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인 12월 28일 다시 병원에 4주 만에 갔습니다. 27주 차예요.
치료효과가 좋은 것을 보고 의사 선생님이 저에게 "환자분은 정말 세로토닌 분비 장애였나 봐요. 약이 참 잘 드네요."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리고 동일하게 4주 치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어느덧 병원에서 초진을 본 지 6개월이 지나 주민등록증 검사도 다시 했답니다.
새해가 되어도 당분간 약 1알씩은 늘 자기 전에 먹겠지만, 호르몬제다 생각하고 먹으려 합니다. 만약 좀 선천적으로 세로토닌 분비가 덜 되는 뇌여도, 그래서 생각보다 더 길게 먹어야 돼도 맘 편히 먹을 생각입니다.
(갑상선암 수술을 2010년에 해서 신지로이드약도 평생 먹어야 되거든요. 얘도 호르몬제네요.)
세 번째 브런치북 연재를 마칩니다.
이백삼십여분의 독자님들 덕분에 친한 친구, 언니 오빠, 동생에게 이야기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회복과 소망의 이야기를 세 권의 브런치북을 통해 어느 정도 쏟아낸 것 같습니다.
소제목을 정하고 글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가기 위해 블로그에 비공개로 썼던 저의 글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정리하여 글을 작성하면서 2024년 올해 1월 초부터 12월 말 현재까지 저의 경험들을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따스했습니다.
20대 때 조울증을 3년간 앓고 난 후 다시 찾은 평범한 하루가 기적이었는데 그 후 20년을 살면서 점차 매일의 평범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봄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병가를 내고
중증 우울증으로 악화되어 죽음을 꿈꾸기도, 의원면직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병원진료를 받았고 현재 잘 회복되었습니다.
덤으로 다시 하루의 소중함을 되찾았고, 출근할 수 있음의 감격을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교사로서 앞으로 마음이 아픈 제자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의원면직하지 않고 제가 사랑하는 학교에서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과 계속 교사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감사한 것은 첫째 딸도 중증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제가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약을 먹여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나 제가 먼저 아팠고, 병원에 갔고, 약을 먹고 치료된 경험이 생겨 최근에 딸도 함께 병원에 가서 진단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딸도 저를 보며 약에 대한 반감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먼저 병원을 가볼까 저에게 말을 했거든요.
첫 주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딸에게 해 줄 말이 있고, 같이 병원에 손잡고 다닐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딸을 치료하기 위해 제가 먼저 아팠던 거였다면 더더욱 감사합니다.
지금 딸은 약 복용 3주 차인데 그 조그만 약을 하나 먹는데도 밥도 더 잘 소화시키고 잠도 푹 잘 자고 멈췄던 머리가 이제 좀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합니다. 표정도 한결 편해졌어요. 올해 제일 감사한 일입니다.
2025년에는 너무 아픈 이야기 말고 일상 속의 이야기들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픈 삶을 털어놓으시는 작가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어느 날 다시 저에게 아픈 이야기가 다시 생길지라도 울고만 있지 않고 이곳에 다시 털어놓겠습니다.
글은 저를 치료하고, 읽는 이를 치료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삶이 치료되는 것을 경험했기에~
그동안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읽어주시고 다음 편을 기다려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며 연재를 마칩니다.
제 글을 읽고 한분이라도 용기를 내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약처방을 받고, 매주 10퍼센트씩 좋아지는 경험을 하신다면 전 정말 글 쓴 보람이 배가 될 것 같습니다.
2024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5년 갑자기 특별나게 매일 행복할 수만은 없겠지만
아픔도 결국 아름다운 그림의 한 조각이 되기를,
혼자만 아파하지 않고
이곳에서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시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1월 중 다시 일본 나라, 교토, 오사카, 고베를 4박 5일 다녀온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의 제 브런치북에 비해 보다 화사한 사진이 많고 유쾌한 브런치북이 될 것 같습니다.
기대하며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