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글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 - 팝업 참여 작가이자 기획자의 노트
브런치에 글을 쓴 지 9년이 되었다. 2015년 8월, 브런치스토리에 처음으로 글을 쓰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날로그한 취향을 가진 마케터"라는 소개 문구는 지금도 그대로다. 디지털 마케터이지만, 아날로그적인 물건과 공간, 순간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글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때 나는 알았을까. 몇 권의 책을 내고, 나 자신을 작가로 소개하게 될 줄. 9년이 흐른 뒤, 나를 꾸준히 쓰기의 세계로 안내하고 작가로 만들어준 플랫폼과 '사람들을 작가로 만들어주는 특별한 공간'을 함께 만들게 된다는 것을.
성수동의 한복판에 브런치스토어의 팝업을 여는 프로젝트를 사콜이가 브런치스토리 팀과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팝업의 기획부터 그래픽 디자인, 공간 디자인, 카피라이팅, 운영, VMD까지 전부 맡아 진행했다.
라이프집 팝업을 기획했을 때처럼, 초기 멤버들이 동일했다 - 나, 예시, 슬기, 재형, 재성. 팝업 준비 위원회가 된 5명이 메인 컨셉과 기획 메시지를 정리하면, 이후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한다. 필요할 때는 다른 사콜 멤버들이 더 참여해 준다. 이번에도 재형이 메인 그래픽 디자인을 맡고, 다연이 필요한 디자인 부분을 함께 했다.
기획 단계에서는 언제나 한 문장을 찾으려고 한다. 팝업이란 큰 공간을 기획할 때도,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그 한 문장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이번에도 팝업의 목적과 메시지가 명확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브런치만큼 이 문장이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누구든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상까지 반영하고 있는 문장! 우리의 목적은 명확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브런치를 오프라인으로 옮겨오는 것. 누구든지 들어올 때는 작가가 아니어도, 나갈 때는 작가가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브런치 팀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기획은 점점 뾰족해졌고, '작가의 여정'이라는 타이틀로 정리되었다. 가장 큰 힌트는 이미 브런치 팀의 이야기 속에 있었다. 잘 만든 기획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깊이 듣고 브랜드의 진짜 알맹이를 찾아내는 과정 속에 있다. 그래서 나는 기획할 때 RFP(제안 요청서)나 담당자들이 쓴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다. 그 안에 가장 중요한 힌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팝업을 준비하면서 브런치의 아버지라 불리는 성진님이 브런치를 론칭할 당시 썼던 글을 몇 번씩 다시 읽어보았다. 우리에게 성진님이 강조한 건 단순했다. For Writers.
팝업을 함께 준비하면서 가장 좋았던 게 브런치 팀의 진심이다. 작가들을 위한, 작가들에 의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브런치 팀의 마음은 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다. 그 마음이 9년째 이어져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존경스럽다. 내게 수많은 문을 열어준 브런치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일로서 또 연결되고 함께 어떤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 신기하고 감사할 뿐.
이들의 진심은 나의 진심도 이끌어냈다. 본래 마음이란 게 전염성이 강해서 진심을 다 하면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 옮겨가고, 그 합이 더해질 때 진짜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이건 돈을 많이 준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시킨다고 되는 일도 아니라 단순해 보이지만 더 어려운 일이다.
내가 기획과 카피라이팅, 전반적인 디렉팅을 맡고, 재형이가 전체 그래픽 디자인을 총괄했다. 재형이의 디자인은 늘 기획이 빛을 발하게 해 준다. 라이프집 팝업을 진행할 때도 디자인 덕분에 기획이 살아났다는 표현을 자주 들었는데 공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아이디어와 기획을 비주얼적으로 풀어주는 것도, 손에 잡히게 만들어주는 것도 디자인의 영역이고 역할이다. 우리의 기획과 디자인은 시너지를 낼 때가 많아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기대가 된다. 재형이의 디자인은 그런 게 있다. 어디서도 못 본 것 같은 새로운 느낌.
