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주 만에 정신건강의학과에 갔다.
신랑이 데려다줘서 9시에 도착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진료 시작 9시 30분보다 5분 더 늦게 출근하셔서(평소엔 9시 10분부터는 진료를 시작하신다.) 일찍 갔는데도 10시 넘어서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요 며칠 폭설로 사람들이 못 왔었는지 이미 9시부터 대기 환자가 많이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늘어나 조용하지만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늘 조용하다. 대부분 조용히 핸드폰만 보고 있다.) 부모 자녀가 같이 온 경우, 부부가 같이 온 경우에도 거의 대화하지 않고 조용하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4주 전과 동일한 질문을 하셨다.
“이번엔 좀 어떠셨어요?”
“네, 선생님. 한 달간도 정말 잘 지냈어요. 마음도 편하고 뇌도 잘 돌아가서 수업과 업무를 하는 것이 수월해요. 정말 신기해요.”
“보통 환자분들이 신세계를 경험한다고들 표현하세요.”
진료가 마무리되어 가는데 약을 줄여 준다는 말씀이 없으셔서 내가 먼저 여쭤봤다.
“전 언제쯤 약 줄이고 단약 할 수 있을까요?”
“저번에 줄이지 않았나요? “
“신경안정제만 줄여주셔서 안 먹고 있고 항우울증 약은 두 개 계속 먹고 있어요.”
“그러면 조그만 것 하나 뺍시다.”
의사 선생님도 사람이고 계속 환자를 만나니 때로 환자도 본인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거나 궁금한 것은 확실히 물어봐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안 물어봤으면 계속 동일한 약 처방을 내리셨겠지.
문의한 덕분에 밀타정 3.75mg은 이제 없고, 파마파록세틴정 5mg만 처방받았다. 이것은 정말 작은 용량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두 번이나 설명하셨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 우울성 질환의 경우에는 증상 소실 이후 최소 4~6개월 동안 투여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난 증상 소실이 9월 중순 정도였으니 4개월을 더 더하면 1월 중순까지는 최소한 먹어야 되네. 3월 중순까지 먹으라고 할 수도 있고~)
2) 투여를 갑자기 중단하여서는 안된다.
3) 권장투여량은 1일 20m이며 최대용량은 50mg이다.(아~ 난 5mg니까 용량이 적은 것은 맞는구나)
만 22주 5개월 반동안 약을 먹은 현재 내 마음과 몸, 뇌의 상태는 “정말 맑음”이다. 원래 기질이 예민해서 뭔가 중요하거나 정확하게 해내야 할 일이 있으면 예민하고 불안했었는데 약을 먹으며 뇌가 회복이 되니 그런 불안감, 예민감이 없다. 그냥 평온하게 단계를 밟아 일을 차분히 해 나갈 뿐이다.
신기한 점은 난 원래 툭하면 감동하고 눈물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었는데 눈물이 그다지 안 난다. 최근에 위키드 영화를 둘째 딸이랑 봤는데 딸은 세 번이나 우는데 나는 전혀 눈물이 안 났다. 그냥 아리아나 그란데와 신시아 에리보가 노래 부를 때 고음이 너무 속 시원하게 올라가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은 정도?
단약을 하게 되면 다시 눈물 많은 나로 돌아갈까? 궁금하다.
이제 며칠 있으면 2025년인데 1월 1일부터 약을 먹지 않는 삶을 살고 싶지만, 쪼그라졌던 뇌가 온전히 펴지기 위해, 그리고 재발 위험이 없을 때까지 복용해야 한다면 새해가 시작되어도 계속 복용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약학의 발전으로 이렇게 가성비 좋은 약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그렇지만 2025년의 그 어느 날 꼭 의사 선생님에게 “이제 약 안 먹어도 돼요.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다시 보지 맙시다.”란 이야기를 너무나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