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군
*** 발주처 PM 모하메드
이 부장과 나는 발주처 건물에서 공무를 위한 업무에 돌입했다.
첫 임무는 발주처와 예정된 기술회의이자 공정에 관련된 회의였다. 나는 공무팀 통역이었기 때문에 특히 전문용어에 신경 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어로 되어 있는 전문용어와 영어가 달랐다. 거기에 영어로 하는 기술 용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불어로 옮긴다는 게 시간이 많이 걸렸고 현장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기술 용어들은 영어와 불어로 옮기는데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발주처 미팅에는 현대와 컨소시엄을 맺은 전문 통역사가 둘이나 있었다. 알제리 출신의 노련한 통역이 있었고 컨소시엄을 맺은 대우 인터내셔널의 젊고 총기 발랄한 한국인 통역의 회의 주도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발주처 피엠 모하메드가 하는 불어를 영어로 통역했다. 전체 회의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막중한 임무가 내게 바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려운 전문용어들을 영어로 해내는 그의 능력에 비해 턱 없이 모자랐기 때문에, 과연 회사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이어졌다.
전체 회의를 진행하는 알제리인 통역은 기술적인 용어를 거의 말하지 않고 임의대로 해석해서 영어로 통역을 하는데 비해, 한국인 통역은 목소리가 씩씩하고 막힘이 없었다.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 그제야 비로소 현장 통역과 회의 통역의 차이점과 실력을 가름할 수 있었다. 그 실력 차이는 금방 들통났다. 발주처 젊은 피엠 모하메드가 내 불어 실력에 의심을 품고 재차 확인하면서 확실한 의심을 품었다.
회의를 진행할 때의 용어들은 완전한 회의 문장으로 낯 선 기술용어 하나만 들어가도 전체 문장을 잃어버리는 반면, 일반적인 대화는 문제가 없었다. 이해 못하는 언어들은 다시 물으면 됐지만 모하메드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피엠이라는 직위에 맞는 통역이 자신을 상대해 주길 바랬던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 내 불어 실력을 가지고 문제 삼는 사람은 모하메드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당황하고 난감했지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나 스스로는 애써 침착했다.
그러나, 모하메드가 계속 나의 자질을 문제 삼는다면,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의사소통을 문제 삼는 그를 위한 다른 훌륭한 통역들이 현대에는 많았고 한국인 통역들의 영리함에 비해, 시간이 지나면 나중엔 자신의 권한으로 곤란함을 회피할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경험과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지 않고, 내가 말하는 불어 수준을 문제 삼는 것을 3년 동안 알제리에서 일하는 동안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모하메드가 하는 얘기를 받아 적으려 하자 그럴 필요 없다면서,
"마쑤드, 좀 전에 내가 한 뭐라고 말했는지 다시 한번 말해봐"
과정을 대답하자,
"어? 다 이해했네?"
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돌아보며 멋 적게 웃었다. 36세, 현대를 상대하는 직위가 프로젝트 매니저이니 오만할 만도 했으나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엔 '너 심하게 군다'는 표현이 숨어 있었다. 그의 일상적인 불어는 어렵지 않았다. 그가 하는 말에 이해 못하는 단어가 있었고 그것을 아는 것처럼 넘어가면 큰일이 날 것이기 때문에 되물어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처럼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전문으로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용어를 3개월 동안 익히고 파견했어도 모르는 게 많았다. 모하메드에게 어려운 것은 그의 직위를 이용한 위계에 의한 갑질이자 군기 잡기이지, 내가 보여주지 못한 능력이 아닌지라, 그가 나를 거부해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이런 류는 박사급에 완벽한 불어 구사자가 나타나도 책임전가와 권한을 휘두를 것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지만 그를 이해했다. 그러나, 내 불어를 문제 삼는 것은 오로지 모하메드뿐이어서 토목이나 전기, 기계 등의 발주처 담당자들을 만나서는 즐겁게 농담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점차 인맥을 쌓아갔다. 특히, 토목 담당 매니저 수칸은 굉장히 호의적이고 친화력이 좋아서 죽이 잘 맞았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이 부장에게 모하메드가 내 불어 수준을 의심한다고 말하고 교체 가능성에 대해 보고했다. 이 부장은 개의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