브런치의 블랙과 화이트를 메인으로, 프롤로그에 정리한 글이 사람 형상으로, 한 글자씩 흩어지는 여정의 궤적으로 독특하고 멋지게 디자인이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공간 외벽 유리에 풀어진 작가의 여정.
우리가 만든 팝업이지만 너무 예쁘다ㅠㅠ
기획과 그래픽 디자인은 촘촘하게 공간 디자인과 연결이 된다. '작가의 여정' 팝업은 한 권의 책처럼 구성했다. 길게 이어진 공간 안에서 프롤로그, 챕터 1-3, 에필로그까지 전시를 체험하는 동안 브런치와 함께 한 작가들의 여정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들어온 사람들도 '작가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각 챕터는 아래와 같이 구성했다.
프롤로그 -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챕터 1 -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
챕터 2 - 계속 쓰면 힘이 된다
새로운 관점을 향한 [ 틈 ]
챕터 3 - 나의 글이 세상과 만난다면
에필로그 - 작가라는 평생의 여정
양쪽으로 가벽이 세워져 중앙을 중심으로 팝업을 통과하면서 각 챕터를 체험하게 된다. 공간과 기획한 챕터의 숫자도 어쩜 절묘하게 딱 맞아떨어졌다. (이런 우연이 맞을 때 나는 우주가 돕는다고 표현한다.)
사콜이가 기획하는 팝업의 공간 디자인은 재성이가 디렉팅 하고 있다. 각 섹션마다 챕터의 기획대로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줬다. 재성이는 브랜드와 기획, 창작과 예술의 접점에서 상업성과 예술성을 둘 다 놓치지 않고 재성이만 만들 수 있는 집기를 디자인하고 만들어낸다. 그 과정도 결과물도 내게는 예술 작품 같아서 ‘이번에는 어떤 집기로 풀어냈나’ 하고 재성이가 맡은 팝업마다 포인트를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도 재성이는 기획에 맞춰 모든 집기를 직접 디자인하고 시공까지 총괄했다. 브런치 팝업은 원목의 느낌으로 따뜻하게 풀어졌다. 글쓰기에 최적화된 테이블과 귀여운 스툴도, 각 구역별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벽도 장치도. 재성이의 공간 디자인은 기획과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사콜이 파트너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배경이 되어준다. 이번에도 가구 디자인을 몇 개를 한 건지. 어느덧 기획에 맞는 공간을 디자인, 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의 강점이 되었다.
팝업 안에 녹아든 콘텐츠의 세부적인 부분과 운영은 예시, 슬기가 함께 정리한다. 혼자서는 절대 못했을 일들이 예시와 슬기가 있어서 가능해진다. 어쩌다 보니 올해부터 오프라인 공간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예시와 슬기는 운영안을 깔끔하고 명확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여기에 섭외한 크리에이터들부터 우리와 관련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다정하고 세심하게 챙기는 두 사람의 마음이 더해진다. 기획과 표현 방식을 함께 세심하게 신경 써주고, 멤버들의 안위까지 챙기는 두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 번아웃이 왔거나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나를 지탱해 주는 커다란 힘은 예시와 슬기의 순수하고 선한 마음이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 기꺼이 붙어주는 사콜이 멤버들이 있다. 이번에도 짧은 시간 안에 디자인할 것이 많았는데 다연 덕분에 여러 작업이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내가 느끼는 재형, 다연의 디자인 강점이 다른데 다른 만큼 둘의 합은 시너지를 낸다. 다연님의 손길은 우리 기획에 위트, 귀여움, 힙함을 한 스푼씩 더해준다. 특히 이번에 작업해 준 다연의 워크북에 들어갈 스티커들 너무 예쁘고, 손 맛이 있다.
