 대출받고, 월세 내고 하는 것을 생각해 보니 이 집에서 사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손해여서 이사를 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빚이 집의 141%인 넓디넓은 빌라에서 난 월급날마다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이자 때문에 허탈한 마음을 하루하루 소소한 소비를 계속 해가는 것으로 상쇄시키며 경제적으로 희망이 없는 걸음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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