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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Sep 12. 2019

이혼은 처음이라서요 #8 너무 쉬워진 재외국민이혼

사랑이 떠나간 공간은 더 이상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혼상담 및 자녀양육교육     


밤새도록 뒤척이다 아침을 맞았다. 호우 경보답게 비는 밤새도록 억척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먼동이 터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을 설친 날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비몽사몽 거리다가 하루가 흘러버린다. 그래도 어쩌라! 하루를 산책으로 시작해본다. 다발성 경화 증세가 보이면서 두 달 전부터 하루 만에 책 쓰기를 하는 월요일을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 산책이다. 다행히 비는 개고 아침의 공기는 상쾌하고 맑았다. 밤새 세상의 모든 것을 쓸어버릴 듯한 기세였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였다. 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상은 가만히 있는데 나의 마음만 요동을 쳐댄다. 청운의 꿈을 않고 행복이라는 거창한 것을 다 가진양 시작했던 결혼 생활이었다. 그것도 한국땅이 아닌 머나먼 이국땅에서였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나의 모든 것을 걸었던 결혼생활이었다. 사랑은 영원할 줄 알았고 행복은 집의 앞과 뒤 심지어 옆에도 있는 정원에 항상 넘쳐날 줄 알았다. 허무나 염세주의자에 가까웠던 나를 변화시킨 것도 사랑의 힘이었다. 사랑 앞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장밋빛이었고 레드카펫처럼 보였다. 실제로 결혼 초기에는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 그래서 그 험난한 이민 초기의 생활들을 견뎌 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는 젊음과 패기라는 무기가 있긴 하였지만......,


어제는 포스코 본사의 테라로사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미팅이 있었다. 아침에 나오다가 깜빡 잊은 빨래가 떠 올랐다. 산책 전 빨래를 넣어서 1시간짜리 섬세 기능에 맞추어 세탁기를 돌리고 나갔다. 세탁기에는 세재를 넣는 곳이 세 군데인데 나는 아직도 그 기능을 알지 못한다. 영국은 모든 세탁기가 드럼형이다. 지금 살 고 있는 곳의 세탁기도 드럼식 세탁기다. 그런데도 아직도 어디에 넣어야 할지 몰라 그때그때 여기저기에 조금씩 나누어 넣는다. 참 게으른 인간이 바로 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돌아가 빨래를 널고 나왔다. 그 몇 분의 차이로 1100번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출근 시간이 지난 9시 이후에는 배차 간격이 뜸해진다. 검색을 해보니 45분 후에 다음 버스가 온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전철도 생각해 보았는데 여러 번 갈아타는 게 귀찮아서 그냥 좀 늦더라도 버스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애매한 자투리 시간에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이혼 문제를 정리하기로 하고 서울 가정 법원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다른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사건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사건 번호를 모른다고 하자 그럼 연휴 이후에 다시 연락하라고 하고 금방 끊어버릴 태세였다. 나는 잠시만요! 를 외치며 재외국민 이혼 건이고 영국대사관에서 서류를 이미 보내온 사건이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그런 경우는 금방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배우자 이름을 알려 주려고 하자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한다. 현지 대사관에서 넘어온 건수가 한두 건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배우자 중 한 사람은 영국에 한 사람은 한국에 있는 좀 특이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은 아내 이름을 맞느냐고 묻는다. 맞다고 했더니 다음 주 금요일 2시에 1차로 상담을 하고 2차는 4시에 교육을 받는 걸로 일정을 예약해 주었다. 그리고 양재동 가정법원 2층에 와서 재외국민 미성년자 부모 이혼이라고 하면 작성해야 할 용지를 준다고 했다. 신분증도 지참하라고 한다. 그렇게 통화는 끝났고 나는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였다. 갑자기 햇살이 쏟아져 피부가 따끔거린다.



법원은 주로 관할지에서 받는데 나처럼 재외공간을 통해 접수된 사건은 일단 서울 가정법원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는다. 물론 관할지가 멀 경우에는 이관 신청을 하면 된다. 부산에 산다면 부산 가정법원으로 옮겨달라고 하면 되는 식이다. 어떤 교육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비디오를 통한 시청각 교육이 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직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은 교육을 받은 후 업데이팅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두 가지 교육을 다 이수해야 한다고 한다. 자녀가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판사의 최종 판결     


판사의 최종 판결로 이혼이 성립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자녀가 미성년자일 경우, 3개월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판사의 판결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이혼을 다시 재고해 보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무튼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음 주 금요일에는 출두해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아내가 그토록 원하는 이혼이니 나는 아내 뜻에 따라주기로 하였다.  출두란 단어를 쓰고 보니 내가 마치 범죄자가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기관이라 어떠한 곳인지 감히 잘 잡히지 않는다. TV를 통해 비친 서초동의 검찰청이나 법원과는 다른 곳인데도 자꾸 서초동이 생각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이혼이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였다. 이 나이쯤 되면 어찌 굴곡이 없겠는가? 인생의 모진 굴곡들을 이겨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이 우리의 최종 종착역일 수도 있다. 죽음이라는 것이 안식이자 평화인 것처럼 말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어떠한 역경이나 고난도 마주해야 할 친구이고 동반자라는 생각이 든다. 삶이 가르쳐주는 수많은 경험들은 우리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질병도, 고통도 다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이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은 더욱 단단해지고 마음의 근육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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