기획의 비하인드를 전해본다는 게 사콜이 크루 멤버들의 자랑이 된 것 같지만... 사콜이의 비결이 동료들인 걸. 같은 일도 색다르게 재미있게 풀어보려는 우리의 노력은 작가의 여정 팝업에도 녹아들었다. 구석구석 우리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수제 팝업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그 결과는? 아이들도, 어르신도 누구든지 찾아와 글을 쓰는 따뜻하고 낭만적인 공간이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누누이 이야기해 왔는데, 신기하게도 덕업일치의 순간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여정에 우리를 믿어주는 고마운 파트너들과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게 가장 기쁘다.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출발했지만 오래전에 찍어둔 점이 하나둘씩 연결되어 저마다의 별자리를 그린다. 그 연결의 합으로 탄생한 여러 결과물을 만나게 되며 새삼 신기함을 느끼곤 한다.
팝업의 챕터를 자세히 하나씩 살펴보자면.
브런치스토리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해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작가'라고 부릅니다. 출간 경험이 없어도, 등단을 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세상을 향해 글을 쓰는 사람이 브런치 작가입니다.
버튼 하나로 많은 것이 빠르게 단축되고, 가볍게 소비되는 시대에 깊은 호흡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담는 브런치스토리의 도전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매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열며 새로운 출간의 판로를 개척하고, 기고와 강연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며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습니다. 다양한 작가들을 처음 발굴하기도 했지요.
9년 동안 수많은 작가들의 여정을 동행하고 지켜보며 우리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해도 '좋은 글이 가지는 힘'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세상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작은 것에서 큰 가치를 발견해 내는 작가의 시선과 선한 영향력이야말로 언제든 필요하다는 것을요.
<WAYS OF WRITERS: 작가의 여정> 전시는 브런치스토리와 함께 걸어온 작가들의 여정을 조명합니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한 권의 책처럼 구성된 공간을 경험하는 동안 여러분만의 '작가의 여정'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전시의 끝에 여러분의 마음속에 글을 쓰고 싶은 열망이 씨앗처럼 심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겁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하는 모두가 자기 삶의 작가입니다.
이곳에서 시작될 당신의 '작가의 여정'을 브런치스토리가 응원합니다.
- 브런치스토리팀
프롤로그에 적은 글은 전시장에 들어오자마자 보인다. 이곳에 브런치스토리가 정의하는 글의 가치와 작가의 의미를 담았다. 첫 문단은 브런치가 세상에 처음 인사를 건넬 때부터 꾸준히 써온 문장들이다. '출간 경험이 없어도, 등단을 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세상을 향해 글을 쓰는 사람이 브런치 작가'라는 말의 산 증인 여럿이 이 전시에 참여하게 된 게 아닐까. 나도 브런치 덕분에 가장 먼저 작가라 불리고 여러 권의 책을 내게 되었으니까.
내게 좋은 영향이 많았던 만큼, 팝업을 찾아준 사람들과 글쓰기를 시작하면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를 나누고 싶었다. 단 몇 명이라도 마음속에 '글을 쓰고 싶은 열망'을 심어주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든 장치가 바로 작가의 여정 워크북이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브런치 작가는 검은색 워크북을 받고, 예비 작가는 흰색 워크북을 받는다. 브런치 작가들은 입구 초입인 프롤로그에서부터 '브런치 작가 카드'를 만들어 워크북에 끼운 상태로 팝업을 체험한다. 예비 작가는 팝업을 경험하며 워크북 중 자신의 책 제목을 기획해 보는 페이지를 채우면 에필로그에서 인턴 작가로 등록이 되고, 작가 카드를 만들어 표지를 완성하는 형태로 경험의 흐름을 설계했다.
인턴 작가와 아이디카드는 브런치스토리 팀에서 제안해 준 아이디어였는데, 이건 꼭 해야 한다 싶어서 바로 카드를 발급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현장에 설치되기까지는 또 슬기가 활약해 주었다. 팝업에 오면 브런치 인턴 작가가 될 수 있고, 작가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혜택이 팝업의 메인이벤트가 되었다.
워크북의 목차도 팝업의 챕터 흐름과 동일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팝업을 경험하면서 워크북을 채우고 나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 키워드 - 글쓰기의 시작, 작가로서의 발견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작가로서 더욱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부류'는 따로 있는 줄 알았다고요. 아직도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또 어떤 글을 써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잘 오셨습니다. 챕터 1에서 어느 날 작가가 된 새로운 작가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세요.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10 작품을 소개합니다. 2024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축하하며, 10인의 작가와 함께 내 글의 주제가 될 수 있는 키워드를 찾고, 글쓰기의 싹을 틔워보세요.
