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텅텅 비어야 제맛이지
매달 나가는 생활비 중에서 줄일 수 있는 1순위는 식비였다.
글을 쓰며 예전 블로그에 식단 작성한 것을 살펴보니 일주일 메뉴가 화려했다. 한주에 고기반찬이 4일이나 식탁에 올라왔다. 그것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이렇게 골고루 말이다.
내 블로그에서 예를 하나 가져왔다.
[2020.6.13.]
토- 점심: 냉동피자. 저녁: 주꾸미볶음
일- 아침: 떡국, 점심:닭볶음탕, 저녁: 김치볶음밥
월- 아침: 콩나물국, 점심: 함박스테이크, 저녁:물만두찜, 도토리묵무침, 가지볶음
화- 아침: 애호박계란국, 점심: 짜파게티와 비빔면, 저녁: 소고기구이, 카레, 양배추쌈
수- 아침: 된장국, 점심:카레. 저녁: 함박스테이크
요즘 일주일 식단은 이렇다.
10.27. 일- 점심(배달), 소고기미역국, 계란말이
10.28. 월- 크림스파게티, 밑반찬+미역국
10.29. 화-김치볶음밥
10.30. 수-미역국 끓이고 남은 토시살 구이, 새송이버섯 구이
10.31. 목-떡볶이
11.1. 금-스팸구이, 새송이버섯구이
똑같이 냉파를 하고, 식단을 짜고, 식비 예산을 짜도 지금과 비교해서 그때는 왜 식비가 많이 들었는지 원인 분석을 해 보았다. 다섯 가지 정도의 차이를 발견했다.
1.
예전: 매일 화려한 메인 메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꾸미볶음, 닭볶음탕, 함박스테이크 등.
현재: 이 중 한 가지만 일주일 중에 하루 있으면 된다. 요즘엔 지난주에 목살 1근을 샀으면, 이번주는 소고기 1근, 다음 주는 대패삼겹살 1근 이렇게 구매한다.
2.
예전: 밑반찬이 거의 없었다. 밑반찬이 없으니 날마다 메인요리를 하나씩 해야 했고, 다 먹으면 바로 다음끼엔 또 먹을 것이 없었다.
현재: 기본 밑반찬 6종류를 2만 원을 주고 동네 반찬가게에서 사 온다. 그런데 밑반찬은 나랑 신랑만 주로 먹기에 2주일에 한번 정도만 사 오면 된다.
그리고 나는 콩나물 무침이나 숙주무침 정도 하고, 새송이버섯을 신랑이 좋아해서 3일에 한번 정도 허브솔트 뿌려서 구워 먹는다.
3.
예전: 2주일치 식재료, 간식, 과일을 한꺼번에 사 왔다. 이렇게 사면 우선 간식이 풍성한데 가족 모두가 보이는 족족 간식을 먹어서 간식이 금방 동이 났고 그러면 딸들 성화에 못 이겨 또 사놓으며 지출이 계속 발생했다.
야채도 많으니 시들지 않게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반찬을 했고 그러면 결국 남아서 버리게 되는 것이 있었다. 고기나 생선 종류도 많으니 매일 많이 먹게 되었고 조금씩 남아도 다음에 먹을 다른 식재료가 있으니 버리곤 했다.
현재: 1주일치 장만 소박하게 본다. 간식은 여전히 사 오고 나면 2~3일 만에 없어지지만 다시 사지는 않는다.
그리고 간식도 과자 몇 봉지, 요플레, 탄산음료 정도만 사놓는다. 단, 우리 가족 모두 과일을 정말 좋아해서 과일은 떨어지면 바로 다음날 또 사놓는다.
단 비싼 과일 말고 제철과일, 가성비 높은 과일을 산다. 샤인메스켓이 비싸서 거의 안 사 먹었었는데 요즘엔 저렴해져서 자주 사 먹는다.
고기는 한 종류로 1근 정도만 사 온다. 예를 들어 목살 1근을 사 왔다면 400g 정도는 버섯과 함께 구워 먹고 나머지 200g은 김치찌개를 끓여서 한 이틀 맛있게 먹는다.
대패삼겹살을 사 왔다면 하루는 콩나물 넣어 콩불을 해 먹고, 다음날에는 남은 양념에 볶음밥을 해 먹는다.
2019년부터 거의 5년간 블로그에 ‘냉장고 파먹기’란 항목으로 계속 글을 써 왔더니 (지금 세어보니 683편을 썼다.) 점점 냉파가 게임처럼 재미있어졌다.
장본 후 냉장고가 홀쭉해질 때까지 계속 식재료를 꺼내 요리해 먹는 과정이 즐겁다. 다음 글은 최근에 작성한 글 중 하나다.
https://m.blog.naver.com/lalala393/223654197129
4.
예전: 내가 주도적으로 장을 봤다. 예산 안에서 장을 보면 신랑이랑 같이 장을 봐도 불만이 나왔다. 주로 왜 고기가 없냐는~ 식단에 대한 불평을 들으니 장 볼 때마다 더 맛있는 식재료, 고기 종류를 사게 되었다.
딸들도 간식 이것 먹고 싶다, 저것 먹고 싶다 하니 평일에도 쿠팡앱 열어서 먹고 싶어 하는 간식을 다시 주문하곤 했다.
현재: 식비 80만 원을 내가 월급 받는 날 신랑에게 보낸다. 그러면 신랑이 그 예산 안에서 장을 본다. 주로 토요일에 내가 셀예배 간 시간에 혼자 가서 딱 필요한 식재료와 간식, 과일만 사 온다. 매주 고기 종류만 바뀔 뿐 거의동일하다.
본인이 장을 보니 식단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라볶이를 만들어 준다. 간식도 많이 먹었었는데 요즘엔 간식도 잘 안 먹는다.
장을 안 보러 가도 되고, 무엇을 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냉파 동지가 생기니 든든하다. 딸들이 갑자기 먹고 싶은 것 주문해도 “식비는 아빠한테 다 드렸으니 아빠한테 말씀드려” 하면 안 사도 되거나 장 보러 갈 때 사 오니 평일 식비 지출은 과일 말고는 거의 없다.
5.
예전: 배달음식 먹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주로 주말에 먹었지만 평일에도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시켜 먹었다. 아니면 배달음식 같은 밀키트를 미리 사뒀다가 해 먹었다.
현재: 배달음식은 일주일에 1번, 일요일 낮에 시켜 먹는다. 3만 원 정도 예산에서 피자-치킨-햄버거-족발 정도로 돌아가며 시킨다. 1달에 1번 정도 먹는 메뉴이니 매주 맛있고 즐겁다.
밀키트는 사지 않는다, 바쁠 때, 그리고 코로나로 딸들이 집에 있을 때에는 큰 도움을 받았지만, 이젠 한번 해 먹고 싹 없어지는 음식보다는 며칠 계속 먹을 수 있는 종류를 선호한다.
이렇게 다섯 가지 정도가 과도한 식비지출의 주요한 원인이었고, 현재는 위의 내용처럼 수정하였기에 소박하고 매주 비슷한 식단으로 집밥을 거의 먹으며 생활하고 있고, 그래서 조금 더 빨리 빚을 갚아 나가고 있다. 또한 과식을 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집밥을 먹으니 배도 편안하고 몸무게도 일정하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또 무엇이 변했나 했더니 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