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현대 전력발전소 프로젝트

by Massoud Jun


***재회


지중해성 기후인 알제리 알제 공항엔 직속상관 이 부장 대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알제의 민박집에 짐을 풀고 이 부장과 본격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좋은 사람이었다. 현엔에서 오래 근무하다 명예퇴직을 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계약직으로 다시 들어왔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에 파견될 예정이었지만 급 변경되어 알제리로 왔다고 하면서 현대는 사 번이 깡패라고 말하며 웃었다. 알제리는 처음이었지만 외국에서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수행해온 베테랑이었다.


알제리는 현대와 삼성, GS와 한화, 대우가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다시피 수주를 하고 있었고, 이번에 새롭게 발주를 시작한 복합화력 발전소 6기 중에 3기가 현엔에게 돌아간 상태였다. 나머지도 한화, 삼성엔지니어링과 물산이 차지했다. 예전에 삼성엔지니어링 토목 직영으로 왔던 스킥다 프로젝트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고,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가스 채굴 플랜트 공장 건설, 티미문 프로젝트를 수주한 상태였다.


짧았던 기간이었지만 삼성 엔지니어링과 알제리 스킥다에서 수행한 정유공장 현대화 작업에 좋은 추억과 인연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경험이 나를 현대엔지니어링에 도전하게 했고 고졸 출신임에도, 잘 배운 사람들이 부럽지 않았던 경력이 면접에 자신을 주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이슬람 국가인 알제리는 금요일과 토요일이 휴일이다. 발주처가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이 부장과 나도 긴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면서도 시내에는 가볼 만한 곳이 별로 없었다. 이틀이나 되는 휴일을 국내 항공편을 타고 안나바로 향했다. 안나바에서 스킥다까진 두 시간 거리였다.


개인 조수를 하던 우사마가 마중을 나와주었다. 5월에 결혼을 한다고 자랑했다. 그때 꼭 오겠다고 약속하며 우리는 스킥다 벨뷔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이스마가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살이 부쩍 빠진 모습이 다이어트를 한 모양이었다.


Belle Vue.jpg 호텔 벨뷔(Belle Vue:아름다운 풍경)



지난 1년 동안 조선소에서 경험한 모진 기억들이 그녀의 환한 미소로 말끔히 사라지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사소한 대화가 오갔다. 삼성 프로젝트는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그녀는 아직도 삼성에서 일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한 아빠 같은 김 과장이 저녁마다 술을 마시는 모양인지 아침마다 술 냄새를 풍긴다고 웃으며 푸념했지만, 무슬림이 아닌 사람에게 존중이 우러나는 애교로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보며 질문했다.


“나보다 이슬람에 뛰어난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랐어. 내가 모르는 코란의 경전을 해석해 주고 공부시켜줄 사람 말이야. 그래서 이슬람 이외는 그 어떤 종교도 섬겨서는 안 돼! 그리고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마쑤드! 그리고 아빠께 허락을 받아야 돼!.”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질문이라 흔쾌히 대답했다.


“프랑스나 알제리에선 상관없지만 한국에선 어른이 주는 술은 마셔야 해. 그건 종교와 아무 상관없는 예의에 관한 것이야. 돼지고기는 한국인들의 성장 배경이야. 그러나 할랄(제사 지낸) 한 것이면 괜찮잖아. 돼지고기 외에도 대체 음식은 많으니 괜찮아. 나는 크리스천이었고 역사를 배우면서 종교와 멀어졌어. 그리고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자기 성찰에 가까워. 깨달음을 얻는, 뭐랄까...... 조용한 문화처럼 되어버렸달까. 우리 고유의 건축물을 보려면 절에 가야 하는 거지!