자세히 보면 챕터마다 키워드가 붙어있다. 첫 챕터의 키워드는 시작과 발견. 작가로서의 나의 정체성 혹은 나의 이야기의 키워드를 새롭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챕터 1에서는 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받은 작가 10인의 키워드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OOO 하던 OO는 이란 문장으로 시작해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로 문장이 끝나도록 작가들을 전부 소개했다. 워크북 안에도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 앞에 비어있는 문구를 채워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장을 찾는 작업은 어렵지만,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게 키워드를 정리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챕터 1에서는 각 작가들이 자신의 키워드를 찾기 위해 던진 질문들을 스티커의 형태로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챕터 1에서는 나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출간의 경험을 하고 "어느 날 작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영감의 소품을 보여주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었다.
# 키워드 - 작가로서의 성장, 글쓰기의 기술
작가들이 계속해서 글을 쓰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계속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런치스토리에서 몇 년째 꾸준히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5인의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고 얻은 것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처음으로 꾸준한 기록을 시작한 작가도 있고, 숨겨져 있던 원석 같은 글이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되어 출간으로 이어지며 몇십만 부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해외에서도 열렬히 사랑받는 책을 낸 작가도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작가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다양하게 퍼져나간 기회를 보면 좋아하는 마음으로 찍어둔 점들이 나중에 선으로 연결된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글을 쓰면 여러 가지 능력을 덩달아 얻게 됩니다. 정보를 조합하고 정리하는 능력, 생각과 의견이 명확해지는 경험, 같은 것도 다르게 보는 시선, 기록하는 습관, 나의 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경험. 한 걸음씩 발을 옮기듯이 글을 쓰며 작가의 여정을 통과하는 동안 작가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일들이지요. 작가의 문을 열게 되면 연달아 생기는 마법 같은 일들을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어요.
5인의 작가의 여정과 글쓰기 레시피를 통해 여러분의 쓰고 싶은 열망에도 뿌리를 내려보세요. 꾸준한 글쓰기 원동력을 얻어가세요.
망설여질 때마다 기억하세요. 계속 쓰면 힘이 됩니다.
챕터 2의 키워드는 성장과 기술이다. 챕터 1에서 나의 키워드를 찾았다면, 챕터 2 단계에서는 계속 써보기를 권유한다. 이를 위해 브런치와 꾸준히 함께 걸어온 작가들의 글쓰기 요령과 도구들을 전시했다. 그리고 작가가 되기까지의 길었던 과정을 타임라인의 형태로 정리했다.
과정을 보여주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에게도 이렇게 처음의 순간들이 있었구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고, '유명하니까 이렇게 됐네'라고 결과론적으로 누군가의 과정과 노력을 단숨에 폄하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시선의 차이가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자신의 한계를 결정짓는 것 같다. 어느 곳을 보고 흡수하는가에 따라 얻어가는 것이 달라진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정문정 작가님, <90년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황보름 작가님, <그냥이 어때서> 슌 작가님과 함께 이 섹션에 나도 작가로 전시에 참여 중이다. 덕분에 브런치에 처음 썼던 글과 그동안 기록해 둔 노트들도 다시 펼쳐보게 됐다.
게을러진다고 자책하는 순간도 많았는데 느슨하게라도 기록을 끊지 않았던 게 쌓이고 보니 이만큼이었다. '계속 쓰면 힘이 된다'는 건 몇 년 전에 내가 쓴 브런치 글로도 존재하는데, 날이 갈수록 더 실감 난다. 계속 쓰면 힘이 된다. (내가 처음에 글 제목으로 쓰고 브런치 팀에서 너무 마음에 들어하셔서? 스티커로도 만들어지고 꾸준히 쓰이고 있는 문장이다.)
