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국의 생활 물가는 영국을 역전했을까?

미스터리(Mr. Lee) #3. 영국, 너 잠깐만!

by 런던남자

10. 날씨와 물가는 왜 그러는데?

“관광객이나 외국인들은 런던은 매일 비가 오고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한다. “
영국에 대한 가장 큰 오해를 들라하면 바로 날씨와 물가다. 영국은 매일 비가 오는 줄 안다. 그리고 물가가 비싼 줄로 안다. 둘 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늦은 봄부터 영국에 가뭄이 계속되어 텃밭을 포기하다.”


영국은 매일 비가 오는 나라가 아니다. 우기인 겨울에는 거의 매일 비가 온다. 그렇다고 추워서 눈이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건기인 초여름부터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그는 7년 정도 런던 외곽에서 주말농장을 하였다. 한때 그의 꿈은 영국에서 농부가 되는 것이었다. 잉글랜드에는 산이 없다. 전 국토가 평지 거나 낮은 구릉지다. 시험 삼아 텃밭을 분양받아 운영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물론 바빠지기도 했지만 바로 비가 오지 않아서였다.


봄에 한국에서 가져온 각종 야채 씨앗을 뿌리고 싹이 올라오는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한참 자라야 할 5월 말부터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으면 구청에서는 호수 사용 금지령을 내린다. 호수로 텃밭의 채소나 정원의 잔디에 물을 주다 걸리면 벌금 1,000파운드를 부과한다. 실제로 단속을 다닌다. 이웃 주민이 신고하기도 한다. 북한의 5호 담당제보다 더 감시가 심하다. 영국인의 투철한 신고정신 또한 한몫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물과의 전쟁에 그는 7년째 되던 여름에 텃밭 농사를 포기하고 말았다. 물을 길어다가 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매일 그 짓을 할 만큼 그는 한가하지 못했다.

“여름에는 프리미어리그 축구도 휴식기에 들어간다. 날씨가 더워서가 아니라 비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보는 축구 팬들은 이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영국의 천연 잔디는 비가 오는 겨울에는 한국의 여름처럼 진한 녹색을 띤다. 반면 건기인 여름에는 누렇게 죽어간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가 여름에 쉬는 이유가 잔디 관리 탓도 있을 것이다. 사실 한여름에 천연잔디구장에 물을 뿌려주지 않으면 아스팔트처럼 딱딱해진다. 미끄러운 겨울철보다 딱딱한 여름철에 부상을 많이 당하는 이유다.


”겨울에 런던 하늘에 해가 뜨면 그건 로또 맞은 날이다.”


겨울에는 해가 뜨는 날은 좀처럼 없다. 매일 비가 온다. 비가 오지 않아도 런던의 겨울 하늘은 늘 우울하다. 우중충한 것도 모자라 3시만 되면 어두워진다. 어느 겨울날 비행기를 타고 밀라노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다가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의 호기심이 안겨준 우연한 발견이었다. 그 발견은 놀랍게도 영국의 겨울철 하늘에도 매일 해가 뜬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구름들이었다. 겨울철에도 해가 뜨는데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섬나라이다 보니 대서양에서 만들어진 비구름들이 끊임없이 영국 상공으로 날아드는 것이다. 해가 뜨고 있어도 구름들이 그 해를 가리면 그만이다. 영국의 겨울이 매일 우중충하고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이유가 바로 구름이었던 것이다.


반면 영국의 여름은 한국의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많다. 위도까지 높아서 해는 새벽 4시부터 떠서 저녁 9시 반이 되어야 질 생각을 한다. 섬머 타임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영국의 여름은 완벽한 선물이자 최고의 축복이다. “


영국 사람들은 여름을 사랑하고 즐긴다. 겨울에 대한 보상이 바로 여름의 완벽한 날씨다. 평균 기온도 한국의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은 정도다. 30도를 넘는 일은 좀처럼 없다. 가끔 유럽 대륙에서 몰려드는 폭염 때문에 이상 기온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날은 며칠 되지 않는다. 선선한 날씨에 하루 종일 떠 있는 태양은 세계 어느 나라 부럽지 않다.


영국의 봄과 가을은 한국처럼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기별도 없이 왔다가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영국의 우울한 가을과 달리 봄은 한국 못지않게 아름답다. 집집마다 앞뒤 정원에서는 수선화를 시작으로 각종 꽃들이 피어난다. 목련과 개나리는 기본이고 철쭉과 장미까지 꽃의 나라가 따로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진달래는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는 봄마다 한국의 남도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천 상 한국 사람이었다. 야산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를 따먹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영국의 물가가 비싸다고요! 그건 오해이십니다.”


영국의 물가에 대한 오해도 이 기회에 풀어주고 싶다. 집값은 물론이고 교통비와 각종 공과금은 여전히 비싼 나라가 맞다. 심지어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상상을 초월한다. 세금의 나라가 맞다. 부가가치세는 한국의 두 배인 20%다. 고액 연봉자들에게는 때어가는 세금이 장난이 아니다. 연봉이 2억 이상일 경우에는 35%가량을 떼어간다. 그 이상이면 더 높아지지만 50%를 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런 연봉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도 그 부분에서는 꼬리를 살짝 내린다. 그의 고액 연봉을 받는 친구에게 푸념처럼 흘려들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대체로 그렇다.


