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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Nov 12. 2019

한 트럭의 명품백이 고양이앞에서 숨죽이다.

미스터리(Mr. Lee) #1. 런던, 전생의 고향

명품에 살고 명품에 죽다     


영국에서 사업을 하고 Work permit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은 이 제도 마저도 Sponsorship으로 바뀌어 더욱 까다로워졌다. 그가 온갖 노동일을 하다가 회사를 설립하고 Work permit을 받고 영주권을 받은 이야기는 하나의 드라마 그 자체였다. 그 과정에는 돈과 눈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언제나 억세게도 운이 좋았다. “될 놈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 는 상투적인 말은 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힘들어 포기하려 할 때마다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택시 운전과 이삿짐센터를 하면서 그가 정식으로 설립한 회사는 구매대행회사였다. 영국에서 회사를 설립한다는 의미는 한국의 법인사업자 등록과 유사하다. 한국에서 직구라는 구매대행 붐이 일기 7년 전에 이미 그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선견지명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자고로 사업이란 시기 즉 타이밍까지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반응이 없는 일반인의 구매대행 대신 기업의 구매대행을 결심한다. 그 결과 일본의 모 기업과 계약을 하고 명품 공급을 해 주기 시작하였다.    

  

명품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희귀성이다. 아무나 사고 싶다고 양껏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명품 회사들의 단순하면서도 불변의 진리처럼 통용되는 판매 전략이기도 하다. 그래서 런던이나 파리의 명품 매장 앞에는 루이뷔통 가방을 사기 위해 알바 학생들을 동원한다. 1인당 판매개수가 재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권의 이름과 판매물품을 기록하는 매장도 있다.      


그 명품을 대량으로 구입할 방법을 찾아내면 그는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명품 매장들과 본사를 찾아다니지만 대꾸도 해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태리에서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이태리에서 명품이 유통되는 시스템을 분석하다가 드디어 그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참으로 집요하고 끈질긴 면이 있었다.     


그 자세한 방법을 밝히기에는 그와 이태리 파트너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소개하지는 않겠다. 아무튼 그는 이태리에서 명품을 대량 구매하게 된다. 밀라노와 호수가 아름다운 꼬모라는 작은 마을을 제집 드나들듯 다녔다. 일본의 기업도 깜짝 놀랐다. 저 인간이 어떻게 명품을 트럭으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신상을 말이다! 일본에서 면세점을 크게 운영하는 본사에서는 그를 담당하는 전속 직원을 두 명이나 임명해 두고 그를 관찰하고 감시하기 시작하였다.      

                                   

자존감 높은 고양이는 명품을 혐오한다.     


이태리에서 30%의 선수금을 주고 6개월 전에 시즌 오더를 한 첫 상품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명품을 가득 실은 트럭은 이태리를 출발해 프랑스를 거쳐 이틀 만에 영국 런던 외곽의 그의 집에 도착하였다. 트럭 기사는 좁은 골목을 후진으로 들어오지 못해 진땀을 빼고 있었다. 영국의 골목들에 그렇게 길고 큰 트럭이 들어오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하였다. 주민들의 협조로 차들을 옮기고 길을 넓혀서 겨우 그의 집 현관에 트럭의 꽁무니를 겨우 댈 수 있었다. 건장한 동유럽 출신의 트럭 기사는 18개의 큐빅을 쏟아내고 있었다. 참고로 하나의 큐빅은 가로세로 높이가 1미터이다. 순식간에 거실과 복도는 명품이 담긴 박스들로 가득 차고 말았다.     

 

그 명품들은 분류하여 일본으로 수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 원가와 원산지 그리고 사진을 첨부하는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수량 파악과 불량품 검사는 기본이다. 그렇게 부부가 3일 정도 작업을 하면 일본 운송회사에서 트럭 두 대가 와서 픽업을 해 간다. 그럼 수출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 일을 모르고 살았다고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의욕을 불태운다. 다음 시즌 오더는 몇 배 더 크게 해보리라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내부 문제가 있었다. 바로 그의 까칠하고 시크 한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자기 영역을 침범한 박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갑자기 자기 영역을 가득 매운 박스들을 적으로 간주한 것이다. 틈만 나면 박스 위를 올라 다니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빨리 저 박스들 치우지 않으면 다 상처를 내놓을 거라며 야옹거리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그의 고양이는 박스는 물론 명품 가방들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긁어대기 시작하였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몇 백만 원짜리 명품 백에 고양이 발톱이 새겨지는 순간 그는 하늘이 노래졌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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