각 작가별로 글쓰기 요령 3가지를 떡메모지 형태로 만들고, 이를 수집해갈 수 있도록 했다. 5명의 작가들의 글쓰기 요령이 신기하게도 전부 다르다. 챕터 2에서는 이렇게 글쓰기 요령과 영감을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누구든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을 가져갔으면 했다.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많이 읽는 일! 그래서 이곳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역대 수상작들도 모아두었다.
사콜에는 VMD가 따로 없지만 워낙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탓에 내가 직접 연출을 하거나 멤버들이 함께 아이템 진열을 한다. 이번에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이 앞에 재성이랑 마지막 순간에 논의해서 스툴 2개를 둔 것.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보일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다.
브런치 팝업에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노트북을 하는 사람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 보인다.
재미있게도 딱 틈이 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이곳에 브런치스토리의 콘텐츠 큐레이션 공간 [ 틈 ]을 만들었다. 마침 어제 시즌2가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는 작가들이 직접 브런치스토리의 글들을 큐레이션 한다. 내가 첫 번째 큐레이터로 참여하게 되었고, 대주제는 '텍스트힙'이었다. 영상의 시대에 텍스트가 다시 힙해진다는 트렌드 키워드를 중심으로 오늘날의 글과 글쓰기에 대해 총 70개의 글을 큐레이션 했다. 요일별 대표 콘텐츠 속에서 브런치 작가들의 수집하고 싶은 문장들을 뽑았고, 이를 전부 스티커로 만들어 수집해갈 수 있게 했다.
스티커를 보니 나도 오늘 하나하나 수집해 와야겠다...
틈을 소개하는 벽의 뒤편으로는 마인드 맵을 소개한다. 각 키워드를 뽑게 된 브레인스토밍의 결과. 핵심 주제가 나오면 세부 가지로 뻗어나가고 함께 분류된 키워드들이 세부 목차의 형태로 정리될 수 있다.
이 마인드 맵도 직접 하나하나 쓰고 오리고 붙여서 완성되었다. (수제 팝업 맞는 듯)
# 키워드 - 내 세계의 확장, 공유를 통해 연결되는 경험
이곳은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나만의 키워드를 찾고, 글쓰기의 요령과 영감을 수집했다면 이제는 당신이 작가가 되어 직접 글을 써볼 차례입니다. 챕터 1에서 수집한 키워드 재료와 챕터 2에서 수집한 글쓰기 레시피를 활용해 나만의 브런치북을 만들기 위한 글을 써봅시다.
(생략)
챕터 3은 팝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관객들이 글을 써보는 공간으로 오롯이 채워진다. 챕터 3에서는 크게 4가지 활동을 할 수 있다.
1) 워크북 채우기
2) 브런치북 표지 만들어서 갤러리에 전시하기
3) 30일의 글감 가져가서 글쓰기
4) 작가가 작가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 쓰고 붙이기
4가지 활동 모두 인기가 좋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반응이 좋았던 게 바로 이 글감 캘린더다. 내가 이런 걸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브런치 팀에서 키워드들을 제시해 주고, 슬기가 다정한 가이드 문구들을 정리하고, 재형이가 한쪽은 사진으로, 한쪽은 가져가는 형태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재성이 덕분에 공간적으로는 이렇게 풀어졌다!
참여형으로 이뤄지는 작가가 작가에게 벽과 브런치북 표지 갤러리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전시에 참여 중인 작가뿐만 아니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다른 작가들도 나누고 싶지 않을까. 서로 나누고 싶지 않을까.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만든 작가가 작가에게 벽. 서로를 향한 응원의 말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브런치북 표지는 하나씩 보면 더 주옥같다.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와 마음을 담은 표지일 테니까. 이 브런치북 표지의 경우, 어르신 두 분이 오셔서 제목을 정하고 꾸미는 걸 브런치 팀에 함께 해달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브런치 팀 멤버들이 영어로도 꾸며주고, 그림도 그려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정겨운 이야기들이 모이는 곳이라서 일회성의 인증샷을 남기러 가는 단순 팝업이 아닌 더 따뜻하고 느린 공간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내게 남은 장면들...