영국에서는 부자세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세금을 피해 갈 방법이 거의 없다. 소득에 맞게 세금을 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전문직도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그 세금으로 병원과 학교는 물론이고 싱글 맘이나 저소득층에게 복지비용으로 지출한다. 국가의 역할로 운영하는 것이다. 영국식 사회 민주주의의 특징이다. 그래서 나타난 사생아가 바로 브렉시트라는 기형아였다. EU와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브렉시트라는 사생아를 낳고 말았다. EU로부터 이혼을 당했지만 위자료는 고사하고 여차하면 다른 자식들의 친권도 잃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자식들이 바로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다. 틈만 나면 자치 방을 얻어서라도 독립하겠다고 벼르던 자식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이민자나 난민이 영국으로 몰려드는 이유“


한마디로 브렉시트는 영국인들이 내는 세금으로 이민자들이 혜택을 보는데서 비롯된 문제에서 출발했다. 영국으로 보스니아와 시리아 난민들이 몰려드는 것도 모자로 동유럽 국민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였다. 실제로 그의 아이가 어렸을 때 학교에는 체코와 폴란드 출신의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그들이 영국의 각종 복지혜택을 누리며 눌러앉게 되자 국민들은 이민자들을 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가 브렉시트였다.

비즈니스를 하던 그도 브렉시트 덕분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안식년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참!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더니 그의 인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국의 생필품 물가는 한국보다 싸다!!!!”


영국의 날씨와 세금은 그렇고 또 하나의 오해인 물가에 대해 알아보자. 영국의 살인적인 물가에도 국민들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각종 복지 혜택 때문이다. 물가도 비싼데 학비와 병원비는 물론 그 비싼 집의 월세까지 내야 한다면 영국도 아이부터 포기하였을 것이다. 누가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을 배짱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아이가 서너 명은 기본이다. 많은 집은 11명인 경우도 보았다. 마치 그가 어렸을 때 한국의 시골 풍경을 보는듯하여 혼란스럽기까지 했지만 사실이었다.


물가란 관광객이 체감하는 것과 로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지수에 차이가 크다. 몇 년 전에 Tesco라는 영국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망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고로 Tesco의 연간 매출액은 칠레나 페루의 국민총생산보다 크다고 한다.


그가 한국에 와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영국 겨울 하늘에 매일 해가 떠있다는 사실의 발견만큼이나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물가였다. 교통비나 담배 가격과 기타 공공요금은 여전히 영국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장바구니 물가는 영국 못지않게 비싸다는 사실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고기와 채소 야채 등의 가격이 영국보다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한국에서 난 제철 농수산물과 한국에서 생산된 축산물들의 가격이었다. 그는 혼자 살면서 밥을 해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차라라 한 끼 사서 먹는 것이 1인 가구의 입장에서는 훨씬 저렴하였다. 그가 생각하는 이민전의 한국이 더 이상 아니었다. 먹고사는 생필품 물가는 이미 영국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쩌다 한국의 소비자 물가가 영국을 역전했을까? “


그가 영국으로 이민 가서 장바구니에 담을 때마다 한국의 환율을 떠올리며 몸서리치던 일이 이제 거꾸로 된 것이다. 20년의 세월 동안 한국의 평균 소득은 제자리인데 물가만 오른 것이다. 3만 불이라는 허상에 빠진 국민들의 생활이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각종 언론에서 발표하는 1인당 국민 평균 월급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놀랍게도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언론들이 발표한 통계의 평균치는 260만 원 정도였다.

그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만큼 청년과 노년 실업자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억대 연봉자들도 훨씬 많아졌다. 이제는 20년 전에 비해 1억이라는 돈의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그렇다면 260만 원은 20년 전의 130만 원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한국에서 월급을 받고 사는 일반 직장인들이나 알바 인생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부부가 같이 벌어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회가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현주소였던 것이다.

한국에 사는 일반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간단하였다. 소득 대비 소비자 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었다.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주거비와 물가에 비해 소득은 낮았는데 그 소득에 참여할 기회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에 반해 땅이나 아파트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세상 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다.

”영국에서 좌파 정권이 오랜 기간 집권할 수 있는 이유는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

대부분의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사회 양극화는 논쟁의 중심에 서곤 하였다. 불평등이 가져온 참사였다. 국가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좌파라고 하는 정의당이 정권을 잡아도 고쳐지기 힘든 한국의 고질병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왜 영국이 좌파가 정권을 잡아왔는지는 바로 정치인이나 기업이 아닌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그런 국민들이 많지 않다. 보수 진영에서 좌파나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는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자기 재산만을 지키려는 소수의 가진 자들의 논리에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농락당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농락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촛불 몇 번 들었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영국도 오래전 IMF를 경험하였다. 노동자들의 극렬한 데모를 군인들을 동원하여 막았던 철의 여인 대처도 있었다. 영국 국민들의 선택은 사회주의에 가까운 복지를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오직 투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그들 대부분은 기득권이고 우파인 것이다. 그러니 누가 집권해도 국민들은 힘들다. 점점 생활은 힘들어진다. 정권이 바뀐다고 결코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다.


그는 한국에서 1년의 안식년을 보내면서 타산지석이라는 단어를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과 북유럽을 보면 해답이 보인다. 왜 그들이 민주주의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에 가까운 좌파 정책을 펼치는지 말이다.

좌파든 우파든 중요한 것은 누가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느냐다. 보수라도 부자가 아닌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 당연히 밀어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힘들게 사는 일반 국민들도 사람답게 살아보는 것이다.

월세를 걱정하고 전세를 걱정하고 실직과 사업 실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만들어줄 진영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제나 한국 서민들도 돈 걱정 안 해보고 살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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