우리 회사 동료 중에 파티마라고 있어. 히잡을 쓰진 않는데, 음식을 먹으면서 알코올이 들어갔는지, 돼지고기가 들어갔는지 항상 따져 묻고서야 먹어. 한국에선 파티마와 같이 밥 먹는 사람이 없어. 음식에 그런 규율을 따지는 것은 가혹하고 다른 나라에 가서 무슬림의 자랑스러움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면 안 된다고 봐. 돼지고기와 술은 한국인들의 성장하면서 누구나 먹는 음식이야! 그렇다고 한국인들은 모두 지옥에 가야 해? 인간으로 세상에 온 사람들은 사람의 인생을 살아야지!


그리고 죽어 심판받는다면, 얼마나 정직하게 살았고 베풀었는지를 심판받겠지. 이스마, 인간은 모두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사는 사회적 동물이야! 전지전능한 신에게 얼마의 재물을 바치고, 얼마나 기도를 하는 것도 결국 종교의 부패와 몰락을 가져왔어. 그러나, 상관없어! 사랑은 무엇보다 위대하니까! 그리고 아빠를 만나겠다고 이미 우사마가 모스케 이맘에게 전달해 두었어! 약속이 잡히면 다시 주말에 다시 오도록 할게”


오후 다섯 시, 헤어져 삼성 캠프로 들어갔다.

토요일엔 안나바에서 이스마와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다. 관리 부장이 없는 자리를 이 차장이 지키고 있었다. 그가 내게 캠프 사용을 허락했었기 때문에 옛날을 추억하며 숙소에 머물렀다. 이 차장이 숙소로 나를 초대해 술대접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소속으로 알제리 재 입성한 것을 축하했다. 내가 이스마와 그런 사이라는 사실을 알리자, 같이 일할 때는 왜 소리 소문 없이 그 사실을 몰랐었는지를 의아해했다. 이 차장은 밤늦게까지 나를 대접했고 그의 마음을 고맙게 받았다.






우사마는 아버지 벤츠를 몰고, 9시부터 캠프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의 눈을 피해 벨뷔 호텔에서 이스마를 픽업하고 우리는 두 시간 거리의 안나바로 향했다. 3월의 북아프리카의 햇빛은 조금 서늘하기도 한 것이, 사하라 사막을 가진 나라, 알제리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지중해성 기후로, 프랑스 남부의 3월은 벌써 여름 같은 날씨를 풍길 정도였다. 바닷가 주변의 초록엔 벌써 꽃들이 만발해서 봄이 왔음을 알렸다.


긴 여정을 따라 이스마의 허벅지에 머리를 눕히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이스마의 손길을 느끼며 행복한 단꿈을 꾸었다. 사랑이 무엇보다 위대하다는 것은, 신보다 위대하다는 뜻이었다. 가족을 일구며 살아야 할 빠듯한 인간 세상에, 신에게 충성하고 돈을 갖다 바치는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과연 이 여자가, 사랑과 신 사이에 어떤 선택을 할지, 이미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종교에 상관없이 결혼하는 이슬람 남자들과, 무슬림 밖에 결혼하지 못하는 여자의 차별도 그러하거니와, 세상사, 곳곳을 다니다 보면 종교적 의무를 조금이라도 내려놓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Annaba.jpg 안나바 Saint Cloud 해수욕장


안나바의 유태인 해수욕장은 쌩 클루와 연결되어 1km에 달했다.

고풍스러운 성곽과 정원은 프랑스인들이 건설한 것이 명확해 보이는 해변에는 주말 산책을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명확하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듯한 주변 설계는 조화롭지 않은 듯, 어색한 티가 나서 프랑스의 해변과 확실하게 비교가 되었다.


대부분이 호텔과 리조트, 위락시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설계된 프랑스의 해변은 멋지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만, 꾸미다 만듯한 이곳 해변은 그런대로 꾸밈없는 운치가 있었다. 온통 상업시설과 바가지요금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이스마가 내 팔짱을 꼭 꼈다.

바닷바람이 산뜻하게 피부에 와 닿듯이 그녀의 행복한 심장소리가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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