창 밖에서도 안에서도 이 구역에 모여 진지하게 글을 쓰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뭉클해진다. 그 모습이 전부 너무 예쁘고 소중하다.
약간의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이 공간은 향과 음악이 파이널 터치를 더했다. 일부러 숲과 나무 향이 나도록 신경 썼고, 오롯이 작가의 여정 팝업을 위한 재생목록을 만들어 반복 재생하고 있다.
글을 쓰는 일은 단 한 번의 여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작가의 여정은 삶의 매 순간 새롭게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글은 우리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하는 역할을 합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매일 쌓이는 고유한 생각과 감정이 한 편의 글이 되고, 그 글이 때로는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삶의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한 편의 글이 한 사람과 공명할 때, 그 글은 새로운 시작의 영감이 되거나 인생을 더욱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를 줍니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들만이 누리는 재능이 아닙니다. 브런치스토리는 소소한 일상의 순간과 작은 깨달음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작가가 될 수 있음을 꾸준히 전해왔습니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작가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작가의 여정>으로 향하는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글이 아니라, 진솔하게 자신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글쓰기 요령보다도 나만의 생각과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기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속도와 규모가 강조되는 세상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깊게 만드는 평생의 여정입니다.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작가의 여정에 여러분도 함께 해주세요. 브런치스토리에서는 한 편의 글이 곧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제, 당신도 작가입니다.
- 브런치스토리 팀
대망의 에필로그.
가장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곳에 숨겨두었다. 글쓰기는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이다. "속도와 규모가 강조되는 세상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놓치지 말고 함께 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들만 누리는 재능이 아니라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완벽한 글과 글쓰기 요령보다 나만의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글쓰기가 가져다준 선물이 너무 많았던 만큼, 그 과정을 나누고 싶었다.
브런치 팝업 덕분에 소중한 장면을 매일 맞닥뜨리고 있다. 그저께는 시내의 글쓰기 교실을 다니는 여든세 어머님이 길을 물어물어 찾아오셨다. 파일 안에 지금까지 쓴 글들을 소중하게 담아서 오셨다. 여든 살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싶고,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이 너무 멋지고 아름답게 들렸다. 어머님은 작가 카드를 받으시고 환하게 웃으셨다. 나갈 때 스탭들에게 요구르트라도 사주면 안 되냐고 줄 수 있는 게 없고 받기만 하고 간다고 미안하고 고마워하며 가셨다.
그리고 우리를 모두 울린 ㅠㅠ 지평선 작가님의 첫 발행글. 팝업에 와서 인턴 작가가 되셨고, 첫 글이 팝업의 후기였다.
어제는 팝업에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정재경 작가님과 우종영 작가님이 다녀갔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쓴 우종영 작가님은 팝업을 관람한 뒤 이런 말씀을 나눠주셨다.
글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치유의 과정이자 자아를 찾는 지름길이에요.
그래서 이런 공간이 상설로 계속해서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말들이 감사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함께 만든 공간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의 두려움이나 경계를 조금이라도 허물었기를. 쓰고 싶은 열망이 아주 작게라도 생겼다면, 그리하여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정말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다면, 우리가 지금 시간을 들여 만들고 있는 것들에 더 큰 의미가 생길 것이라고. 팝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의미있는 일에 함께 하고 있다는 기쁨을 사콜이 멤버들과 브런치 팀 멤버들과 자주 나누었다.
사람들이 쓰기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주고 초대하는 브런치가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 담당자들이 얼마나 소명의식을 가진 채로 일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서 더 깊이 많이 응원하고 싶다.
정리하다 보니 또 너무 길어진 팝업 기획 후기이자 비하인드 스토리이지만, 이제 딱 팝업의 중반부를 흘러가고 있는 지금.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여정> 팝업에 들러주시면 좋겠다.
너무 빠른 세상의 속도에 잠시 어지러웠다면, 이곳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숨을 고르며, 다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우리가 함께 만든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 쓰기의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뿌듯하고 기쁠 것 같다.
여기서 예약하고 오세요! 저는 전시장에 자주 있습니다 :) 브런치 팝업에서, 혹은 브런치에서 또 만나요.